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옵티머스 펀드 환매 과정에서 이른바 ‘펀드 돌려막기’를 하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던 하나은행이 처분 취소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도 승소했다. 대법원이 하나은행의 은행계정대 조정 업무를 자본시장법상 위법한 거래가 아니라 단순 회계 처리로 보고 원심 판단을 엎은 데 이어,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하나은행이 승소를 이어가면서 금융당국 처분 취소를 확정하고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한 사법 리스크를 털어낼지 주목된다.

7월 23일 서울고등법원 9-3 행정부는 원고 하나은행과 직원 조 아무개 씨가 피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 취소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금융위가 2022년 3월 2일 하나은행에 부과한 일반 사모집합투자기구 재산의 신규 수탁업무 정지 3개월과, 2022년 3월 16일 금감원장이 하나은행 직원 조 아무개 씨에게 부과한 정직 3개월 처분을 취소한다”며 “소송 비용은 피고가 모두 부담한다”고 선고했다.
이 소송은 2018년 하나은행이 옵티머스 펀드 환매 대금 92억 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일명 ‘펀드 돌려막기’를 한 데서 비롯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과 신탁계약을 맺었던 하나은행은 2018년 8~12월 옵티머스 펀드의 환매 대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하자, 은행 고유 자금으로 먼저 대금을 정산한 후 다른 펀드의 은행계정대(은대)를 조정해 업무를 마감했다. 은행계정대란 신탁 계정의 미운용 자금을 수탁은행 계정에 일시적으로 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 수천억 원대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은 하나은행을 상대로 부문 검사를 시행했다. 금융위는 수탁사인 하나은행이 펀드 환매 대금 지급 과정에서 은대를 조정한 것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2022년 3월 사모펀드 신규 수탁업무 3개월 정지 처분을 내렸다. 금감원은 은대 조정을 한 직원 조 아무개 씨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다만 영업정지 처분은 파기환송심 판결 선고일부터 30일까지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하나은행 측은 업무정지 취소 소송의 1심과 2심에서는 모두 패소했다. 2023년 9월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하나은행의 은대 조정을 통한 펀드 돌려막기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거래’ 행위라고 판단했다. 더불어 은대 조정이 자본시장법 위반 여지가 있다는 걸 알면서 반복했다는 점, 위법 행위로 옵티머스자산운용에 편의를 제공한 점을 들어 금융당국의 처분이 적합하다고 봤다.
2심도 마찬가지였다. 2024년 3월 서울고등법원 4-3 행정부는 임의로 은대를 조정한 행위가 집합투자재산의 권리와 의무를 변동시키는 거래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한 하나은행이 신탁업자로서 선관주의 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1심과 같이 금융당국의 손을 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025년 12월 대법원은 하나은행의 은대 조정을 재산상 행위에 해당하는 ‘거래’가 아닌 은행 마감 업무를 위한 단순한 회계 조치로 봤다. 대법원은 “신탁업자가 보관·관리하는 집합투자재산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행위가 거래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의 성질·내용·목적·경위, 당사자 의사,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에서 거래의 의미와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에서 판결을 뒤집는 데 성공한 하나은행 측은 파기환송심에서도 승소하면서 처분 취소 결과를 끌어낼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를 제기하면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지만, 이미 파기환송심을 거친 만큼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적어서다. 더불어 조 아무개 씨 등 하나은행 직원 2인이 같은 내용으로 기소된 형사 사건에서 3심까지 모두 무죄를 받아낸 상태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이번 파기환송심 결과에 관해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앞으로도 철저한 내부통제 강화와 리스크 관리를 통해 고객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