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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먼지의 별 헤는 밤
외계문명 증거 ‘다이슨 스피어’ 후보 관측 결과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두 외계행성 바라봤더니…배경은하서 나온 빛 겹쳐 착시효과

[비즈한국] 외계 문명의 단서를 찾기 위해 천문학자들이 ‘프로젝트 헤파이스토스’라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그렇다면 천문학적 관측으로 외계 문명을 찾을 때 무엇을 단서로 삼을 수 있을까. 여러 단서 가운데 SF 팬들에게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개념이 별을 감싼 거대한 인공 구조물, 다이슨 스피어다.

최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다이슨 스피어 후보로 가장 유력한 두 곳을 관측한 결과가 발표됐다. 그곳에는 정말 거대한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 살아가는 외계 문명이 존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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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을 모으는 문명도 폐열은 남긴다

다이슨 스피어라는 발상은 올라프 스테이플던의 소설 ‘스타 메이커’에서 처음 등장한다. 태양계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원은 단연 태양이다. 인류는 발전할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면서 에너지 소비량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고도로 발전한 기술 문명이라면 자신들의 중심별에서 직접 에너지를 얻는 방식을 시도할지도 모른다. 거대한 태양광 패널을 갖춘 구조물로 별을 감싸고, 가까운 거리에서 별빛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모으는 것이다. 이후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이 이 SF적 상상을 과학적으로 정리하면서 다이슨 스피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문제는 열역학이다. 아무리 고도로 발전한 기술 문명이라도 우주의 과학 법칙을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별빛을 받아 문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로 사용하더라도, 그 에너지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르면 들어온 에너지는 결국 다른 형태로 방출돼야 한다. 열역학 제2법칙까지 고려하면 실제 장치는 외부 우주로 엔트로피를 내보낼 수밖에 없다. 사용하고 남은 폐열의 상당 부분은 더 낮은 온도의 복사로 방출될 수 있다.

최근 스페이스X의 우주 데이터센터 계획에서도 중요한 쟁점은 폐열의 처리 방식이다. 폐열을 아예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주 낮은 온도로 천천히 내보내는 방법을 시도할 수는 있지만, 폐열 자체를 없애거나 숨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폐열의 온도가 수백 켈빈 수준이라면 주로 중적외선 영역에서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이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중적외선 관측 장비인 MIRI가 민감하게 관측하는 파장대다. 온도가 더 낮다면 그 흔적은 더 긴 파장의 적외선으로 이동한다. 덕분에 제임스 웹은 다이슨 스피어로 별을 감싸고 살아갈지도 모르는 외계 문명의 흔적을 찾는 도구가 된다. 거대한 구조물에 가려 다른 파장에서는 대체로 어둡게 보이는 별이 유독 중적외선에서 밝은 신호를 내보낸다면, 폐열을 숨기지 못한 다이슨 스피어임을 의심할 수 있다.

500만 개 별 가운데 남은 일곱 후보

프로젝트 헤파이스토스 연구진은 우리 은하의 별들을 방대하게 관측한 가이아 데이터를 활용했다. 여기에 적외선 영역에서 하늘을 탐사한 WISE와 2MASS 데이터를 결합해 약 500만 개의 별을 조사했다. 가이아 데이터로 별까지의 거리를 파악하고, 그 거리에 비해 유난히 어둡게 보이는 별들을 골랐다. 이어 2MASS와 WISE 데이터로 각 별의 적외선 세기를 비교했다.

이러한 선별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일곱 개의 후보가 남았다. 모두 어두웠지만 유독 적외선 영역에서는 밝게 빛났다. 이들은 표면 온도가 매우 낮은 M형 적색왜성으로 보였으며, 전체 방출 에너지 가운데 약 7~17%가 적외선 영역에서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것만으로 다이슨 스피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별 주변에 원시행성계 먼지 원반이 오랫동안 남아 있어도 적외선이 유난히 밝게 보일 수 있다. 보통 이런 먼지 원반은 별이 만들어지고 약 1000만 년이 지나면 점차 행성으로 뭉치거나 항성풍에 밀려 사라진다. 하지만 간혹 4000만 년이 넘도록 먼지 원반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나이를 먹지 않는 피터팬을 닮았다고 해서 ‘피터팬 원반’이라고 부른다.

이런 별의 스펙트럼에서는 보통 수소 원자의 방출선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헤파이스토스의 일곱 후보에서는 별다른 수소 방출선이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먼지 원반으로 에워싸인 젊은 별일 가능성은 배제됐다.

별 옆에서 드러난 또 다른 천체

2025년 7월 28일과 9월 9일, 제임스 웹은 일곱 후보 가운데 두 별을 겨냥했다. 그리고 뜻밖의 사실이 드러났다.

다이슨 스피어 후보로 꼽힌 M형 적색왜성 D(위)와 E(아래)를 파장별 필터(F560W, F1000W, F1500W)로 촬영한 관측 데이터. 별 자체에서 적외선이 방출되는 것이 아니라 약 1아크초 거리에 배경 은하가 겹쳐 보이면서 발생한 착시 현상이었음을 밝혀냈다.

제임스 웹은 기존 망원경보다 높은 분해능으로 별들을 작고 선명한 점으로 관측했다. 그러자 별 바로 옆에서 또 다른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게 퍼진 얼룩처럼 보이는 천체였다. MIRI의 관측 범위에서 비교적 짧은 파장인 5.6마이크로미터에서는 별이 더 밝게 나타났다. 하지만 긴 파장으로 갈수록 별은 희미해지고, 그 옆의 흐릿한 천체는 더욱 두드러졌다.

그 정체는 우연히 같은 방향에 겹쳐 보였던 배경 은하였다. 앞선 관측에서 포착된 밝은 중적외선 신호는 별이 아니라 그 뒤편의 은하에서 나온 빛이었다. 이전 관측에서는 별과 배경 은하를 선명하게 구분하지 못했지만, 제임스 웹의 영상에서는 두 천체가 확실히 분리됐다. 별과 배경 은하 사이의 각거리는 평균 약 1초각이었다.

앞선 관측에서 두 후보는 약 180켈빈의 온도에 해당하는 적외선 신호를 내보내는 것으로 보였다. 중심별의 온도가 약 3500켈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별을 감싼 구조물이 180켈빈 정도의 온도를 유지하려면 별에서 대략 1천문단위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한다. 별까지의 거리는 600광년을 넘는다. 따라서 그런 구조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별에서 0.01초각 이내에 바짝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어야 한다. 그러나 제임스 웹 영상에서 드러난 실제 적외선 광원, 즉 배경 은하는 그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 있었다.

유독 적외선을 많이 내보내는 은하는 두꺼운 먼지 구름에 뒤덮여 있을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고온 먼지에 가려진 은하’, 이른바 핫도그(Hot DOG)다. 중심에는 블랙홀이 자리한 강력한 활동성 은하핵이 있고, 그 주변을 두꺼운 먼지가 에워싸면서 적외선에서 유난히 많은 에너지가 나오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이번에 관측한 후보 D와 겹쳐 보였던 배경 은하는 이런 핫도그일 가능성이 있다.

반면 후보 E와 겹쳐 보였던 배경 은하는 조금 다르다. 이 은하 역시 먼지에 둘러싸여 있지만, 적외선의 주된 원인은 활동성 은하핵이 아니라 내부에서 벌어지는 폭발적인 별 탄생으로 추정된다. 이 은하에서 해마다 새로 태어나는 별들의 질량을 합하면 태양 질량의 약 20배에 이른다.

사진2. 다이슨 스피어 상상도. 이미지=Vantazzy from Imgur

외계 문명의 신호와 자연 현상 사이

결국 이번에도 외계 문명의 확실한 증거, 다이슨 스피어의 결정적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외계 문명의 발견을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운 결과다. 그러나 이번 관측은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우주는 수많은 천체로 붐빈다. 가까운 별과 멀리 있는 배경 은하가 비슷한 방향에 겹쳐 보이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게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훨씬 먼 배경 은하의 특성을 가까운 별의 특성으로 오해할 수 있다. 평범한 별이 마치 다이슨 스피어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관측한 신호가 정말 그 별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겹쳐 보이는 배경 은하의 빛이 섞인 결과인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때로는 외계 문명이 아니라 우주의 자연 현상 자체가 우리를 속인다.

이토록 넓은 우주에 외계 문명이 수없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왜 아직 그들의 신호를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을까. 페르미 역설이 던지는 질문 앞에서 우주의 침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폐열을 처리할 해법을 알아내고, 그 어떤 열기도 남기지 않은 채 어둠 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외계 문명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존재가 있더라도 우리의 탐색망에는 걸리지 않을 것이다. 사실상 관측할 방법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정도로 철저히 숨어 있고자 하는 문명이라면, 굳이 찾아내지 않는 것이 우주의 에티켓일지도 모른다.

기술 문명이 발전한다고 해서 반드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다이슨 스피어처럼 극적인 방식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했을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상온 핵융합에 성공한 문명이라면, 별 주변에 거대한 구조물을 힘들게 만들 이유가 없을 것이다.

결국 외계 문명을 탐색하는 과정은 여러 합리적인 가정과 기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정말 합리적인 추론이었는지는, 언젠가 그 존재를 발견하는 날이 온 뒤에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UFO’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천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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