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인공지능(AI) 발전으로 한국 경제가 K자형 회복세를 보이면서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 전략의 하나로 내세웠다. 양극화가 심화하면 국가 전체의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사회통합도 흔들리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로 시작된 K자형 양극화가 부동산 가격 급등과 맞물리면서 소득 최상위 계층의 이전소득이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전소득 급증은 경기 회복의 온기를 가장 먼저 받은 고소득층에서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과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으로 집 사기가 어려워지자 자녀들에게 상속이나 증여를 늘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K자형 양극화’ 현상에 대한 우려를 그동안 수차례 나타내면서 해결 과제 중 하나로 부동산 문제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7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경제 관련 수치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그와 달리 수많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청년들이 성장의 온기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양극화 문제를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부동산 안정은 양극화 완화를 위한 가장 큰 전제 조건 중 하나”라면서 “부동산 문제를 정상화해야 자원의 생산적 재투자가 가능하고 사회적 역동성이 복원되며 양극화로 인한 갈등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부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만큼 부동산 가격을 잡아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7월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대토론회에서도 부동산에 따른 부의 집중 문제를 지적하며 보유세 강화를 통한 부동산 문제 해결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진짜 내 살림을 하려고 (집을) 가진 경우와 돈 벌려고 여러 채를 가진 경우는 당연히 차등을 둬야 한다”며 “과거에 부동산 보유세를 정상화했더라면 (집값이) 이렇게까지 오르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속도를 내온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이 오히려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10% 가구(1분위 가구)의 이전소득은 제자리걸음인 반면 소득 상위 10% 가구(10분위 가구)의 이전소득은 급증한 때문이다. 이전소득이란 개인이 직접 생산활동에 참여해 그 대가로 받는 일반 소득과 달리, 다른 가구로부터 상속이나 증여로 받은 수입이나 정부 또는 비영리단체 등으로부터 무상으로 얻는 수입을 의미한다.
올 1분기 10분위 가구의 월평균 이전소득은 158만 5987원으로 1년 전(117만 2665원)과 비교해 35.2%나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개편된 2019년 이래 가장 큰 증가 폭이다. 10분위 가구의 이전소득은 2023년(이하 1분기 기준) 91만 4703원으로 2022년(100만 3171원)에 비해 8.8% 줄어든 뒤 2024년 101만 9724원으로 11.5% 증가했다. 이어 2025년 117만 2655원으로 15.0% 늘어났다가 올해 폭증한 것이다.
이처럼 10분위 가구의 이전소득이 올해 들어 크게 늘어난 것과 달리 1분위 가구의 이전소득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올 1분기 1분위 가구 월평균 이전소득은 58만 267원으로 전년 동기(57만 8952원)에 비해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1분위 가구의 이전소득 상당 부분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보조금과 보험금, 실업수당, 생활부조금 등이다 보니 증가 여지가 적었던 셈이다.
10분위 가구의 이전소득 급증은 올해 들어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 부동산 관련 돈줄을 죄자 상속이나 증여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주택 취득자금 가운데 증여·상속으로 마련된 자금은 약 3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4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규모인 6조 5000억 원의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이러한 부동산 취득을 위해 늘어난 증여·상속이 고소득층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