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비즈한국

우주먼지의 별 헤는 밤
암흑물질 정체 알려줄 ‘실마리’ 발견했다?

2023년 6월 ‘수상한 신호’ 포착, 명확히 규명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 쌓여야

[비즈한국] 암흑물질. 천문학자에게는 참 매력적인 개념인 동시에 짜증나는 존재다. 관측되는 우주의 모습을 설명하려면 암흑물질이 필요하지만, 정작 그 실체가 무엇인지 뚜렷한 증거를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 풀리지 않은 암흑물질의 난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끔 농담 삼아 이젠 천문학자 탓이 아니라 물리학자 탓이라고 말한다. 천문학자들은 별과 은하의 움직임을 지난 수십 년간 관측하면서 암흑물질의 존재를 추정했고, 그 특성까지 어느 정도 추려 놓았다. 하지만 천문학자는 본질적으로 하늘을 보는 사람일 뿐이다.

이제 그 유령을 실제로 포착하는 책임, 고스트버스터즈의 역할은 물리학자의 손에 맡겨야 한다. 그런데 최근 물리학자들이 드디어 무언가 수상한 것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암흑물질 입자를 포착했을지 모른다는 주장이다. 과연 오랜 사냥이 결실을 맺었을까?

YouTube 동영상

암흑물질 후보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아직 정체를 아예 모르다보니 상상 속의 후보들이 꽤나 많다. 

우선 윔프(WIMP)가 있다. 윔프는 특정한 입자 하나를 지칭하지 않는다. 약력 규모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아주 드물게 상호작용하는 가상의 입자 후보다. 윔프는 비교적 무겁고, 일반 물질과도 드물게 반응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초대칭 이론에서 이야기하는 뉴트랄리노, 힉시노 같은 가상의 입자가 있다. 뉴트랄리노는 표준 모형에서 중성 보손들의 대칭 입자가 뒤엉켜 만들어지는 입자다. 힉시노는 힉스 보손의 초대칭 짝으로, 스핀이 0이 아닌 1/2인 페르미온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이번에 이슈가 된 LZ(LUX-ZEPLIN, 럭스 제플린) 실험에서 뒤쫓는 유령 후보가 바로 이런 무거운 윔프들이다.

그보다 훨씬 가벼운 엑시온이라는 후보도 있다. 엑시온은 강한 상호작용에서 대칭성이 깨지지 않도록 제안된 개념이다. 일명 제4의 중성미자로 불리는 비활성 중성미자도 암흑물질 후보로 거론되곤 한다. 기존의 다른 중성미자들과 달리 약한 상호작용조차 하지 않고 오로지 중력에만 영향받는 가상의 중성미자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리드(Lead)에 있는 샌퍼드 지하연구시설의 럭스-제플린(LUX-ZEPLIN, LZ) 암흑물질 탐지기. 우주선과 방사능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하 깊은 곳에 구축했다. 사진=Sanford Underground Research Facility

윔프처럼 무거운 암흑물질 입자는 원자핵에 직접 타격을 남길 수 있다. 반면 엑시온처럼 가벼운 암흑물질 입자는 원자핵보다는 전자에 남기는 흔적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암흑물질이 중성미자라면, 실험 장치 안에서 베타 붕괴가 일어날 때 그 전자의 에너지 분포가 기대치와 미세하게 달라지는지를 통해 암흑물질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암흑물질이 어떤 종류의 입자일지에 따라 검출방법이 달라진다.

아쉽게도 암흑물질이 어떤 종류의 입자인지조차 아직 모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방법을 동시에 실험해가며 기다릴 수밖에 없다. 어디선가 확실한 시그널이 포착돼야 암흑물질이 어떤 종류의 입자였는지를 알 수 있다. 신상을 알고 있는 범인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잠복수사도 아니고, 신상조차 모르는 범인이 우연히 수사망에 걸리기만을 바라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설령 수상한 무언가를 포착하더라도 우리가 기다리던 범인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과정도 까다롭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LZ 실험은 이 후보들 중에서 원자핵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무거운 윔프 계열의 암흑물질 후보를 찾는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1.5km 땅 밑에 샌퍼드 지하연구시설이 설치돼 있다. 암흑물질 사냥터가 땅 밑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는 이유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우주선 때문이다. 지표면에는 우주선에서 만들어진 뮤온과 같은 입자들의 소나기가 끊임없이 쏟아진다. 이 입자들은 주변 물질과 반응하면서 중성자도 만든다. 중성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면서 동시에 원자핵을 때릴 수 있다. 암흑물질도 아니면서 암흑물질 흉내를 내는 고약한 놈들이다. 두꺼운 암반은 이런 입자들을 크게 줄인다. 반면 우리가 찾는 윔프는 보통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암반도 대부분 통과할 수 있다.

샌포드 지하연구시설에 설치된 제논 검출기. 사진=Matthew Kapust/Sanford Underground Research Facility

LZ 실험장치의 중심에는 액체 제논 7톤이 들어 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나오는 외계 종족 로키가 자유롭게 다루는 바로 그 성분이다. 물론 우리는 로키 종족과 달리 제논을 고체로 다루지는 못한다. 이 안에 들어 있는 액체 제논 중에서 실질적으로 암흑물질 탐색에 활용되는 것은 챔버 안쪽에 있는 약 4.7톤뿐이다. 외곽에 있는 물질은 오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논을 선택한 이유는 일단 원자핵이 무겁기 때문이다. 제논은 원자번호가 54번인 만큼 무겁다. 액체 제논은 물보다 밀도가 3배 정도 더 무겁다. 그래서 고약한 암흑물질 입자들도 제논 원자핵과 부딪히고 흔적을 남길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진다. 이뿐 아니라 외벽의 제논은 외부 방사선을 차폐해서 안쪽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제논은 화학적으로 안정적이어서, 불순물을 정밀하게 제거하기에도 유리하다.

가장 중요한 장점은 윔프가 제논과 부딪혔을 때, 동시에 두 가지 종류의 빛을 남긴다는 점이다. 우선 윔프가 액체 상태로 있는 제논 원자핵과 부딪히자마자 즉각적으로 수십 나노초 안에 첫 번째 섬광이 튀어나온다. 이때 178nm 파장의 자외선을 사방으로 방출하는데, 이것을 S1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제논 원자핵에서 전자가 방출된다. 풀려난 전자들은 전기장을 따라 위로 이동한다. 액체 제논 위의 기체층으로 빠져나가서 기체 상태로 있던 다른 제논 원자들과 연속해서 격렬하게 충돌한다. 이 충돌로 인해 다시 들뜬 제논 원자들은 두 번째 빛을 방출한다. 이것을 S2라고 한다.

S1이 새어나오고, 아주 잠시 후에 S2가 연이어 새어나온다. 두 신호 사이의 시간차로 첫 번째 신호가 얼마나 깊은 곳에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위쪽 광센서가 감지한 빛이 퍼진 모양을 통해 최초의 신호가 시작된 수평 위치도 알 수 있다. 연이어 벌어진 찰나의 신호를 통해 검출기 내부에서 그 신호가 정확히 어디에서 언제 시작되었는지 입체적으로 복원한다.

지하에서 암흑물질 입자를 기다리는 검출기. 사진=LZ Collaboration

원자핵에 윔프가 바로 부딪히는 핵 반동과, 새어나온 자유전자로 인한 전자 반동은 그 신호의 양상이 다르다. 각 신호에서 검출된 빛과 전하의 비율을 비교하면 충돌한 입자가 무엇인지를 유추할 수 있다. 이렇게 물리학자들은 아주 철저하게 윔프로서의 암흑물질을 기다리는 그물을 설치해놓았다. 이제 모든 건 우주의 우연에 맡겨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우연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부디 암흑물질의 정체가 다른 종류가 아닌 윔프여야 한다. 둘째, 그런 윔프가 딱 이 검출기를 관통하고 지나가야 한다.

2023년 3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총 220일 동안 끈질긴 사냥이 지속됐다. 사냥이 시작되고 꽤나 초반이던 2023년 6월 16일 수상한 신호가 포착됐다. 연이어 S1과 S2로 보이는 신호가 검출된 것. 하지만 곧바로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더 치열하고 숨 막히는 내부 검증의 시간이 이어졌다. 혹시 암반을 비집고 들어온 다른 중성미자, 우주선의 장난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친다.

처음에 신호가 포착돼도 어떤 구역에 신호가 찍혔는지 연구자들이 전혀 알 수 없게 암호화되어 있다. 혹시라도 중간에 의심스러운 데이터를 보고 편향된 오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 데이터까지 수집이 모두 끝난 후에야 데이터를 열어본다. 그렇게 해야 관측 기간 내내 모은 전체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통계적으로 얼마나 유의미한 신호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자들도 2023년 6월에 신호가 포착됐다는 것을 나중에야 확인했다. 당시 검출기를 순식간에 지나간 수상한 신호의 존재는 3년 넘는 시간이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아주 철저하고 치열한 검토를 거친 셈이다.

최종 분석에 사용된 신호는 1710건이었다. 대부분은 예상한 배경 노이즈와 잘 부합했다. 하지만 6월 16일 포착된 두 신호는 배경 노이즈의 트렌드를 벗어났다. 신호가 포착된 위치도 검출기 벽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었고, 외부 우주선의 오염이라고 볼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LZ 검출기 작동 원리. 윔프가 제논 원자와 충돌하면 첫 번째 섬광과 전자가 방출된다. 빛은 액체 제논 용기의 위쪽과 아래쪽에서 검출된다. 전기장은 전자를 기체 제논이 있는 용기 위쪽으로 끌어올리고, 이곳에서 두 번째 빛의 섬광이 발생한다. 이미지=Greg Stewart/SLAC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

연구진은 이번 신호를 일으킨 원자핵 반동 에너지의 규모가 최소 250keV를 넘는 수준이어야한다고 추정했다. 이건 엄청 큰 에너지다. 일반적인 평범한 입자들로는 이런 수준의 에너지로 원자핵을 교란하기 어렵다. 이 문턱 값만으로도, 원자핵을 교란시킬 수 있는 수많은 다른 요인이 자동으로 배제된다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그 신호의 정체를 힉스 보손의 초대칭 짝인 힉시노로 추정했다. 얼마나 기뻤는지, 연구진은 신호를 확인하고 논문을 쓰기 시작해 하루 만에 초안을 완성했다고 한다.

정말 암흑물질 입자였다면 아주 강력한 입자가 우연히 검출기를 휩쓸고 지나갔다고 볼 수 있다. 모델에 따라 값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이 신호의 유의성은 아쉽게도 3시그마를 넘지 못하는 2.6 시그마 정도다. 동일한 방식으로 탐사를 계속 한다면, 이 정도 수준의 이상한 신호가 또 튀어나올 확률이 0.5%는 된다는 뜻이다. 암흑물질일 확률이 99.5%라는 뜻은 아니다.

썩 속 시원한 결과는 아니지만, 애초에 암흑물질이 얼마나 꼬리가 짧은 녀석인지를 생각해보면 이 정도만 해도 꽤나 흥미로운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더 오랫동안 계속 비슷한 신호를 기다리며, 암흑물질 의심 시그널의 통계적인 데이터까지 충분히 쌓이게 된다면, 그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조금 더 명확한 결론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호들갑을 떨기에는 아직 한참 멀었다. 과거에도 암흑물질로 의심되는 신호를 발견했다고 생각했지만, 독립된 검증이 실패하면서 아쉬운 해프닝으로 끝나가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 그랑사소에 있는 DAMA 실험은 계절에 따라 암흑물질의 신호가 변하는 양상을 포착했다고 발표했지만, 대한민국의 독립된 검출 실험에서는 비슷한 신호가 확인되지 않았다. 지금도 이탈리아,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 곳곳의 검출기가 암흑물질을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물질과의 끈질긴 숨바꼭질을 보면서, 암흑물질도 결국 에테르의 역사를 따라가게 될 거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가능성은 있지만 에테르의 상황과 단순히 동일선상에 놓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빛의 속도가 방향과 시기에 상관없이 언제나 일정하게 측정된다는 부정할 수 없는 실험을 통해, 수천 년간 인류의 우주를 채우고 있던 에테르의 망령은 말끔히 사라졌다.

암흑물질은 사정이 더 미묘하다. 더 고약하다고도 볼 수 있다. 암흑물질을 입증하겠다는 실험은 많고 아직 확실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확실하게 암흑물질이 없다는 것을 보여줄 실험적 아이디어도 딱히 없다. 암흑물질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입증하는 것조차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누군가는 애초에 암흑물질이라는 정의 자체가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입자라고 교묘하게 설정된 탓에 검출 신호가 보이지 않아도 암흑물질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핑계 댄다고 불평할지 모른다. 그런 측면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우주에서 관측된 일관된 현상들, 우주가 보기보다 더 무겁고 중력이 강해 보인다는 문제를 모두 무시할 수도 없다. 과학의 참 거룩하고도 고약한 원칙 중 하나는 바로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암흑물질을 둘러싼 논쟁의 끝은 두 가지 중 하나다. 암흑물질의 신호를 명확히 포착해 정체를 알아내거나, 감감무소식인 검출기만을 바라보며 암흑물질의 흔적을 기약 없이 기다리거나. 부디 2023년에 포착된 두 번의 짧은 시그널이 이 기나긴 싸움의 끝을 알리는 첫 신호탄이었기만을 바란다.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UFO’ 등을 번역했다.

김남희 기자

문화예술 분야와 콘텐츠 관리를 담당합니다.

namhee@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형광펜 추가
✕ 형광펜 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