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아픈 넷째 손가락’이라 부르며 25년간 공들여온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TG-C(옛 인보사)’의 미국 진출이 좌초 위기를 맞았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20일 미국 임상 3상 톱라인 결과를 통해 위약군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절반의 성공” 항변…10월 두 번째 3상 결과로 반전 노려
실제 공개된 1차 유효성 평가변수(투여 12개월 시점) 데이터를 살펴보면, 통증 평가지수인 VAS와 관절 기능 지표인 WOMAC 총점 모두 위약군의 강력한 플라시보(위약)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구체적으로 투여 12개월 시점의 VAS 기저치 대비 평균 감소폭은 TG-C군이 -38.7, 위약군이 -39.2로 유사했고(p=0.8322), WOMAC 총점도 TG-C군(-27.61)과 위약군(-26.54) 간 차이가 크지 않다(p=0.5701). 이로써 코오롱티슈진은 두 1차 지표 모두에서 통계적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반면 104주간의 안전성 평가에서는 전체 피험자군에서 중대한 이상 반응이나 새로운 안전성 신호가 나타나지 않아 안전성은 재확인됐다.
코오롱티슈진은 이날 서울 강서구 코오롱 원앤온리타워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번 결과를 임상 실패로 규정하는 시장의 시각에 적극 반박했다.
노문종 코오롱티슈진 대표는 “TG-C의 유효성 부분은 크게 의심하지 않으며 기존 임상 시험에서 얻은 결과보다 훨씬 더 우월하다고 본다”며 “투여군의 경우 통증 지수(VAS) 약 40점, 기능성 지표(WOMAC) 약 65점이 개선되며 24개월까지 효과가 지속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대조군(위약군)에서도 투여군과 유사하게 이례적으로 강하고 오랫동안 개선 효과가 나타나 통계적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성은 앞서 미국 임상 2상 등과 동일하게 입증됐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정형외과 의료기기 기업 ‘빅4’ 스미스앤네퓨의 최고의학책임자(CMO) 출신으로 올해 초 코오롱티슈진 CMO로 합류한 앤디 와이맨 박사도 이러한 위약 효과를 이례적으로 봤다.
와이맨 CMO는 “문헌 조사나 제가 이전에 참여했던 다른 골관절염 임상시험의 위약 효과 사례를 보더라도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단계”라면서도 “환자들의 베이스라인 VAS 스코어가 비교적 높은 40점 이상으로 시작했는데 이럴 경우 위약 효과가 조금 높을 수 있다는 가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상 3상 결과가 예상과 다르게 나온 이유를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현재 최우선 목표”라며 “로(raw) 데이터까지 철저히 분석해 명백한 이유를 밝혀내고 TG-C를 다시 환자의 품으로 돌려보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승호 코오롱티슈진 대표 역시 이번 결과를 임상 실패로 보는 시장의 시선을 강하게 반박했다. 전 대표는 “절대 임상 실패가 아닌 절반의 성공이자 하나의 성장통”이라면서 “주주분들께는 저희의 기대와 다르게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이 있지만, 아직 끝이 아니고 계속 여정에 있기에 이 부분을 고려해서 계속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근본적 구조 개선(DMOAD)을 시사하는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TKA) 발생 비율에서 유의미한 신호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TG-C 투여군은 310명 중 단 2명만 수술을 받은 반면, 위약군은 151명 중 8명이 수술을 받아 비율상 약 8.8배의 큰 차이를 보였다. 전 대표는 ”이 데이터는 향후 규제 기관과 논의하거나 상용화 이후 보험 경제성 평가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며 ”오는 10월 중으로 두 번째 임상 3상 결과를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오롱티슈진은 이번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공식 보고서를 올 4분기 중으로 수령한 뒤, 세부적인 원인 규명과 후속 데이터 분석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 결과 분석과 함께 오는 10월 발표가 예정된 두 번째 미국 임상 3상의 톱라인 결과를 놓고 규제 당국과 품목허가(BLA) 신청 등 향후 상업화 절차를 협의할 계획이다.

코오롱티슈진·생명과학·바이오텍, 수직계열화가 부른 ‘연쇄 붕괴’ 공포
회사의 이 같은 적극적인 해명과 투명한 소통 예고에도 자본시장은 코오롱그룹 바이오 계열사 전반으로 퍼질 연쇄 붕괴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시장의 냉혹한 평가는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결과를 발표한 지난 20일부터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 지주사 코오롱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도 3곳 모두 하한가를 기록 중이다. 이 영향으로 일부 주주는 이날 간담회에 출입시켜 달라고 회사 측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차세대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 ‘KLS-2031’ 등 다른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코오롱그룹의 바이오 사업에서 TG-C의 상징성과 자본 비중은 절대적이다.
코오롱생명과학(차세대 R&D 및 자금 지원), 코오롱바이오텍(생산), 코오롱티슈진(미국 임상 및 상업화)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뼈대가 TG-C라는 단일 자산에 의존해온 만큼, 파급효과는 계열사 전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존폐 기로에 선 곳은 임상을 주도한 코오롱티슈진이다. 지난 5년간 코오롱그룹 등으로부터 수천억 원을 수혈받았지만 핵심 신약의 가치가 흔들리며 막대한 투자금 상환 압박과 대규모 손상차손 인식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회사 측은 향후 자금 조달에 대해 “현재까지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철저한 원인 분석이 나오는 대로 최대주주와 충실히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상장 유지 리스크를 우려하는 시장의 불안감은 크다.
CDMO 기업 코오롱바이오텍도 오는 10월 발표될 추가 임상 결과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TG-C 상업화에 차질이 빚어지면 막대한 자금을 들여 구축한 충주 1공장의 가동 중단 및 유지비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코오롱바이오텍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년 100억 원 안팎을 지원해온 코오롱생명과학도 자금 지원을 지속할 명분을 잃게 되는 것은 물론 본업의 펀더멘털 악화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신약 실패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는 신규 R&D를 위한 외부 자금 조달마저 막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웅열 명예회장의 ‘흠집’, 이규호 부회장 리더십 시험대
이번 사태는 코오롱그룹 오너가의 리더십에도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TG-C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이웅열 명예회장이 주도해온 코오롱그룹 바이오 사업의 상징과도 같다. 지난 2019년 성분 뒤바뀜 문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 취소 사태 이후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는 이 명예회장의 25년 뚝심은 또 한 번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4세 경영을 본격화한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도 뼈아프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 그룹 바이오 사업의 중책을 맡고 코오롱티슈진 사내이사로 전격 합류했다. 하지만 합류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핵심 파이프라인이 좌초될 위기에 놓여 경영 능력을 입증해 그룹 승계에 속도를 낼 계획이 틀어지게 됐다. TG-C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그룹 전반으로 퍼지는 재무적 리스크를 차단해야 하는 위기관리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글로벌 세일즈 청사진을 그리며 등판했던 전승호 대표도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상업화 임무를 띠고 지난 3월 합류했지만 당장 데이터 원인 규명 책임 역할을 맡게 됐다. 전 대표는 “제가 상업화를 하라고 입사했는데 저도 확신을 하고 입사를 한 것”이라며 “불과 발표가 나오기 이틀 전까지도 바로 상업화를 할 회사와 미팅을 계속 하고 있었다”고 당혹스러운 심경을 토로했다.
김정인 코오롱티슈진 CFO(최고재무책임자)는 간담회 이후 본지와 만나 “회사는 해당 파이프라인뿐만 아니라 다른 파이프라인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결과로 인해 회사의 근본적인 사업 가치나 투자 가치가 바뀌지는 않았으며 변함이 없다”고 그룹사에 미칠 영향을 부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