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올라가면서 천문학계의 새로운 미스터리가 된 존재가 있다. 바로 작고 붉은 점, Little Red Dots(LRD)다. 제임스 웹이 촬영한 모든 사진 구석구석에 흐릿하지만 선명한 붉은 점이 찍혀 있다. 너무 멀고, 너무 작고, 그리고 너무 붉다. LRD는 대체로 우주의 나이가 10억 년 남짓밖에 되지 않은 아주 먼 과거 우주에서 발견된다.
크기가 정말 작은데 심지어 수백 광년 수준으로까지 작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특징은 LRD를 단순히 초기 우주의 어린 은하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이 난감한 LRD를 설명하기 위해 아주 극적이고 다양한 가설을 내놓기 시작했다. 아주 두껍고 짙은 먼지로 둘러싸인 활동성 은하라는 비교적 평범한 가설부터 초기 우주에서 아주아주 거대한 가스 덩어리가 한꺼번에 수축하면서 만들어진 초거대 원시 블랙홀일 가능성까지. 심지어 거대한 별 안에 블랙홀이 숨어 있다는 블랙홀 스타라는 개념까지 제시되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LRD가 별로 가득 찬 은하라면, 그 안에는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밀도 높게 별이 모여 있어야 한다. 고작 수백 광년 규모 안에 우리 은하와 맞먹는 수의 별을 우겨 넣어야 한다. LRD 중심에 활동적인 블랙홀이 있다고 보기도 애매하다. 빠르게 성장하는 블랙홀이라면 보여야 할 X선은 정작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LRD는 너무 선명하게 붉지만, 먼지도 X선도 훨씬 적어 보인다.
LRD의 정체를 알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그래서 그 중심에 있는 블랙홀이 정확히 얼마나 무거운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안에 이는 블랙홀이 정말 초거대질량 블랙홀인지, 아니면 아직 덜 성장한 중간 질량 블랙홀인지, 아니 애초에 정말 블랙홀이 있는지를 알아야 LRD의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다.
비교적 가까운 은하에서는 블랙홀의 질량을 잴 수 있다. 은하의 스펙트럼을 보면 펑퍼짐하게 넓게 퍼진 방출선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블랙홀 주변 가스 물질이 얼마나 빠르게 맴돌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블랙홀의 중력, 질량을 알 수 있다. 가까운 우주에서는 이 방법이 널리 쓰인다. 하지만 빅뱅 이후 고작 10억 년도 되지 않은 초기 우주에서도 이 관계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LRD의 스펙트럼은 평범한 활동성 은하핵과는 다르다. 그래서 일부 천문학자들은 LRD의 방출선이 실제 빠르게 움직이는 가스 물질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전자들의 다른 산란에 의한 일종의 착시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실제 블랙홀은 그렇게 무겁지 않고 주변의 가스 물질도 훨씬 느리게 맴돌고 있는데도 우리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산란 효과로 인해 스펙트럼의 방출선이 과도하게 넓어지면서 그 중심의 블랙홀의 질량을 최대 100배까지 과대평가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착각은 LRD의 정체를 전혀 다르게 오해하게 만든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달리 LRD는 훨씬 가볍고 평화로운 곳일 수 있다. 중심에 거대한 원시 블랙홀을 품고 있는 신비로운 천체가 아니라, 그저 밀도가 조금 높을 뿐인 조밀한 별 무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드디어 LRD가 품은 블랙홀의 질량을 ‘직접’ 측정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스펙트럼의 방출선에만 의지해서 블랙홀 질량을 추정하지 않았다. 대신 가스 물질이 실제 중심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측정했다. 이 놀라운 시도가 벌어진 현장은 아벨(Abell) 2744-QSO1. 일명 판도라 은하단으로 불리는 Abell 2744 뒤에 멀리 떨어져 있다. Abell 2744는 수많은 은하와 암흑물질을 머금은 거대한 은하단이다. 덕분에 배경 우주의 빛을 휘게 만들면서 천연의 거대한 렌즈 역할을 한다. 바로 중력 렌즈다.

배경에 QSO1은 극단적이고 절묘한 중력 렌즈 덕분에 세 곳에 허상이 나타난다. 이곳은 우주가 고작 7억 년이었을 때의 모습을 보여준다. 중력 렌즈는 너무 멀어서 원래라면 보기 어려웠을 어두운 천체의 빛을 더 밝게 증폭해준다. 천체의 빛을 더 넓은 범위로 넓혀주고 일그러뜨리면서, 작은 점이 아닌 면적과 크기가 있는 형체로 늘려버린다. 그래서 아주 먼 QSO1의 더 선명한 스펙트럼을 관측할 수 있었다.
제임스 웹의 NIRSpec 장치를 통해 적외선 영역의 스펙트럼을 관측했다. 중요한 건 여기서 단순히 QSO1의 빛 전체를 뭉뚱그려서 스펙트럼을 얻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천체 안에서 위치에 따라 스펙트럼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다 세밀하게 관측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QSO1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 가스 물질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쪽으로 움직이는지, 또 멀어지는 쪽으로 움직이는지, 또 그 속도가 공간적으로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세밀하게 그릴 수 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주목한 건 상대적으로 방출선이 좁은 Hα 선이다. QSO1의 Hα 방출선은 대략 600광년 범위에 퍼져 있다. 그 안에서 QSO1의 중심에서 외곽으로 가면서, 수소를 머금은 가스의 속도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확인했다. 이 머나먼 은하에 대해서 그 은하의 중심에서 외곽으로 가면서 회전 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나타내는 일종의 회전 곡선을 그린 것이다!
가스가 넓게 퍼진 별무리나 은하라면 회전 곡선은 은하 중심에서 밖으로 벗어나면서 비교적 완만하게 그려진다. 중심 질량이 넓은 반경에 걸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은하도 이에 해당한다. 반대로 중심에 거의 모든 질량이 한 점처럼 모여 있다면,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속도가 크게 줄어든다. 사실상 모든 질량이 태양에 몰려 있는 태양계에서 안쪽 행성에서 바깥쪽 행성으로 가면서 공전 속도가 크게 줄어드는 것과 같다. 이런 회전을 케플러식 회전이라고 한다.

이번 관측 결과 QSO1의 운동은 넓게 퍼진 별무리라기보다는 중심의 한 점에 질량이 몰려 있는 분포에 더 잘 들어맞았다. 즉 중심에 정말 무거운 블랙홀이 있는 경우가 더 자연스럽다. 정교한 3차원 움직임 분석을 더한 결과, 중심 블랙홀이 대략 태양 질량의 5000만 배 수준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건 정말 거대하다!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궁수자리 A*가 태양 질량의 약 400만 배다. 그런데 QSO1이 품은 블랙홀은 이보다 10배 이상 무겁다!
우주가 고작 7억 살밖에 되지 않았던 아주 먼 옛날 존재한 원시 은하가 백억 살은 거뜬히 넘긴 성숙한 우리 은하보다 훨씬 큰 블랙홀을 품고 있다는 말이다! 블랙홀 질량의 하극상이다! 이런 어린 은하가 우리보다 10배는 더 무거운 블랙홀을 품고 있었다니, 당황스럽다. 우주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은하들이 품고 있는 블랙홀의 질량도 야금야금 무거워졌을 거라 생각했던 그동안의 기대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QSO1에서 블랙홀 주변 순수한 별만의 질량도 따로 쟀다. 그 결과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별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2000만 배를 넘지 못한다. 즉 QSO1이 정말 중심에 거대한 블랙홀을 품고 그 주변에 별이 맴도는 천체가 맞다면, 중심의 블랙홀이 주변의 별 전체 질량을 합한 것보다도 두 배나 더 무겁다는 말이다.
이건 우리 주변 가까운 우주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형태의 은하다. 은하 중심 블랙홀이 아무리 무겁다 한들 은하 전체 질량에 비교하면 비중이 매우 적다. 보통은 천 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 QSO1는 별 전체 질량을 합한 것보다 더 무거운 블랙홀이 중심에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건 우리의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다.
이 당황스러운 QSO1을 어떻게 봐야 할까? 천문학자들은 일명 ‘발가벗겨진’ 거대 블랙홀로 설명한다. 보통 우리는 수천억 수조 개의 별들이 모인 은하 중심에 파묻힌 모습으로 블랙홀을 본다. 그래서 마치 별과 먼지가 먼저 모이고 그 다음에 나중에 은하 중심에 물질이 더 모이고 반죽되면서 블랙홀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QSO1의 존재는 정반대의 가능성을 강하게 보여준다. 블랙홀이 먼저 있었고, 아직 주변에 충분히 많은 별이 성장하지 못한 상태처럼 보인다. 이제 막 블랙홀만 태어난 갓난아기 은하가 별로 만든 멋진 옷을 입기 전의 상태인 셈이다. 그래서 수천억 수조 개의 별들로 화려하게 장식된 옷을 입지 못한, 아직 발가벗은 상태로 드러난 게 아닐까.
QSO1이 수많은 LRD를 대변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모습일지, 아니면 어쩌다 우연히 발견된 특이한 사례일지는 아직 알기 어렵다. 앞으로 더 많은 LRD에 대해서도 운 좋게 절묘한 중력 렌즈가 도움을 준다면, 이런 비슷한 분석을 시도할 수 있다. 적어도 QSO1만 본다면 LRD를 중심에 블랙홀을 품지 않은 고밀도 별무리라고 설명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 QSO1이 보이는 가스의 움직임은 중심의 거의 한 점에 막대한 질량이 모여 있어야만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QSO1가 모든 비밀을 푼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이상한 점이 남아 있다. 이렇게 거대한 블랙홀이 너무 조용해 보인다. 블랙홀이 이론적으로 얼마나 격렬하게 주변 물질을 집어삼킬 수 있는지와 비교해, 현재 실제로 얼마나 활발하게 물질을 집어삼키고 있는지를 비교하는 지표를 에딩턴 비율이라고 한다. 현재 QSO1는 에딩턴 비율이 고작 0.01 수준밖에 안 된다. 자신의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100분의 1 정도로 소식을 하고 있다. 아주아주 체중이 많이 나가는 울트라 헤비급 운동선수가 매일 옥수수 알갱이 하나만 깨작깨작 먹는 셈이다. 이건 사실상 휴면 상태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깨작깨작 물질을 잡아먹으면서 언제 그렇게 성장했는가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줄곧 지금처럼 물질을 잡아먹었다면 고작 7억 년 만에 태양 질량의 5000만 배 수준까지 성장하는 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금은 비록 거의 단식을 하고 있지만, 아주 어렸을 때 태어나자마자 격렬한 폭풍 먹방의 시절을 보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애초부터 아주 거대한 씨앗이 통째로 만들어졌어야 한다. 이른바 헤비 시드(heavy seed)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천문학계에서는 초기 우주의 거대 블랙홀을 설명하기 위해 두 가지 가설이 부딪힌다. 하나는 직접 붕괴 블랙홀이다. 초기 우주의 거대한 원시 구름이 통째로 별을 단 하나도 만들지 않고 그대로 곧장 붕괴하면서 거대한 블랙홀을 한꺼번에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이 경우 처음부터 태양 질량의 1만에서 100만 배까지 무거운 씨앗 블랙홀을 만들 수 있다. 애초에 아주 무거운 초우량아 상태로 블랙홀이 태어나기 때문에 이후 성장 과정에서 매일 격렬하게 폭풍 식사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직접 붕괴 블랙홀 가설도 한계가 있다. 이 모델에서는 보통 블랙홀 주변에 강한 자외선 빛이 필요하다. 그래야 가스 구름이 수축, 붕괴하는 과정에서 별이 되려고 하는 주변의 작은 반죽 덩어리들을 계속 흩어지게 하면서 별의 형성을 방해할 수 있고 딱 중심에 블랙홀만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QSO1 주변에서는 그런 강한 자외선 광원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과거 그런 역할을 했을 법한 격렬한 별 폭발이나 자외선 폭발의 흔적은 없다.
이보다 더 가정적인 가설이 바로 원시 블랙홀이다. 빅뱅 직후 아무것도 없던 초기 우주의 밀도 요동에서 블랙홀이 직접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가설도 완벽하지 않다. QSO1 주변은 거의 수소와 헬륨밖에 없는, 정말 원시적인 우주의 화학 조성을 보인다. 무거운 원소가 거의 없다. 주변에서 별이 태어나고 초신성이 터지면서 오염된 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확실히 블랙홀이 먼저 태어나고, 별(은하)은 나중에 만들어졌다는 선후관계를 강하게 지지한다.
하지만 QSO1가 품고 있는 블랙홀의 질량이 무거워도 너무 무겁다. 일반적인 원시 블랙홀 가설이 재현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결국 원시 블랙홀 가설을 따르더라도 태양 질량의 5000만 배 수준이라는 무거운 덩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블랙홀이 형성된 이후 빠르고 격렬한 폭풍 성장이 필요하다.
QSO1의 발견은 그동안 미지로 남아 있던 LRD의 정체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미스터리를 남긴다. 제임스 웹으로 점점 빅뱅 직후 우주의 과거로 다가가는 여정은 마치 우주라는 거대한 숲 속에서 드디어 처음으로 삽으로 땅을 파내기 시작한 것과 같다. 그동안 우린 우주라는 숲을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나뭇잎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기껏해야 땅 위에 드러난 모습만 구경했을 뿐이었다.
드디어 제임스 웹을 통해 우린 그 숲의 땅에 솟아난 작은 새싹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흙을 걷어내고 그 밑에 잠들어 있던 작고 붉은 씨앗, LRD을 만나기 시작했다. 땅 위에 자라난 꽃과 나무밖에 몰랐던 우리에게, 땅 속의 씨앗은 완전히 새롭고 낯설다. 그 작은 씨앗이 대체 어디에서 튀어나온 건지, 그 작은 씨앗이 대체 어떻게 이런 거대한 꽃과 나무를 이룰 수 있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여전히 우리에겐 낯설고 당황스러운 존재일 뿐이지만, 이제 그 작은 씨앗을 우리의 마음속에 옮겨 심고 새로운 우주론의 새싹을 키우기 시작했다.
참고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6-10579-4
https://academic.oup.com/mnras/article/548/1/staf2109/8607050
https://esawebb.org/news/weic2609/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e4bd0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UFO’ 등을 번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