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비즈한국

우주먼지의 별 헤는 밤
경남 합천에서 생명 탄생의 비밀을 엿보다

운석충돌구서 ‘산소 오아시스’ 역할 하는 스트로마톨라이트 발견

[비즈한국] 놀랍게도 우리나라에도 거대한 운석 크레이터가 있다. 심지어 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젊은 운석충돌구 가운데 아시아 최대급으로 평가된다. 바로 경상남도 합천에서 발견된 적중-초계분지, 혹은 합천 운석충돌구다.

오늘날 이곳은 거대한 우주 재난의 현장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이 땅을 파고, 암석을 부수고, 숲을 태우고, 충격파로 주변을 뒤흔든 장소라기보다는 산으로 둘러싸인 평온한 분지처럼 보인다. 그 안에는 논이 있고, 마을이 있고, 사람들의 일상이 있다. 오랫동안 이곳 사람들은 거대한 운석충돌구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저 산으로 둘러싸인 독특한 모양의 분지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경남 합천에 있는 운석충돌구. 낮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처럼 보이는 충돌구에 논과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합천군청 제공

그런데 지질학자들이 이곳을 조사하면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평범해 보이는 논과 마을 아래에 약 4만 2000년 전, 한반도에 떨어진 거대한 우주 암석의 흔적이 숨어 있었다. 연구에 따르면 합천 충돌 사건은 충돌각력암 안에 들어 있던 숯 조각의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을 통해 현재로부터 약 4만 2300년 전, 오차 약 1000년 전의 사건으로 추정된다. 충돌구는 합천의 적중-초계분지에 자리하며 대략 200미터에서 700미터 높이의 산지로 둘러싸여 있다. 말하자면 거대한 그릇처럼 생긴 지형이다.

이곳이 단순한 분지가 아니라 운석충돌구라는 사실은 충격변성 구조를 통해 확인됐다. 대표적인 것이 충격원뿔(shatter cone)이다. 충격원뿔은 평범한 지질 과정으로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엄청난 압력과 충격파가 암석을 관통할 때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이곳에 정말로 강력한 충돌이 있었다는 암석의 증언이다.

YouTube 동영상

그런데 최근 크레이터 안에서 더 놀라운 것이 발견됐다. 생명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증거가 나온 것이다. 한반도에 떨어진 거대한 운석이 만든 크레이터 한복판에서, 초기 지구에서 생명이 싹틀 수 있었던 환경을 보여주는 흔적이 발견됐다. 지구 최초의 생명이 합천에서 탄생했다는 뜻은 아니다. 합천 충돌구는 약 4만 2000년 전의 젊은 지질 구조이고, 지구 생명의 기원은 수십억 년 전 이야기다. 하지만 이곳은 초기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자연 실험실이다.

그 핵심 증거가 스트로마톨라이트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쉽게 말하면 미생물이 만든 돌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미생물 매트가 퇴적물을 붙잡고 광물 침전을 유도하면서 층층이 쌓아 올린 유기-퇴적 구조다. 미생물들이 끈적한 막을 만들고, 그 위에 작은 광물 알갱이들이 달라붙는다. 그 위로 다시 미생물이 자라고, 다시 광물이 쌓인다. 이 과정이 오랫동안 반복되면 얇은 층이 책장처럼 쌓이면서 독특한 암석 구조를 만든다. 이것이 스트로마톨라이트다.

우리가 스트로마톨라이트에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지구 생명의 가장 오래된 물리적 흔적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약 35억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초기 지구에서 미생물이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화석 기록이다. 미생물이 단순히 물속에 떠다닌 것이 아니라 퇴적물과 흐르는 물, 광물 침전 과정에 직접 개입하며 지질학적 구조를 만들어낸 흔적이다.

연구팀은 합천 충돌구의 북서쪽 안쪽 가장자리, 과거 호수의 가장자리였던 곳에서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발견했다. 첫 번째 발견 지점에서는 1제곱미터보다 작은 면적 안에서 20개가 넘는 스트로마톨라이트와 조각들이 나왔다. 크기는 대략 5센티미터에서 20센티미터 정도였고, 형태도 판상, 돔형, 기둥형 등 다양했다. 얇은 박편으로 잘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물결치고 주름진 얇은 층이 보이는데, 그 두께는 대략 10마이크로미터에서 100마이크로미터 수준이었다. 또 다른 지점인 미사골에서도 약 10센티미터 크기의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발견되었다.

이 장면을 상상해보면 이렇다. 약 4만 2000년 전, 한반도 남부의 하늘에서 거대한 운석이 떨어진다. 지표에 부딪히는 순간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된다. 암석은 부서지고, 일부는 녹고, 땅은 움푹 팬다. 주변의 숲과 식생은 불타고, 그 흔적은 숯 조각으로 남는다. 그렇게 생긴 거대한 상처가 바로 합천 충돌구다.

하지만 이야기는 파괴에서 끝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충돌구 안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고, 지하수가 스며들고, 분지 안에 호수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호수는 평범한 호수가 아니었다. 충돌로 데워진 암석, 충격으로 깨진 지각, 그 틈을 따라 순환하는 물이 만든 열수 환경을 품고 있었다. 말하자면 합천 충돌구는 운석 충돌이 만든 뜨거운 호수 실험실이었다.

아래에서는 열이 올라오고, 물은 암석과 반응하며 광물을 녹인다. 칼슘과 탄산이 풍부한 물이 만들어지고, 호수 가장자리에는 미생물 매트가 자라기 시작한다. 미생물들은 퇴적물을 붙잡고, 광물 침전을 유도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돌의 기록이 남는다.

A는 20STR03 스트로마톨라이트 조각의 후방산란 전자 이미지, B~D는 Ca, Si, Al 원소 분포도. E는 21MSG02 스트로마톨라이트의 후방산란 전자 이미지, F~H는 Ca, Si, Fe 원소 분포도.

논문은 합천 충돌구의 한 시추 지점에서 약 65미터 두께의 호수 퇴적물이 확인됐다고 보고한다. 이는 충돌 뒤 만들어진 고호수의 퇴적 중심이 충돌구 중심의 북동쪽에 있었음을 시사한다. 또한 초기 호수 퇴적층에서는 칼슘, 스트론튬, 황 같은 원소가 뚜렷하게 농집되어 있었다. 특히 72미터에서 50미터 깊이 구간에서는 칼슘 신호가 20만 cps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가, 이후 단계에서는 1만 cps 이하로 급격히 낮아졌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호수 안에서 방해석, 즉 탄산칼슘이 직접 침전되던 환경과 관련 있다고 해석한다.

이것은 스트로마톨라이트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그냥 진흙이 우연히 뭉쳐서 만들어지는 구조가 아니다. 미생물 매트가 있어야 하고, 그 미생물 매트 위에서 광물이 침전될 화학적 조건이 필요하다. 특히 탄산염이 침전하려면 물속에 칼슘 이온과 탄산 이온이 충분해야 한다. 연구팀은 합천 충돌구 초기 호수의 바닥물과 퇴적물 공극수가 칼슘과 탄산 이온에 과포화됐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실제로 기초 호수 퇴적층에서는 방해석 함량이 8퍼센트에서 10퍼센트까지 높게 나타났고, 주변부 시추 지점에서는 최대 12퍼센트까지 확인됐다. 다시 말해 합천 충돌구의 호수는 미생물이 돌을 만들기에 매우 좋은 화학적 무대였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다. 이 구조가 정말 생물학적 활동의 결과인지, 아니면 우연히 생명처럼 보이는 무기적 구조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초기 지구 생명의 흔적을 연구할 때도 늘 같은 문제가 생긴다. 오래된 암석에서 생명처럼 보이는 구조를 발견했다고 해서 곧바로 생명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질학적 과정도 때로는 생명처럼 보이는 패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겉모양만 보지 않는다. 미세구조, 광물 조성, 유기물 분포, 원소 분포를 모두 확인한다.

합천 연구팀은 라만 현미분광과 전자탐침미세분석, 즉 EPMA를 사용했다. 그 결과 스트로마톨라이트 안에서 유기물 풍부층, 석영 풍부층, 방해석 풍부층이 구분됐다. 라만 스펙트럼에서는 방해석, 석영, 탄소질 물질의 신호가 확인되었다. 특히 유기물 풍부층에는 석영 같은 쇄설성 광물이 집중되어 있었고, 이런 입자들이 일반적인 안식각을 넘어선 위치에도 놓여 있었다. 연구팀은 이것이 미생물 매트가 퇴적 입자를 붙잡고 묶는 과정, 즉 trapping and binding을 지지한다고 해석했다.

이 지점이 핵심이다. 미생물 매트는 바닥에 놓인 끈적한 생물학적 덫과 같다. 흐르는 물이 작은 입자들을 가져오면 미생물 매트는 그 입자를 붙잡는다. 입자가 쌓이면 미생물은 다시 그 위로 자란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유기물층과 광물층이 교대로 쌓인다. 그래서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단순한 돌이 아니라 생명 활동과 물리적 퇴적, 화학적 침전이 함께 만든 복합 기록이다.

그다음 질문은 시간이다. 이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언제 자랐을까. 연구팀은 스트로마톨라이트의 유기물 성분의 방사성탄소연대를 측정했다. 그런데 결과는 단순하지 않았다. 안쪽이 오래되고 바깥쪽이 젊은 식으로 깔끔하게 나오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바깥쪽으로 갈수록 나이가 더 오래됐다가 다시 젊어지는 나이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20STR03 표본의 가장 안쪽 부분은 2만 3390년 전으로 측정되었고, 바깥쪽으로 가며 2만 8320년 전까지 올라가는 패턴을 보이다가, 가장자리 쪽에서는 1만 4660년 전으로 다시 젊어졌다. 연구팀은 이 값을 단순히 절대적 성장연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충돌구 환경에서는 오래된 탄소가 호수로 계속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운석 충돌이 일어나면 기존 지표 물질, 숯, 식물 조각, 토양 유기물, 충격각력암, 사면 퇴적물이 모두 뒤섞인다. 이후 비가 오고, 물이 흐르고, 사면이 무너지면서 오래된 유기물이 호수로 유입된다. 그러면 새롭게 자라는 미생물 매트에도 더 오래된 탄소가 섞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표본은 대략 2만 3390년 전에서 1만 4660년 전 사이 어느 시기에 성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논문의 그림 설명에서는 약 2만 4300년 전에서 1만 4600년 전 사이로 요약된다.

이제 전체 그림이 보인다. 처음에는 충돌이 있었다. 그 충돌은 땅을 부수고, 암석을 가열하고, 지하에 틈을 만들었다. 그다음 충돌구 안에 호수가 생겼다. 뜨거운 암석과 물이 반응하면서 열수 시스템이 작동했다. 호수에는 칼슘과 탄산염이 풍부해졌고, pH와 염도가 높은 환경이 형성됐다. 그 호수 가장자리에서 미생물 매트가 자랐다. 미생물은 퇴적물을 붙잡고, 탄산염 침전을 유도하며,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돌 안에는 운석 성분의 오스뮴 지문과 열수 활동의 유로퓸 지문이 함께 남았다.

이것이 이번 발견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운석 충돌구는 단순한 죽음의 흔적이 아니다. 충돌 이후 일정 기간 생명이 번성하는 독특한 서식지가 될 수 있다. 논문은 합천 충돌구의 열수 활동이 충돌 이후 최소 약 2만 7000년 이상 지속됐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준은 충돌 시점인 약 4만 2300년 전과 스트로마톨라이트의 최소 연대인 1만 4660년 전이다. 즉 충돌이 만들어낸 뜨거운 환경은 짧은 순간의 불꽃이 아니라 수만 년 동안 이어진 지질학적 난방 장치였을 수 있다.

운석이 지구에 충돌해 땅을 부수고, 암석을 가열하고, 지하에 틈을 만들었다. 그다음 충돌구 안에 호수가 생겼다. 뜨거운 암석과 물이 반응하면서 열수 시스템이 작동했다. 호수에는 칼슘과 탄산염이 풍부해졌고, pH와 염도가 높은 환경이 형성됐다. 그 호수 가장자리에서 미생물 매트가 자랐다. 미생물은 퇴적물을 붙잡고, 탄산염 침전을 유도하며,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만들었다.

바로 여기서 생명의 기원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는 오랫동안 생명의 기원을 심해 열수분출공과 연결해왔다. 깊은 바닷속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오르고, 광물이 풍부한 환경에서 복잡한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그곳에서 최초의 생명 또는 생명 전구체가 탄생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이 가설은 여전히 강력하다. 하지만 심해에는 어려움도 있다. 생명은 물을 필요로 하지만, 너무 많은 물은 오히려 복잡한 유기분자 형성에 불리할 수 있다. 분자들이 서로 연결되어 긴 사슬을 만들려면 때로는 농축이 필요하다. 젖었다가 마르고, 다시 젖었다가 마르는 순환은 분자들을 가까이 모으고 결합을 촉진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육상의 충돌구 호수는 바로 이런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비가 오면 물이 차고, 건조해지면 가장자리가 마른다. 뜨거운 열수는 광물을 공급한다. 호수 가장자리에는 빛이 들어오고, 얕은 물에서는 미생물 매트가 자라기 쉽다. 충돌구 벽에서는 계속 퇴적물과 금속 성분, 오래된 유기물이 흘러 들어온다. 말하자면 충돌구는 파괴가 만든 접시이자, 지질학이 데워주는 배양기이며, 화학반응이 반복되는 작은 행성 실험실이다.

논문은 합천 충돌구의 결과가 초기 지구에서 운석 충돌로 생성된 열수 활동이 충돌구 안에서 스트로마톨라이트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정리한다. 또한 초기 지구에서는 소행성 충돌이 훨씬 빈번했기 때문에, 이런 충돌구 안의 스트로마톨라이트 번성이 국지적인 산소 오아시스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여기서 말하는 산소 오아시스는 중요하다. 오늘날 우리는 산소가 풍부한 세상에 살지만, 초기 지구는 그렇지 않았다. 대기 중 산소가 크게 증가한 대산소화 사건은 약 24억 년 전에 일어났다. 그 이전에도 광합성 미생물이 국지적으로 산소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 산소가 곧바로 지구 전체를 바꾼 것은 아니었다. 먼저 작은 오아시스들이 있었을 수 있다. 얕은 호수, 미생물 매트,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자라는 국지적 환경에서 산소가 조금씩 만들어졌을 수 있다. 이런 작은 산소 주머니들이 오랜 시간 쌓이고, 반복되고, 확장되면서 결국 지구 환경 전체의 변화를 준비했을 수 있다.

다만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합천 충돌구의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초기 지구의 35억 년 전 생명이 아니다. 합천에서 지구 최초의 생명이 직접 탄생했다는 뜻도 아니다. 논문 역시 이 점을 조심스럽게 다룬다. 합천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산소발생 광합성의 진화나 대산소화 사건의 직접 증거가 아니다. 특히 합천 고호수의 화분학 자료는 녹조류가 우세했음을 시사하고, 녹조류의 진화는 대산소화 사건보다 훨씬 뒤의 일이다. 따라서 합천에서 지구 최초의 생명이 발견됐다고 말하면 과장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렇다. 합천 충돌구는 젊은 지구 환경에서, 충돌 이후 만들어진 호수-열수 시스템이 실제로 스트로마톨라이트 같은 미생물 구조를 성장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자연 실험실이다. 우리는 지금 합천에서 생명의 시작을 본 것이 아니다. 하지만 생명이 시작될 수 있었던 환경의 작동 방식을 본 것이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이 발견은 천문학적으로도 매우 흥미롭다. 운석충돌구는 지구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달에도 있고, 화성에도 있고, 수성에도 있고, 유로파나 엔셀라두스 같은 얼음 위성을 포함한 태양계 여러 천체에도 충돌구가 있다. 특히 화성은 과거에 물이 있었고, 지금도 지하에 얼음과 염수의 가능성이 논의되는 행성이다. 만약 화성의 어떤 충돌구가 과거에 물을 품었고, 충돌로 인한 열수 시스템을 만들었으며, 그 안에 미생물 매트와 비슷한 구조가 생겼다면, 그 흔적은 오늘날에도 퇴적암 속에 남아 있을 수 있다.

이것은 외계 생명 탐사의 전략을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생명을 찾을 때 흔히 물을 먼저 찾는다. 맞는 접근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물어야 한다. 그 물은 얼마나 오래 있었는가. 그 물은 어떤 암석과 반응했는가. 그곳에 열원이 있었는가. 광물이 공급되었는가. 얕은 가장자리, 젖음과 마름의 순환, 미생물 매트가 자랄 수 있는 표면이 있었는가. 충돌구는 이 조건을 한꺼번에 제공할 수 있다.

운석은 생명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운석은 지각을 깨고, 열을 공급하고, 물길을 만들고, 광물을 녹이고, 호수를 만들고, 새로운 생태계가 시작될 틈을 만들 수도 있다. 생명의 역사는 어쩌면 평온한 곳에서만 시작된 것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부서진 곳, 데워진 곳, 뒤섞인 곳, 상처 입은 곳에서 새로운 화학이 시작되었을 수 있다. 지구의 생명은 완벽하게 안정된 온실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충돌과 화산, 번개와 자외선, 건조와 침수, 독성과 에너지의 경계에서 태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합천 충돌구는 아름다운 역설을 보여준다. 하늘에서 떨어진 돌은 한때 땅을 파괴했다. 그 충격은 산과 암석을 부수고, 식물을 태우고, 깊은 분지를 남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상처에는 물이 고였다. 뜨거운 암석은 물을 데웠고, 물은 광물을 실어 날랐고, 미생물은 그 위에 얇은 막을 만들었다. 그 막은 다시 퇴적물을 붙잡았고, 층은 하나씩 쌓였고, 마침내 생명의 흔적은 돌이 되었다.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현장은 외국에 가야만 볼 수 있어서 아쉬울 때가 많았다. 공룡 멸종의 현장인 멕시코의 칙술루브 충돌구, 미국 애리조나의 미티어 크레이터, 호주의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지처럼, 거대하고 중요한 과학 현장은 늘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나라 한반도 한복판에도 그런 현장이 있다. 무려 운석이 떨어지고 남긴 거대한 크레이터가 있고, 그 안에는 운석 충돌 이후 만들어진 호수와 열수 환경의 흔적이 남아 있다. 게다가 초기 지구에서 생명이 어떻게 싹틀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까지 발견됐다. 천문학적으로도, 지질학적으로도, 생물학적으로도 모두 흥미로운 가장 멋진 현장이 바로 우리나라 합천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합천의 논 아래에서 발견된 이 작은 층상 암석은 우리에게 아주 큰 질문을 던진다. 생명은 평온한 세계에서 시작되었을까. 아니면 우주의 폭력적인 충돌이 남긴 상처 속에서, 물과 열과 광물이 만나며 시작되었을까. 아직 답은 모른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적어도 한 가지를 안다. 운석충돌구는 단순한 죽음의 흔적이 아니다. 때로는 생명이 다시 자라나는 그릇이다.

이번 여름 휴가는 합천으로 과학 투어를 가보는 것도 좋겠다. 논과 마을 사이에 숨어 있는 거대한 우주의 상처, 그리고 그 상처 안에서 자라난 생명의 흔적을 직접 상상해보는 여행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돌이 어떻게 지구의 생명을 이야기하게 되었는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참고

https://www.nature.com/articles/s43247-026-03206-7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UFO’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천문학자
writer@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형광펜 추가
✕ 형광펜 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