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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가 되면 AI가 갑자기 느려지는 이유는?

아시아·유럽·북미 수요 겹치는 ‘트리플 러시아워’…가장 한가한 시간은 새벽 5~8시

[비즈한국] 생성형 AI를 자주 사용하다 보면 같은 모델인데도 유난히 답변이 느린 시간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전에는 빠르게 글을 작성하고 자료를 분석하던 AI가 어느 순간 한참 답을 내놓지 않거나 오류 메시지를 띄운다. AI에도 이용자가 몰리는 출퇴근 시간이 있는 걸까.

전 세계 주요 지역의 업무시간을 한국시간에 맞춰보면 AI 사용량이 가장 많을 가능성이 큰 시간은 밤 10시 전후다. 이때 유럽은 오후 업무가 한창이고 미국 동부는 오전 업무를 시작한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퇴근 이후 개인 이용자가 글쓰기와 검색, 번역, 이미지 생성 등에 AI를 사용하는 시간이다.

다만 밤 10시가 전 세계 AI 사용량의 공식적인 정점이라는 통계는 없다. 오픈AI와 구글, 앤트로픽 등 주요 AI 기업은 국가별·시간대별 이용자 수와 서버 부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챗GPT와 클로드, 제미나이의 세계 이용량을 시간 단위로 합산한 자료도 없다.

전 세계 AI 서비스의 주요 지역의 업무시간과 앤트로픽의 이용 패턴 분석을 종합하면 한국시간 밤 10시 전후가 가장 붐빌 가능성이 크다. 이 시간에는 아시아의 야간 이용, 유럽의 오후 업무, 미국 동부의 오전 업무가 겹치며 수요가 집중된다. 사진=생성형AI

그럼에도 AI 사용량이 사람들의 생활시간을 따라 움직인다는 근거는 있다. 앤트로픽이 2026년 6월 공개한 ‘앤트로픽 이코노믹 인덱스’에 따르면 클로드 이용은 현실의 업무와 생활 주기를 비교적 충실하게 따라갔다. 업무용 이메일과 비즈니스 문서 작성은 이용자의 현지시간 오전 10시부터 11시 사이에 정점을 보였다. 뉴스 관련 질문은 오전 7시에 많았고, 요리법 요청은 오후 6시에 시간당 평균보다 2.3배 증가했다.

AI가 독립적인 디지털 세계에서 일정하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출근하고 식사하고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움직인다는 의미다.

밤 10시, 세 대륙의 이용자가 만난다

한국시간 오전 9시에는 한국과 일본이 업무를 시작한다. 오후 1시에는 점심시간을 마친 동아시아의 직장인이 업무에 복귀하고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이용 수요가 이어진다. 오후 4시가 되면 유럽까지 합류한다. 서머타임 기간 기준으로 한국시간 오후 4시는 영국 오전 8시, 독일과 프랑스 오전 9시다.

밤 9시부터는 미국 동부의 하루가 시작된다. 한국시간 밤 10시는 뉴욕 오전 9시, 런던 오후 2시, 파리와 베를린 오후 3시다. 아시아의 야간 이용과 유럽의 오후 업무, 미국 동부의 오전 업무가 동시에 겹친다. 세계 주요 AI 시장의 업무시간만 놓고 보면 이때가 글로벌 수요의 정점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다만 모든 이용자가 같은 서버에 몰리는 것은 아니다. AI 기업들은 세계 여러 지역의 데이터센터에 이용자를 분산하고 수요에 맞춰 연산 자원을 늘린다. 미국 이용자가 많아졌다고 한국의 AI가 반드시 느려지는 것은 아니다. 모델과 서비스에 따라 서버 운영 구조도 다르다.

속도는 이용자 수보다 질문의 무게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짧은 문장을 번역하는 요청과 수백 쪽의 보고서를 분석하는 작업은 필요한 연산량이 전혀 다르다. 웹 검색과 파일 분석, 코드 실행을 동시에 요구하거나 AI가 여러 단계를 스스로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작업은 훨씬 많은 컴퓨팅 자원을 사용한다.

앤트로픽 분석에서도 앱을 만드는 대화는 전체 대화 중간값보다 3배 넘는 토큰을 소비했다. 반면 일반적인 설명을 생성하는 작업은 중간값의 약 5분의 1에 그쳤다. 마케팅 관리자 업무에 해당하는 대화는 편집 업무보다 약 2.5배 많은 토큰을 사용했다. 이용자가 AI에 더 복잡한 판단과 실행을 맡길수록 서버 부담도 커지는 셈이다.

밤 10시는 미국에서 보고서와 이메일, 코딩 작업이 새로 시작되고 유럽에서는 오전부터 실행한 장시간 작업이 이어지는 시간이다. 아시아에서는 업무를 마친 개인 이용자의 글쓰기와 이미지 생성 요청이 더해진다. 접속자 수뿐 아니라 연산량이 큰 작업이 함께 쌓일 수 있다.

느리다고 모두 트래픽 탓은 아니다

AI가 느려지는 이유가 항상 전 세계 이용자 증가 때문인 것은 아니다. 서버나 네트워크 장애로 처리 가능한 연산 자원이 줄어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선택한 모델이 복잡한 추론을 수행하거나 웹 검색과 파일 분석 같은 외부 기능을 사용하면 답변이 늦어질 수 있다.

하나의 대화창을 너무 오래 사용한 경우에도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 생성형 AI는 새로운 질문뿐 아니라 이전 대화와 첨부 자료 등 필요한 문맥을 함께 처리한다. 대화 내용이 쌓일수록 모델이 읽어야 할 정보량도 늘어난다.

세계 업무시간을 반대로 계산하면 한국에서 AI가 상대적으로 한가할 가능성이 큰 시간은 오전 5시부터 8시 사이다. 유럽은 업무를 끝냈고 북미도 오후 업무를 마치거나 저녁에 접어든다. 한국과 일본은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기 전이다.

결국 전 세계 AI의 정확한 러시아워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만 알고 있다. 다만 앤트로픽의 이용 분석과 주요 지역의 업무시간을 종합하면 한국시간 밤 10시 전후가 가장 혼잡할 가능성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봉성창 기자

기업이 말하는 성장의 언어와 그 뒤에 놓인 현실의 간극을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날카롭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산업의 현재와 다음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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