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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미정산’ 환불 책임 여행사로…
버티던 여행업계 ‘설상가상’

판매대금 못 받았는데 환불 판결까지…유동성 악화 상황서 ‘이중 부담’

[비즈한국] 티메프 여행상품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여행사의 환불 책임을 인정한 반면, PG사의 책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소비자 환불 책임이 여행사로 집중되면서 업계의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이 티메프 여행상품 미정산 사태와 관련한 첫 판결에서 여행사의 환불 책임을 인정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여행사 책임 인정’에 환급 기대감…소송 밖 피해자 추가 대응 고심

16일 서울중앙지법은 티메프 사태 피해자 598명이 여행사와 전자결제대행사(PG사)를 상대로 제기한 대금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피해자들은 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돌려받지 못한 결제대금을 여행사와 PG사가 연대해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여행사를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청구는 대부분 받아들인 반면, PG사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티메프 미정산에 따른 소비자 환불 부담을 여행사들이 떠안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앞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2024년 12월 판매사(여행사)가 결제 대금의 최대 90%, PG사가 최대 30%를 연대해 피해자에게 환급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판매사 106곳 중 42곳, PG사 14곳 중 4곳만 이를 수락하는 데 그쳤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분쟁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은 판매사와 PG사를 상대로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며 “피고는 판매사 60여 곳과 PG사 10여 곳이다. 신용카드사가 할부거래와 관련해 환급한 사례를 제외하면, 별도로 소비자에게 환불한 업체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여행·숙박 상품 등을 이용하지 못한 소비자 약 3000명은 한국소비자원의 지원을 받아 2025년 6월부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전체 피해금액은 약 77억 원이다.

이후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할부거래법상 청약철회권과 항변권을 인정해 티메프에서 여행·항공권 상품을 할부로 결제한 소비자에게 카드사가 결제대금을 환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할부 결제 피해자에 대한 환급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환급받은 일부 원고는 소송을 취하했다. 현재 소송에는 할부항변권을 적용받지 못한 일시불 결제 피해자들이 남아 있다.

소송은 남은 피해자와 피고 여행사 등을 기준으로 총 5개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 중이다. 이번에 판결이 내려진 사건은 2그룹 소송으로, 피고에는 노랑풍선과 선민투어 등이 포함됐다.

첫 판결에서 여행사의 환불 책임이 인정되자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환급 가능성이 커졌다며 안도하는 분위기가 나타난다. 한 소송 참가자는 “여행사에 환불을 문의할 때마다 소송 결과를 기다려달라는 답변만 들어왔다”며 “항소가 이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환불받을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뒤늦게라도 구제 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미 진행 중인 소송에 추가로 참여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별도의 공동소송을 추진하자는 움직임도 나타나는 분위기다.

한 피해자는 “당시 집단소송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이번 판결을 보고 뒤늦게라도 참여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며 “기존 소송에 합류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피해자들끼리 다시 공동소송을 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티메프 미정산 사태 이후 여행사의 유동성 악화가 중소형 여행사 폐업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미정산에 환불 부담까지…여행업계 부담 커지나

이번 판결은 티메프 여행상품 집단소송 5건 가운데 처음 나온 법원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동일한 사실관계를 다루는 만큼 남은 사건에도 이번 판결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행사의 환불 책임이 최종적으로 인정될 경우, 소송에 연관된 여행사들의 부담도 상당할 전망이다. 여행사들이 티몬·위메프로부터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상태에서 소비자 환불금까지 지급하게 되면 이중 부담을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업계의 경영 여건은 악화하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2025년 폐업한 여행업 사업체는 1021개로 전년(839개)보다 21.7% 증가했다. 올해는 6월까지 집계된 폐업 사업체가 805개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티메프 미정산 사태 이후 일부 여행사의 유동성이 악화된 점이 폐업 증가에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로 본다. 최근에는 고환율과 경기 둔화, 국제 정세 불안까지 겹치면서 여행업계 전반의 경영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동 지역 긴장과 고환율 등으로 여행업계 전반의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환불 부담까지 추가 발생하면 업계 전반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여행사의 환불 책임이 최종적으로 인정되더라도 관련 여행사의 경영 기반에 영향을 줄 정도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 대상은 대부분 대형 여행사인 만큼 환불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곧바로 존립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라며 “하지만 미정산 피해와 경기 침체로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추가 환불까지 현실화되면 수익성과 재무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의 파급력은 향후 이어질 재판 결과에 따라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번에 판결이 나온 2그룹 외에 3그룹은 오는 8월, 4그룹은 9월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다. 변론 진행 상황에 따라 3·4그룹은 연내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기일이 정해지지 않은 1·5그룹은 올해 안에 판결이 내려질지 불확실하다. 각 사건의 심리와 항소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여행사들의 최종 환불 책임과 부담 규모가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해나 기자

유통 산업과 기업 이슈를 취재합니다. 놓치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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