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쿠팡이 인천 물류센터 화재로 피해를 본 판매자들의 재고 손실을 전액 보상하기로 했다. 보험 처리와 책임 소재가 확정되기도 전에 자체적으로 선제 보상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판매자들은 쿠팡의 신속한 보상 결정을 반기면서도, 이번 사태가 향후 수수료나 판매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는다.

장기화 우려 덜었다…판매자들 “신속 보상 다행”
쿠팡이 인천 석남동 물류센터 화재로 피해를 본 로켓그로스 입점 판매자들의 재고 손실을 전액 보상하기로 했다. 화재 원인 조사와 보험 처리 결과가 나오기 전 쿠팡이 자체적으로 보상에 나서는 방식이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는 “이번 화재로 재고가 소실되고 영업에 차질을 겪은 판매자들을 위해 화재 조사와 보험 처리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이라도 당사 책임 아래 선제적으로 보상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상 범위는 화재가 발생한 구역에 보관된 상품을 비롯해 불이 직접 번지지 않은 구역의 재고까지도 포함된다. 재고 반출 지연과 분진으로 인한 오염·손상 등 화재 이후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까지 고려한 조치다.
이번 화재는 18일 오전 6시 54분께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 6층에서 발생했다. 불은 같은 날 오후 건물 외벽을 따라 7층까지 번졌으며, 발생 닷새 만인 22일 오후 8시 35분께 완전히 꺼졌다. 물류센터 내부 구조가 복잡한 데다 적재물이 많아 소방대의 진입과 진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로 인해 물류센터 운영이 중단되면서 입점 판매자들의 혼란도 컸다. 보관 중이던 상품 재고가 일괄 품절 처리돼 판매가 멈췄고, 배송이 불가능해지면서 일부 주문은 잇따라 취소됐다. 쿠팡은 주문이 취소된 고객들에게 보상 쿠폰을 지급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특히 여름철 계절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성수기를 놓치게 됐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한 판매자는 “휴가철 수요가 많은 제품이 있었는데 화재로 재고가 모두 소실됐다”며 “계절상품은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 며칠만 판매가 중단돼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쿠팡이 선제적인 전액 보상 방침을 발표하면서 판매자들 사이에서는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 판매자는 “과거 다른 3PL(제3자 물류) 업체에서 문제가 발생해 재고 보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 실제 지급까지 1년 넘게 걸렸다”며 “이번에도 절차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쿠팡이 신속하게 보상에 나선다고 하니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로켓그로스는 판매자가 상품 소유권을 유지한 채 쿠팡 물류센터에 재고를 맡기면 쿠팡이 보관과 포장, 배송 등을 대행하는 서비스다. 업계에서는 로켓그로스 상품이 쿠팡의 직접 매입 상품이 아닌 만큼, 판매자가 상품을 정상적으로 판매했을 때 받는 정산금과 유사한 수준으로 보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CFS는 내부 시스템을 활용해 판매자별 재고 수량을 파악한 뒤 8월 중순부터 보상 규모와 지급 예정일, 관련 절차 등을 개별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징금·실적 부진·화재까지…쿠팡 삼중고
쿠팡은 최근 악재가 잇따르는 분위기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5년 11월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지난 6월 안전조치 의무 위반과 법적 근거 없는 개인정보 수집 등을 이유로 쿠팡에 6246억 8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이후 최대 규모다. 이후 쿠팡의 미국 본사와 미국 의회 일각에서 이를 미국 디지털 기업에 대한 표적 규제로 규정하면서 논란은 한미 간 외교 문제로까지 확산하는 양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절차도 진행 중이다. 쿠팡이츠는 입점업체에 경쟁 플랫폼보다 유리한 거래조건을 요구했다는 이른바 ‘최혜대우 요구’ 의혹으로 심의를 받고 있다. 쿠팡은 지난 4월 600억 원 규모의 상생안을 내놓고 동의의결을 신청했지만,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과징금 부과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과징금 규모가 300억~4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성장세도 둔화하는 모습이다. 쿠팡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2조 4597억 원(85억 400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하지만 상장 이후 이어졌던 두 자릿수 성장세가 처음 한 자릿수로 내려갔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545억 원(2억 4200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2021년 4분기 이후 최대 분기 손실이다.
일부 판매자들 사이에서는 화재 피해 보상과 최근 잇따른 손실에 따른 부담이 결국 입점업체로 전가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적 부진과 과징금, 물류센터 화재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다 보니 쿠팡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수수료나 광고비를 올리거나 프로모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한 판매자는 “쿠팡이 손실을 만회하는 과정에서 판매자들에게 더 많은 비용 부담이나 까다로운 거래 조건을 요구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CFS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심려를 끼쳐드린 판매자분들께 진심으로 송구한 마음”이라며 “현장 수습과 주민 지원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물론, 소중한 파트너인 판매자분들이 이번 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책임감을 갖고 최선의 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