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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카 새 주인 된 KG스틸…
철강회사가 3946억 들여 중고차 회사 산 까닭

대한전선 지분 팔아 2533억 확보·1000억 인수금융…케이카캐피탈은 KG이니시스 계열로

[비즈한국] 철강회사 KG스틸이 국내 최대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의 새 주인이 됐다. 자동차 제조사 KG모빌리티(KGM)를 계열사로 둔 KG그룹이 중고차 회사를 인수하면서 정작 인수 주체로 자동차회사가 아닌 철강회사를 내세운 것이다. 

KG그룹은 성장 투자가 필요한 KG모빌리티 대신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KG스틸이 케이카를 보유하는 게 그룹 전체 자본 효율성에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제조는 KG모빌리티, 중고차 유통은 케이카, 자동차금융은 KG이니시스 계열로 나뉘는 KG그룹의 모빌리티 사업 구조도 윤곽을 드러냈다.

철강회사 KG스틸이 국내 최대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의 새 주인이 됐다. 사진=우종국 기자

KG스틸은 8월 31일 한앤코오토서비스홀딩스로부터 케이카 주식 2563만 2810주를 인수하고 잔금 지급을 마쳤다. 취득 지분은 52.50%, 최종 인수대금은 3946억 1015만 원이다. KG스틸은 4월 1일 계약금 약 375억 원을 지급한 데 이어 8월 31일 잔금 약 3571억 원을 지급했다. 3월 말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지 약 5개월 만에 최대주주 변경 절차가 끝난 셈이다. 케이카는 KG그룹 편입에 맞춰 법인명을 ‘KG모빌리티플랫폼’으로 변경했다.

당초 거래 구조는 지금과 달랐다. KG스틸은 3월 31일 한앤코오토서비스홀딩스가 보유한 케이카 지분 72.19%, 3524만 5670주를 약 5500억 원에 모두 인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4월 21일 이 가운데 19.69%에 해당하는 961만 2860주의 매수인 지위를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에 넘겼다. 캑터스PE는 다시 6월 25일 해당 지분의 매수인 지위를 투자목적회사인 케이모빌리티밸류업에 이전했다. 결국 KG스틸은 케이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52.5%만 직접 사들이는 구조로 인수 부담을 낮췄다.

KG모빌리티 대신 KG스틸이 케이카 품은 이유

눈길을 끄는 대목은 케이카와 사업적으로 가장 가까운 KG모빌리티가 아니라 KG스틸이 최대주주가 됐다는 점이다. KG스틸의 본업은 냉연강판, 아연도금강판, 컬러강판 등을 생산·판매하는 철강업이다. 반면 KG모빌리티는 자동차를 만들고 판매하는 완성차업체다. 중고차 매입·판매, 인증중고차, 렌터카 사업을 하는 케이카와의 직접적인 사업 연관성만 놓고 보면 KG모빌리티가 인수 주체가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6월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인수 구조를 직접 설명했다. 곽 회장은 “KG모빌리티는 앞으로도 투자할 곳이 굉장히 많은 회사”라며 케이카를 KG모빌리티가 직접 보유하기보다 KG스틸이 보유하는 것이 그룹 전체 효율성 측면에서 적절하다고 밝혔다. KG모빌리티는 성장을 위해 계속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회사인 반면 KG스틸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성과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어 현금창출 자산을 보유하는 역할을 맡기는 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KG모빌리티에는 실제로 적지 않은 성장 투자가 예정돼 있다. KG그룹이 6월 발표한 중장기 계획에 따르면 KG모빌리티는 2030년까지 전기차(EV),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친환경차 7종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중동과 동남아시아 KD(반제품 조립) 사업도 확대해 2030년 연간 판매 20만 대, 매출 10조 원 이상, 영업이익률 5% 이상을 목표로 잡았다. KG그룹으로서는 KG모빌리티의 자금을 중고차 회사 인수에 묶기보다 신차와 전동화, 해외사업에 투입하는 쪽을 택한 셈이다.

반면 KG스틸은 본업에서 꾸준히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다. KG스틸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2조 9264억 원, 영업이익 1335억 원, 당기순이익 1194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에는 연결 기준 매출 8964억 원, 영업이익 431억 원을 기록해 전년 2분기보다 각각 11.3%, 16.9% 증가했다. 2분기 수출 비중은 53.1%로 창사 이래 가장 높았다.

그렇다고 케이카 인수대금 3946억 원이 KG스틸에 작은 금액인 것은 아니다. 2025년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KG스틸 총자산은 3조 1007억 원, 자기자본은 2조 554억 원이다. 이번 케이카 인수대금은 총자산의 12.73%, 자기자본의 19.20%에 해당한다. KG스틸이 지난해 벌어들인 별도 당기순이익의 3배를 웃도는 금액이기도 하다.

KG스틸은 케이카 인수를 앞두고 보유자산을 현금화했다. 지난 6월 대한전선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해 확보한 물량 가운데 650만 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매각가는 주당 3만 8962원, 전체 처분금액은 2532억 5300만 원이었다. KG스틸은 자산 효율화와 미래 성장투자 재원 확보 등을 처분 목적으로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케이카 인수를 앞두고 대규모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했다.

인수금융도 사용했다. KG스틸은 지난 7월 케이카 인수를 위해 KB증권에서 670억 원, 산은캐피탈에서 260억 원, SBI저축은행에서 70억 원 등 모두 1000억 원을 차입하는 구조를 공시했다. 차입기간은 최초 인출일로부터 5년이다. KG스틸이 인수하는 케이카 주식 가운데 1922만 5720주와 해당 주식이 입고되는 증권계좌 등이 담보로 설정된다. 대한전선 주식 매각으로 마련한 2533억 원과 인수금융 1000억 원을 합치면 케이카 최종 인수대금 3946억 원의 대부분에 해당한다.

KG스틸이 부담을 지고 사들인 케이카는 현금창출력이 검증된 회사다. 케이카는 2025년 매출 2조 4388억 원, 영업이익 76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6.0%, 11.5% 증가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였다. 지난해 중고차 판매량은 15만 6290대, 시장점유율은 12.7%였다. KG스틸이 최대주주가 되면서 향후 케이카 실적은 KG스틸 연결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철강·완성차·중고차·금융으로 이어지는 KG그룹 모빌리티 구도

중고차 금융사업은 또 다른 상장 계열사인 KG이니시스 쪽으로 배치했다. KG이니시스는 종속회사 KG캐피탈홀딩스를 통해 케이카캐피탈 지분 100%를 인수한다. 최종 취득금액은 2079억 7785만 원이다. KG이니시스가 KG캐피탈홀딩스에 580억 원을 출자하고, KG캐피탈홀딩스가 나머지 인수금융을 조달하는 구조다. 케이카캐피탈은 지난해 자산 7456억 원, 당기순이익 131억 원을 기록했다.

결국 KG그룹 계열사가 케이카와 케이카캐피탈에 직접 투입하는 인수대금만 합쳐도 약 6026억 원이다. 하지만 한 회사가 중고차와 금융회사를 모두 가져가는 대신 KG스틸이 케이카를, KG이니시스 계열사가 케이카캐피탈을 각각 보유하도록 역할을 나눴다. 자동차 제조를 맡은 KG모빌리티는 두 회사 인수에 직접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지 않으면서 사업적 연계를 꾀할 수 있는 구조다.

KG그룹이 기대하는 시너지는 KG모빌리티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곽재선 회장은 케이카 플랫폼을 이용하면 KG모빌리티 차량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브랜드를 대상으로 인증중고차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차 상품화 과정에서 KG모빌리티의 전국 서비스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케이카의 렌터카·리스 사업 확대를 통해 KG모빌리티 차량 판매도 늘릴 수 있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케이카가 축적한 차량 매입·판매·수리 데이터를 활용해 해외 중고차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 때문에 케이카 인수 구조는 KG그룹의 계열사별 역할 분담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KG스틸은 3946억 원을 투입하고 차입 부담을 지는 대신 케이카의 최대주주가 돼 실적과 투자수익을 가져간다. KG모빌리티는 직접 인수 부담 없이 인증중고차와 정비, 렌터카 등에서 사업 시너지를 노린다. KG이니시스 계열은 중고차 구매 과정에서 필요한 할부금융 사업을 담당한다. KG그룹이 내세운 ‘자동차 제조-중고차 유통-금융’의 연결이 각각 다른 상장 계열사를 통해 이뤄지는 셈이다.

향후 관건은 이 역할 분담이 실제 계열사별 실적으로 어떻게 이어지느냐다. 케이카의 수익이 KG스틸의 새로운 현금창출원으로 자리 잡고, 동시에 KG모빌리티가 중고차 유통과 서비스 사업에서 새로운 매출을 만들어낸다면 곽재선 회장이 내세운 자본배분 전략도 힘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그룹 차원의 시너지와 별개로 각 상장 계열사가 부담하는 비용과 가져가는 편익이 균형을 이루는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철강회사가 중고차 회사를 사고 자동차회사가 그 플랫폼을 활용하는 다소 이례적인 구조가 실제 숫자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가 KG그룹의 다음 과제가 됐다.

우종국 기자

기업의 움직임 뒤에 있는 구조와 이해관계를 취재합니다. 드러난 사건보다 그 사건이 벌어진 이유를 설명하는 기사를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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