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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문턱서 가까스로…
홈플러스, 영업 정상화까진 가시밭길

매장 열려면 상품부터 들여야 하는데 협력·입점업체 미지급금 등 공익채권만 1조 원

[비즈한국] 파산 문턱에 섰던 홈플러스가 메리츠금융과 최소 운영자금 2000억 원 조달에 합의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가 재개되는 대로 영업 정상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다만 매장 영업을 위한 상품 매입비와 운영비 부담이 여전히 큰 데다 협력업체와 입점업체에 지급하지 못한 대금도 쌓여 있어 정상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홈플러스가 20일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진=최준필 기자

MBK·메리츠 2000억 원 긴급자금 마련에 합의

홈플러스는 20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날은 법원이 지난 3일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정한 즉시항고 기한의 마지막 날이다. 법원이 즉시항고를 받아들여 회생절차를 재개하면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을 다시 제출할 기회를 얻게 된다. 회생계획안 인가 시한도 최종 기한인 9월 4일까지 연장된다.

앞서 법원은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2000억 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다만 즉시항고 기간인 2주 동안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할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고, 홈플러스는 마감 직전 2000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합의하면서 항고 절차를 밟게 됐다.

자금 확보는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의 극적인 합의로 성사됐다. 지난 16일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은 2000억 원 규모의 DIP(Debtor In Possession·회생기업이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 조달하는 운영자금) 금융 지원에 최종 합의했다. MBK파트너스는 DIP 대출에 대한 연대보증 규모를 기존 1000억 원에서 2000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고, 메리츠금융은 이사회를 열어 2000억 원 규모의 대출 실행을 결정했다.

그동안 MBK파트너스는 메리츠금융에 2000억 원 규모의 DIP 대출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메리츠금융은 우선 1000억 원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했지만, 추가 대출 실행을 위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개인 연대보증을 요구했다. 보증 범위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은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홈플러스 긴급자금 마련과 항고 추진 과정
6월 30일회생계획안 수정안 제출
7월 3일회생절차 폐지 결정
7월 9일MBK·메리츠 정치권 중재 간담회
7월 14일대통령실 주재 비공개 간담회
7월 16일2000억 원 DIP 금융 합의
7월 20일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즉시항고(예정)

지난 9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재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김종민 메리츠증권 대표가 참석한 간담회가 열렸고, 14일에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주재의 비공개 간담회도 진행됐다. 정치권의 중재와 압박이 이어진 끝에 결국 MBK와 메리츠금융은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김병주 회장이 홈플러스 회생에 필요한 2000억 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 대출에 연대보증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며 “메리츠 역시 이를 전제로 2000억 원 규모의 DIP 금융을 추진하고, 향후 회생계획 인가 절차에도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조 역시 회생절차 재개를 위해 일정 부분 협조하기로 했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관계자는 “직원들이 받아야 할 상여금 500억~600억 원가량을 분할 지급받고, 체불임금 소송 취하와 전배 위로금 지급 방식 등을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법원에 제출하는 항고 신청에도 관련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67개 매장 정상화하려면 상품 매입에만 2000억 필요

홈플러스는 회생절차가 재개되면 우선 매장 영업 정상화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운영자금 부족 등을 이유로 지난 13일부터 전국 67개 매장의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즉시항고를 통해 법원이 회생절차를 다시 이어가도록 결정하면 협력업체들과 협의를 거쳐 영업 재개 일정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긴급운영자금이 투입되더라도 매장 영업 재개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홈플러스가 협력업체 납품대금과 임직원 임금 등으로 지급해야 할 공익채권이 1조 원을 넘는 만큼, 확보한 자금을 밀린 대금 지급에 우선 사용할 경우 매장 정상화에 투입할 자금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매장 한 곳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상품 매입 자금은 약 3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영업을 중단한 67개 매장을 모두 정상화하려면 상품 매입에만 약 2000억 원이 필요한 셈이다.

운영자금 부족으로 상품 공급에 차질을 빚어온 홈플러스는 지난 13일부터 전국 67개 매장의 운영을 중단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다만 홈플러스는 회생과 매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매장 정상화가 필수적이란 입장이다. 영업을 재개해야 매출을 확보할 수 있고, 향후 인수자를 찾는 과정에서도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확보한 긴급운영자금의 상당 부분을 상품 매입과 매장 영업 재개에 우선 투입하고, 기존 미지급금은 업체들과 협의해 순차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매장 운영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홈플러스가 밀린 대금 등을 한꺼번에 지급하기보다 순차적으로 갚을 수 있도록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지급금 지급이 뒤로 밀릴 경우 협력업체와 입점업체의 자금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산대금을 받지 못한 업체들 사이에서는 홈플러스의 영업 재개가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라는 반응도 나온다.

입점업체 관계자는 “5월 정산대금도 아직 받지 못했다. 지급 시점에 대한 확답도 없어 막연히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홈플러스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매달 받는 정산대금에 생계가 달린 업체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매장 운영을 위해 상품 매입이 시급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밀린 정산대금을 뒤로 미루면서까지 상품 매입을 우선하는 것이 맞는지는 의문”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수용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장은 긴급운영자금 결정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홈플러스) 정상화는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정부와 국회는 남은 회생기간 동안 MBK의 행보를 철저히 감시하고, 노동자와 협력업체, 입점업체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정상적인 회생계획안이 마련되고 통과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유통 산업과 기업 이슈를 취재합니다. 놓치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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