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스위스 바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펩타이드 CDMO(위탁개발생산) 전문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을 약 2조 7000억 원(14억 6000만 스위스프랑)에 인수하기로 했다. 기존 항체에 mRNA(메신저 리보핵산), ADC(항체-약물 접합체)로 시선을 확장하고 있었는데 펩타이드 분야도 추가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폴리펩타이드는 1996년 글로벌 제약사 페링의 펩타이드 생산사업부에서 분사한 CDMO 기업이다. 전 세계에서 상업적으로 승인된 펩타이드 의약품 3분의 1인 누적 1000건 이상의 펩타이드 관련 개발 및 생산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6% 증가한 2억 3660만 유로(4012억 원)를 기록했다.
폴리펩타이드의 핵심 경쟁력은 펩타이드다.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을 휩쓸고 있는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계열의 비만약은 모두 펩타이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이 비만 치료제 시장이 2035년경 최대 1500억 달러(약 20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료인 펩타이드 수요 또한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폴리펩타이드 전체 매출에서 비만·당뇨를 타깃으로 하는 대사 질환 치료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68%에 이른다.
폴리펩타이드는 대사 질환뿐만 아니라 항암제, 신경계 질환, 심혈관 질환, 면역 및 희귀 질환 등 다양한 치료 분야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혁신 신약 기업들에게 맞춤형 원료의약품(API) 생산도 지원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72%가 글로벌 빅파마에서 나올 정도로 네트워크도 탄탄하다.
생산 인프라와 공정 기술력도 매력적인 요소다. 밀리그램(mg) 단위의 소규모 맞춤형 프로젝트부터 톤(t) 단위의 대규모 상업 생산까지 가능하다. 생산 거점도 스웨덴 말뫼, 벨기에 브레인,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미국 토런스 및 샌디에이고, 인도 암베르나트 등 3개 대륙 5개국에 6개 시설을 두고 있어 글로벌 고객사의 현지 생산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폴리펩타이드 인수를 통해 차세대 정밀 의약품인 ‘방사성 동위원소 표지 펩타이드’도 선점할 수 있게 됐다. 방사성 동위원소 표지 펩타이드는 특정 암세포나 표적 조직에 결합하는 펩타이드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한 물질로, 암세포를 정밀 진단(PET, SPECT)하거나 표적에 방사선을 직접 조사해 치료(PRRT)하는 데 활용된다. 폴리펩타이드는 20년간 축적된 방사성 표지 펩타이드 제조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번 대규모 인수에 대해 “생산능력, 사업 포트폴리오, 글로벌 거점 등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대 성장축을 모두 아우르는 전략적 결정”이라고 평가하며 “양 사의 독보적인 역량을 결합해 고객에게 더욱 폭넓고 우수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글로벌 CDMO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