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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리포트
영화 ‘호프’의 포맷 실험, 관객 손에 달렸다

이순신 3부작, ‘외계+인’과 다른 형식…코로나19 이후 달라진 매체 환경 등 작용

[비즈한국] 영화 ‘호프’는 15년 전 유럽에서 겪은 낯선 경험의 느낌을 토대에 두었지만 본격적으로는 10년 전 기획되었다고 한다. 10년 전이라고 하면 코로나19 팬데믹 전이다. ‘호프’ 같은 영화가 가능했던 데는 당시 한국 영화 상황도 한몫했을 것이다. 

영화 ‘호프’ 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팬데믹 이전 한국영화계는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영화 관객 수는 연달아 2억 명을 돌파했다. 영화 ‘부산행(2016)’, ‘택시 운전사’(2017)는 물론 2019년 1626만 관객을 동원한 ‘극한직업’ 같은 영화들이 매년 천만 관객을 넘어섰고, 관객 점유율도 해외 영화를 앞섰다. 상업 영화 투자 수익률은 거의 9%에 이르렀고 국제적 위상도 최전성기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상까지 수상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작품 규모는 대작으로 치달았다.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상업영화 40편의 평균 제작비가 103.4억 원에 이르렀다. 더구나 영화 ‘명량’이 앞서 1700만 명을 동원해 국내외 영화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기 때문에 상황은 고무적이었다.

‘명량’ 제작비는 200억 정도였는데, 135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투자비 대비 수익률이 2배 이상이었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은 한국 영화계의 자신감에서 비롯했다. 원래 이순신 3대 대첩 3부작으로 기획되했고, 1부작 ‘명량’의 흥행으로 2부에 해당하는 ’한산‘은 1.5배가 더 제작비를 투입해 310억 원의 대작을 만들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상황은 전작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이 제작되고 있었다. 대작 영화인 것은 맞지만 구성은 이전과 달라서 1부와 2부로 나눴다. 1부는 340억, 2부는 370억, 총 제작비 700억 원이 들었지만 홍보마케팅 비용까지 따지만 투자비가 800억 원이 들어간 셈이었다. 즉 800억 원의 제작비로 영화 한 편 만들고 이를 두 개로 쪼갠 셈이다. 물론 1, 2부를 동시에 촬영하고 2부 후반부 작업은 1부 개봉 이후 마무리했다. 그런데 1부의 흥행이 예상보다 훨씬 저조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기획 제작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이지만, 극장 개봉 시점은 팬데믹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는 2022년 7월이었다. 1부의 흥행 타격이 있었기 때문에 2부는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손익분기점이 관객 수 730만 명 정도였는데 누적 관객 수가 154만 명에 불과했다. 2024년 개봉한 2부도 7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야 하는데 누적 관객 수가 140만 명이었다. 1편을 본 관객도 2편을 다 보지는 않은 셈이다. 1편이 흥미로웠다면 2편엔 더 많은 관객이 들어야 했지만 반대 결과가 되었다. 2024년이라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될 때였는데도 결과는 참담했다.

콘텐츠 자체 요인도 있지만 매체 향유 환경이 달라진 것도 실패 요인이었다. 콘텐츠 자체를 보면 외계인이라는 콘셉트를 결합했지만 공상과학물 즉 SF물이라기보다는 현대와 전통 사회를 오가는 퓨전 판타지물에 가까웠다. 특히 외계인은 요괴 캐릭터로 규정하는 것이 더 합당해 보인다. ‘왕좌의 게임’이 공상과학물이 아닌 것과 같다. 기획 당시에는 K팝을 필두로 세계관이라는 설정이 신박하게 부각됐지만 2024년 개봉 때에는 이미 트렌드가 지나가고 있었다. 익숙한 인물을 내세우지 않고 아예 새로운 설정과 캐릭터로 모험적인 시도를 했기 때문에 흥행에는 불리한 면이 있었다.

외적 요인을 보자면 무엇보다 엔데믹 이후에 극장은 더 이상 트렌디한 공간이 아니었다. 이전에는 멀티플렉스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은 보내는 것이 힙할 수 있었지만 감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결정적인 전환의 계기를 맞았다. 이미 내재된 문제, 스크린 독과점과 다양성 실종, 가격과 OTT 향유, 여가 문화 변화 등이 맞물려 폭발한 것이다.

영화 ‘호프’ 스틸컷. 1편의 흥행 결과를 토대로 2편이 제작될 예정이다.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호프’는 한국 영화 호황의 분위기 속에서 멀티플렉스형 블록버스터로 기획됐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이에 따른 극장가 위축 분위기에서 제작이 되었다. 이 때문인지 앞서 언급한 작품들과 차이가 있다. 이순신 3부작처럼 분할 기획을 했지만 ‘외계+인’처럼 1, 2편을 기획하고 두 편을 동시에 촬영하는 방식이 아니다. 1편의 흥행 결과를 토대로 2편을 제작하는 방식인데 여전히 모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외계+인’은 드라마 장르에 맞을 수도 있었다. 1, 2부로 소화하기에는 세계관과 콘텐츠 포맷이 조금 버겁기 때문이다. 10부작으로 시즌제를 시도해도 괜찮을 듯싶다.

이에 비해 영화 ‘호프’는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영화 포맷에 맞아 보인다. 괴수체가 난데없이 마을에 나타났고 이 괴수체를 타격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너나없이 나선다. 물론 실제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마을 사람들이 혼연일체 대응할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예전의 공동체적 감성을 드러내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비무장지대 안 가상의 마을일지라도 시대적 배경은 1970년대나 80년대를 연상하게 한다. 멸공이라는 단어가 마을 곳곳에 드러나듯이 권위주의 시대에 단결과 응집이 더 잘되던 조직 문화가 반영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가 과거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다문화주의가 버무려져 있기 때문이다. 침입자라고 여겼던 외계인들은 알고 보니 일정한 사연과 이유가 있었다. 만약 그들이 희망을 찾아나서 문제가 해결이 된다면 마을 사람들에게도 희망이 된다.

2편에서 스토리라인이 제대로 구성된다면 누군가의 희망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칸 영화제는 이 작품을 경쟁 부문 후보작에 올렸다. 완결되지 않은 작품을 말이다. 그렇다면 2부로 완결됐을 때 칸 영화제는 이 작품을 초청할 것이며 올바른 판단과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한국 관객들 손에 달려 있는 셈이다.

대중적인 선택도 마찬가지다. 나홍진 감독은 속편은 정말 모르겠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이는 고도의 전략이자 보고 싶은 관객이 많다면 관객 스스로가 스토리 전개의 지속 여부를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의 생존 여부도 결국 관객의 입과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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