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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7300억 원어치 보유”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옥중 편지 단독입수

아이팩토리 소액주주 "구속 이후에도 합의금 명목으로 3억 원 건네" 검찰에 고소

[비즈한국] 240억 원 투자금 사기와 600억 원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으로 1심에서 징역 11년을 선고받은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옥중에서 추가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구속 이후에도 합의금 용도로 3억 원을 건넨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트리며, 1일 김 대표를 검찰에 고소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과거 김성진 대표의 코스닥 상장기업 아이팩토리006620 소액주주다. 아이팩토리는 ‘창조경제 황태자’로 불리던 아이카이스트와 생산 협력 계약을 맺으며 주가가 급등했지만, 허 아무개 전 대표 배임 횡령 건으로 거래 정지 후 상장 폐지되면서 약 7000명의 소액주주가 피해를 입었다. 이 중 비교적 큰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 18명은 김 대표 구속 이후에도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김 대표의 설득에 따라 3억 원을 모아 김 대표에게 건넸다.

특히 김 대표는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중국에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피해 변제를 위해 자신이 출소할 수 있도록 힘을 써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수감 중 면회를 온 소액주주 대표에게 자필로 자신이 비트코인을 소유하게 된 경위와 비트코인 지갑 주소, 그리고 이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편지에 적어 전달했다. 자신이 출소만 하면 비트코인을 찾아 약속한 투자액을 변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광둥성 슈퍼컴퓨터에 비밀번호가? 전형적인 비트코인 사기 수법

김 대표가 편지에 적은 비트코인 지갑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블록체인 기반의 비트코인은 30자리의 영어 대소문자와 숫자로 된 지갑 주소만 알면 누구나 잔액을 알 수 있다.

그가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비트코인 지갑 주소는 ‘1AhTjUMztCihiTyA4K6E3QEpobjWLwKhkR’. 조회해 보니 실제로 6만 6378개의 비트코인이 들어있었다.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7300억 원에 달한다. 이 비트코인 지갑 주소는 비트코인 잔액 상위 10위에 늘 이름을 올리는, 공개된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8번째로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지갑이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아이팩토리 소액주주들에게 보낸 편지. 자신이 비트코인 3만 개를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아이팩토리 소액주주들에게 보낸 편지. 자신이 비트코인 3만 개를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은 지갑 주소만 안다고 꺼낼 수 없다. 일종의 비밀번호인 프라이빗 키(private key)가 필요하다. 보통 ‘wallet.dat’ 형태로 만들어지는데, 김 대표는 이 파일이 중국 광둥성에 위치한 슈퍼컴퓨터 내에 숨겨져 있다고 편지를 통해 설명했다.

비트코인 전문가들은 김 대표의 이러한 주장이 전형적인 비트코인 사기 수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블록체인 전문가로 유명한 김호광 게임허브 대표는 “입출금 내역을 볼 때 랜섬웨어 범죄에 동원되는 지갑일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설명들도 보면 중국 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비트코인 사기와 수법이 대단히 유사하다”고 말했다.

광둥성 서기가 비트코인 투자 권유? 정·관계 인맥 과시로 피해자 설득

편지 내용을 보면 흥미로운 이름이 다수 등장한다. 김 대표는 편지에서 지난 2014년 말레이시아 출장에서 A 대기업 총수 일가 중 한 명을 만났으며, 그를 통해 중국 상무위원 손자를 소개 받았다고 밝혔다. 이듬해 그의 주선으로 전·현직 광역 자치단체장 두 사람, B 대기업 현지 법인장과 함께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후춘화 서기가 비트코인 투자를 권유했으며, 2015년부터 광둥성에 약 150억 원을 투자해 비트코인을 캐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채굴한 3만 개의 비트코인을 담보로 C 은행과 새로운 화폐사업을 추진하던 중 구속됐다며, 채굴된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서 출소가 간절하다고 호소했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정·재계 인맥을 과시하며 자신이 3만 개의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다고 편지를 통해 주장했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정·재계 인맥을 과시하며 자신이 3만 개의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다고 편지를 통해 주장했다.

편지에 등장하는 전·현직 광역자치단체장 두 사람이 지난 2014년 광저우에서 열린 한-중 문화교류 관련 포럼에서 후춘화 서기를 만난 것은 사실이다. 그 중 현직 광역자치단체장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김 대표로부터 후원금 5000만 원을 쪼개기 수법으로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 매체는 김 대표가 후춘화 서기와 악수하는 사진을 보도하기도 했다. C 은행 역시 과거 아이카이스트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속을 수도 있는, 그럴듯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한 아이카이스트 피해자는 “만약 그 정도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도 구속되기 전에 합의를 했을 것”이라며 “허무맹랑한 소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행사 통한 가짜뉴스로 투자자 안심…구속 중에도 지속적으로 게재

김 대표가 가상화폐 사업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1월 초 한 IT 전문 매체는 아이카이스트그룹이 하드웨어 기반 가상화폐인 ‘HD코인’을 개발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 매체에 문의한 결과 홍보 대행사를 통해 보도 의뢰가 들어왔으며, 따로 사실확인은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지난 2016년에는 김 대표의 다른 코스피 상장기업 ‘아이카이스트랩(현 암니스003030)’이 한국금거래소와 금 거래 기반 전자화폐 독점 사업을 진행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석 달 만에 김 대표가 물러나면서 아무런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2013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국과학기술원을 방문해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로부터 터치테이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3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국과학기술원을 방문해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로부터 터치테이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이카이스트 관련 각종 사업 진행 및 계약 체결 뉴스는 회사가 폐업하고 김 대표가 구속 중임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전직 아이카이스트 직원은 “언론에 보도된 것 중에 실제로 진행된 것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홍보대행사를 통해 가짜뉴스를 게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카이스트 관련 사업 진행 보도를 한 매체 역시 “대행사를 통해 전달받은 내용을 보도했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익명을 요구한 소액주주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이미 100억 원 이상의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의 불안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추가 사기를 벌이는 김 대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향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김 대표의 사기 행각을 만천하에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기업이 말하는 성장의 언어와 그 뒤에 놓인 현실의 간극을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의 변화는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투자와 고용, 기술과 규제, 혁신과 책임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비로소 기업의 진짜 얼굴이 드러납니다. 그 균열을 놓치지 않고, 복잡한 산업 이슈를 독자가 납득할 수 있는 맥락으로 풀어내는 일을 해왔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장의 소음 속에서도 끝까지 물어야 할 질문을 붙들고, 비즈한국 산업팀만의 날카롭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산업의 현재와 다음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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