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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폴드를 둘로 쪼개다…
‘갤럭시 폴드8·울트라’ 투트랙 전략

기본형은 콘텐츠 소비, 울트라는 생산성에 초점…폴더블 시장 성숙 판단에 세분화 돌입

[비즈한국] 삼성전자가 갤럭시 Z 폴드의 공식을 바꿨다. 지금까지 한 제품 안에 대화면과 최고 성능, 카메라, 멀티태스킹 기능을 모두 담았다면, 올해는 이를 ‘갤럭시 Z 폴드8’과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로 나눴다. 폴드8은 영상과 게임, 독서 등 콘텐츠 감상에 초점을 맞췄고, 폴드8 울트라는 업무와 콘텐츠 제작을 위한 최상위 모델로 설계했다.

삼성전자는 22일 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드 빌링스게이트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6’에서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 갤럭시 Z 폴드8, 갤럭시 Z 플립8을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폴드 시리즈에 최상위 제품을 뜻하는 ‘울트라’ 명칭을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 사장이 영국 런던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6’에서 갤럭시 Z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제품 수가 하나 늘어난 사실보다 폴드의 역할을 둘로 나눴다는 점이다. 하나의 폴드에 모든 기능을 집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화면을 주로 소비하는 이용자와 대화면으로 일하는 이용자를 별도 제품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폴더블 시장에서도 용도에 따라 제품을 고르는 단계가 왔다고 판단한 셈이다.

기술력 과시 넘어 시장 성숙기 세분화 전략

그동안 갤럭시 Z 폴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기술의 상징에 가까웠다. 대화면과 멀티태스킹, 최고 수준의 카메라와 성능을 한 제품에 담으면서 가격도 일반 바형 스마트폰보다 높게 책정됐다. 하지만 제품이 얇아지고 가벼워질수록 폴드가 누구를 위한 제품인지에 대한 질문도 커졌다.

대화면에서 영상을 보고 웹서핑을 즐기려는 이용자에게 200만 원을 크게 웃도는 가격과 최고급 카메라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반대로 업무와 콘텐츠 제작에 폴더블을 적극적으로 쓰려는 이용자는 더 큰 화면과 강력한 성능, 대용량 배터리를 원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 갤럭시 Z 폴드8, 갤럭시 Z 플립8 등 폴더블 3종 라인업을 공개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이번에 폴드를 두 제품으로 나누면서 이러한 충돌을 해결하려 했다. 갤럭시 Z 폴드8은 201g 무게와 4800mAh 배터리, 펼쳤을 때 7.6형 화면을 갖췄다. 커버 화면은 5.5형, 10 대 16 비율로 메시지나 소셜미디어, 숏폼 영상 등 일반 스마트폰 사용에 맞췄다. 메인 화면은 4 대 3 비율을 채택해 영상과 게임, 독서 등 콘텐츠 감상 시 불필요한 여백을 줄였다.

폴드8 울트라는 방향이 다르다. 펼쳤을 때 8형 화면을 제공하고, 화면을 편 상태의 두께는 4.1mm다. 무게는 215g으로 폴드8보다 14g 무겁지만 기존 폴드 제품과 비교하면 여전히 가벼운 편이다. 2억 화소 메인 카메라와 50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 5000mAh 배터리, 최대 45W 충전을 지원한다.

프로세서도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를 탑재했다. 삼성전자는 폴드8 울트라를 대화면에서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고, 촬영부터 편집과 제작까지 하나의 기기에서 끝내려는 이용자를 위한 제품으로 규정했다.

제품 간 차이는 가격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256GB 기준 갤럭시 Z 폴드8은 227만 8100원, 폴드8 울트라는 257만 7300원이다. 차이는 29만 9200원이다. 1TB 모델은 폴드8이 315만 2600원, 폴드8 울트라는 345만 1800원으로 3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이는 삼성전자가 폴드8을 과거 폴드보다 저렴한 대중형 폴더블로 낮췄다기보다는, 기존 고가 폴드 시장 위에 더 비싼 울트라 제품을 추가한 조치에 가깝다.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히는 동시에 폴더블 제품군의 평균 판매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다.

콘텐츠용 폴드와 업무용 폴드, 다른 화면비·다른 역할

삼성전자의 제품 설명도 두 모델의 차이를 의도적으로 강조한다. 폴드8의 중심 키워드는 ‘몰입’이다. 4 대 3 메인 화면, 201g의 가벼운 무게, 26시간 이상 동영상 재생을 앞세웠다. 카메라도 5000만 화소 광각과 초광각 중심으로 구성하고, 선택한 인물을 자동으로 추적해 영상을 편집하는 ‘마이 팬캠’ 등 일반 이용자가 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반면 폴드8 울트라의 키워드는 ‘생산성’이다. 더 넓은 8형 화면에서 멀티태스킹을 수행하고, 2억 화소 카메라와 8K 영상, APV 코덱, 시네 LUT 등을 활용해 전문가 수준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열 방출을 위한 그라파이트 방열판도 확대해 고사양 작업을 장시간 수행하는 상황을 고려했다.

갤럭시 Z 폴드8은 5.5형 커버 디스플레이와 7.6형 메인 디스플레이에 각각 최적화된 화면비를 적용해 접었을 때는 일반 스마트폰처럼, 펼쳤을 때는 콘텐츠 몰입도를 높인 사용 경험을 제공한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는 갤럭시 S 시리즈에서 기본형과 플러스, 울트라를 나누는 방식과 닮았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할수록 제조사는 하나의 대표 제품으로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바형 스마트폰에서 사용해 온 등급 세분화 전략을 폴더블에도 본격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폴더블 시장의 초기 경쟁이 ‘접히는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느냐’였다면, 이제는 ‘어떤 이용자를 위한 폴더블을 만드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폴드8이 콘텐츠 감상과 일상 사용을 겨냥하고, 폴드8 울트라가 업무와 창작 수요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다만 제품군이 늘어난 만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차이를 분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도 생겼다. 폴드8 자체도 200만 원을 넘는 최고가 스마트폰이다. 폴드8과 울트라 사이의 화면 크기와 카메라, 배터리 차이가 약 30만 원의 가격 차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가 시장 반응을 가를 전망이다.

폴드8이 ‘일반형’이라는 인식이 강해질 경우 기존 폴드 구매자에게 사양을 낮춘 제품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울트라에 기능이 집중되면 폴드8의 위치가 애매해질 수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두 제품의 역할을 구분하면서도 폴드8이 단순한 하위 모델로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과제를 떠 안았다.

폴더블 완성도보다 앞세운 것은 에이전트형 AI

이번 언팩에서 삼성전자가 하드웨어만큼 강조한 것은 ‘에이전트형 AI’다. 새 갤럭시 Z 시리즈에는 갤럭시 AI와 제미나이 인텔리전스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화면과 대화 맥락을 이해하고, 필요한 앱을 실행하거나 다음 행동을 제안하는 기능이 적용됐다.

예를 들어 메신저에서 친구와 약속을 잡으면 ‘나우 넛지’가 일정 등록을 먼저 제안하고, 장소를 검색하면 위치 저장을 추천한다. 호텔 예약을 요청할 경우 AI가 조건에 맞는 숙소를 검색하고 예약 과정 일부를 수행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배달과 예약, 쇼핑 등 40여 개 앱을 연동해 복잡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

갤럭시 Z 폴드8에서 제미나이 인텔리전스가 화면의 맥락을 이해해 호텔 검색·예약 등 여러 앱을 넘나드는 에이전트형 AI 기능을 수행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폴더블 대화면에서는 AI가 수행하는 작업과 이용자가 보고 있는 화면을 동시에 띄울 수 있다. 이는 폴드8 울트라를 생산성 기기로 차별화하는 핵심 요소다. 단순히 앱을 여러 개 띄우는 기존 멀티태스킹을 넘어, AI가 작업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구조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제미나이 노트북’은 메모와 이미지, 녹음, 문서를 하나의 작업 공간에 모아 회의 내용을 정리하거나 보고서와 인포그래픽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 화면을 나눠 자료를 드래그 앤 드롭으로 추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화면 폴더블과의 결합을 염두에 둔 기능이다.

플립8은 같은 AI 전략을 커버 화면에 적용했다. 사용자는 제품을 펼치지 않고도 플렉스윈도우에서 일정과 뉴스, 헬스 정보 등을 확인하고, 음성이나 측면 버튼으로 여러 앱을 연결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폴드에서는 화면을 펼쳐 AI 생산성을 높이고, 플립에서는 화면을 펼치지 않는 AI 편의성을 강조했다.

워치와 안경까지 연결…스마트폰 밖으로 확장되는 갤럭시 AI

삼성전자는 이날 갤럭시 워치 울트라2와 워치9,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도 함께 공개했다. 신제품 전체를 관통하는 방향은 각각의 기기를 따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건강과 일정, 주변 환경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AI 기기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갤럭시 워치 울트라2는 전작보다 35% 늘어난 800mAh 배터리와 최대 5000니트 밝기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트레일 러닝과 다이빙 기능을 강화했고, IP69K 방수·방진 등급과 EN13319 다이빙 장비 인증을 확보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워치 울트라2와 갤럭시 워치9을 공개하며 AI 기반 헬스케어 생태계 확대에 나섰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갤럭시 워치9은 수면과 심박수, 심박변이도, 호흡률, 피부온도 등을 바탕으로 신체 변화를 알려주는 ‘생체 징후’, 심장 건강 점수, 일일 유산소 부하, 신체 체력 지수 등 건강 관리 기능을 확대했다.

연내 출시 예정인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는 삼성전자와 구글이 개발한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카메라와 센서, 마이크, 스피커를 탑재해 사용자가 보고 듣는 상황을 AI가 인식한다. 메뉴판이나 대화를 실시간으로 번역하고, 화이트보드와 회의 내용을 촬영해 갤럭시 스마트폰의 노트 앱에 자동 정리하는 기능을 지원한다.

젠틀몬스터와 워비파커가 디자인에 참여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얼굴에 착용하는 AI 기기는 성능뿐 아니라 일반 안경처럼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지가 보급의 관건이다. 삼성전자가 전자제품 기업 내부에서 디자인을 완결하지 않고 글로벌 아이웨어 브랜드와 협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과 워치, 향후 출시될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를 연동해 사용자의 신체 상태와 주변 맥락을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적절한 시점에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갤럭시 스마트폰을 AI의 중심 두뇌로 두고, 워치는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며 아이웨어는 사용자의 시야와 음성을 받아들이는 구조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언팩 2026에서 구글, 젠틀몬스터, 와비파커 등과 협업한 AI 기반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를 공개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성패는 ‘울트라’보다 ‘기본형’에 달렸다

삼성전자의 새 전략이 성공하려면 폴드8 울트라의 최고 성능보다 기본형 폴드8의 존재 이유가 먼저 증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폴드8 울트라는 8형 화면과 2억 화소 카메라, 5000mAh 배터리 등 최상위 제품이라는 설명이 비교적 명확하다. 문제는 227만 8100원부터 시작하는 폴드8이 소비자에게 ‘울트라보다 기능이 적은 제품’이 아니라 ‘콘텐츠 감상에 더 적합한 제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느냐다.

두 모델의 가격 차이는 256GB 기준 29만 9200원이다. 소비자가 이 차이를 크다고 느끼면 폴드8이 선택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폴드8 울트라의 대화면과 카메라, 배터리 성능이 가격 차이 이상으로 매력적이라면 수요가 울트라에 쏠릴 수 있다. 폴드8이 울트라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중간 단계처럼 보이면 라인업 확대의 의미도 퇴색한다.

에이전트형 AI 역시 실제 사용 경험이 중요하다. 메시지 내용을 파악해 일정을 제안하고, 여러 앱을 넘나들며 예약과 검색을 수행하는 기능은 폴더블 대화면의 쓰임을 넓힐 수 있다. 다만 앱 연동 범위와 실행 정확도,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발표 무대의 시연을 넘어 일상적인 기능으로 자리 잡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워치와 인텔리전트 아이웨어까지 연결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사용자의 건강과 일정,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AI 생태계를 그리고 있다. 폴드8 울트라는 이 구상에서 가장 넓은 화면을 가진 작업 기기이고, 폴드8은 이를 보다 일상적인 콘텐츠 기기로 확장하는 역할을 맡는다.

결국 이번 언팩의 관전 포인트는 삼성전자가 폴더블을 얼마나 더 얇고 강하게 만들었는지가 아니다. 200만 원이 넘는 두 대의 폴드를 서로 다른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설득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그 답은 울트라의 판매량보다, 새롭게 자리를 부여받은 폴드8이 시장에서 얼마나 독자적인 수요를 만들어내는지에 달렸다.

봉성창 기자

기업이 말하는 성장의 언어와 그 뒤에 놓인 현실의 간극을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날카롭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산업의 현재와 다음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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