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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프’의 또 다른 주연 ‘스텔라’의 특별함

‘현대’ 브랜드의 마지막 ‘후륜구동’…배우의 노력과 더불어 ‘씬 스틸러’ 등극

[비즈한국] 호프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 일부 평론가들이 1970년대에서 혹은 1980년대 정도로 표현한다. 하지만 자동차 매니아에게는 확실한 단서가 있다. 영화에서 가장 많은 장면을 함께한 자동차 ‘스텔라’ 때문이다. 

스텔라는 1982년 출시되었지만, 영화에 등장한 스텔라는 페이스리프트 된 후기형 중에서도 1986년 나온 APEX(당시 발음으로 ‘아펙스’) 버전이다. 현대자동차는 스텔라의 고급형 버전으로 ‘소나타(1세대)’를 1985년 출시했는데,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모두 크롬으로 감싼 것이 특징이다. 스텔라도 고급화를 시도하면서 APEX 버전은 사실상 소타나와 흡사한 디자인을 갖게 되었다.

당시 소나타의 개발명이 ‘Y1 소나타 1800’이었는데, 스텔라 APEX를 ‘Y1 소나타 1500’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도 있었다. 현재 전라남도 북평면 남창리에는 영화에 사용된 경찰차가 전시돼 있는데, 엠블렘에는 ‘STELLAR’가 씌어 있다. 별개의 얘기지만, 출시 당시 ‘소나타’였던 이름은 이후 ‘소나 타는 차’라는 조롱을 피하기 위해 ‘쏘나타’로 개명하게 된다.

영화에 등장한 스텔라는 1986년 출시된 스텔라 APEX 버전이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스텔라의 판매 종료는 1992년이지만, LPG 연료를 쓰는 택시는 1997년까지도 판매됐고, 단종 뒤에도 관용차로 쓸 수 있으니, 어쨌든 영화는 1986년 이후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느낌은 70년대로도 볼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현대적인 시점이다. 밀리터리 매니아라면 경찰서에 지급된 M16 총으로도 연도를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옛날 차임에도 영화에서 보여지는 스텔라의 모습은 흡사 현대적인 후륜구동 스포츠카의 모습이다. ‘스텔라로 저게 가능하다고?’라는 의문이 들지만, 못할 것도 없다. 스텔라는 후륜구동이기 때문에 드리프트와 ‘J 턴’도 가능하다. 스텔라를 마지막으로 현대차는 ‘엑셀’부터 전륜구동으로 모든 차를 만들게 된다. 당시에는 전륜구동을 혁신적인 기술로 자랑하기도 했었다. 지금 ‘현대’ 마크를 달고 나오는 내연기관 승용차는 모두 전륜구동이다. 후륜구동은 이제 ‘제네시스’ 브랜드로만 나오게 되는 고급차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J 턴은 반대편 차선 1개로 U턴을 하는 기술이다. 보통 U턴에는 반대편 2~3개 차로가 필요하지만, J 턴은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며 1개 차선만으로 차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보면, J 턴을 시연하는 레이서조차 한 번에 시도하기 어려운데, 이는 차마다 마력과 미끄러짐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J 턴이 되려면 뒷바퀴의 힘이 세야 하므로 주로 BMW ‘M’ 버전의 차들로 시도한다. 스텔라의 공차중량이 1000kg이라고 하니, 1.5리터 엔진이라도 컨디션이 쌩쌩하다면 가벼운 몸놀림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영화에서 ‘괴물’이 방향을 바꿔서 도망가자, 경찰차도 방향을 바꿔야 하는데, 시골 동네라 길이 넓지 않다. 이런 고난도 액션 영화에서 후진과 전진을 반복하면서 차를 돌리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냅다 J 턴으로 방향을 바꿔줘야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이 때 차를 운전하는 배우 정호연이다. 보통 자동차 장면을 찍을 때는 자동차를 캐리어에 실어서 찍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하면 뭔가 ‘진짜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감흥이 깨진다. 그래서 카메라는 자동차의 약간 위쪽에서 차를 운전하는 배우와 땅에 닿은 뒷바퀴가 한 장면에 보이도록 각도를 잡고서 냅다 드리프트를 친다. 여배우가 직접 레이서 수준의 드리프트를 구현한 것이다. 운전자가 보이지 않는 장면은 전문 레이서가 운전을 했겠지만, 중요한 장면에서 대역을 쓰고 안 쓰고는 영화적 리얼리티에 많은 영향을 준다.

자동차 장면만 봐도 이 영화가 디테일에 결벽증 수준으로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이지만, 역시나 ‘기계적 장치’인 총기류에서도 치밀한 연출이 보인다. 람보 영화처럼 총알이 무한대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계속 탄창을 바꿔 끼고 예비 탄창마저 소진되면 총을 버린다. 총뿐만 아니라 탄창이 든 무거운 가방을 억척스럽게 챙기는 모습도 영화 내내 나온다. 마지막 장면에서 차를 버린 네 명의 일행이 총 외에 무거운 가방을 나눠서 짊어지고 뛰는 것은 총알이 없는 총은 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총기류 액션에서 배우들은 탄창을 갈아 끼면서 노리쇠 전진까지 일일이 한다. 군대 나온 남자들이라면 이것만큼은 인정할 것이다.

나는 ‘돌비 애트머스’에서 영화를 봤는데, 총소리조차 흠잡을 데가 없었다. 무조건 소리만 크게 나오는 총기류 액션은 재미가 없다. 총소리의 타격감이 제대로다. 초반 1시간 이 영화는 아무 생각 없이 액션을 즐기는 영화다. 후반부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초반부 자동차와 총기류의 치밀한 연출만으로도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만든다.

우종국 기자

기업의 움직임 뒤에 있는 구조와 이해관계를 취재합니다. 드러난 사건보다 그 사건이 벌어진 이유를 설명하는 기사를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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