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BS 드라마 ‘김부장’은 국내 드라마 부진의 원인을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 돌리던 이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토종 OTT들이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에 대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상파 TV 드라마는 더더욱 어렵게 생각됐다. 하지만 SBS 드라마 ‘김부장’은 국내 시청률 20%를 넘어선 데 이어 넷플릭스 제작 드라마 ‘참교육’을 제치고 글로벌 1위를 하기에 이르렀다.
결국에는 가장 지역적인 콘텐츠가 세계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고, 그것을 한국의 제작사와 방송사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김부장’이 10부작에 불과한 것에 SBS가 통탄한 이유를 알 만하다.

‘K-테이큰’이라는 별칭도 달렸다. 하이 콘셉트가 납치된 딸을 구하는 리암 리슨 주연의 영화 ‘테이큰’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테이큰’뿐만이 아니다. 많은 작품에 아버지가 딸을 구한다는 내용이 사용되었으니 이는 클리셰라고 할 수 있다.
이쯤에서 ‘김부장’이 K-테이큰이 아닌 ‘김부장’인 이유를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선 드라마 ‘김부장’은 악당들의 딸 납치극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를 넘어선다. 여기에 힘숨찐 캐릭터와 설정을 보여주는데 요즘 K콘텐츠 트렌드와 부합해 보인다. 힘숨찐 캐릭터와 설정을 반복하는 것에서 벗어나 여기에서 한 번 더 구조화한다. 특히 아빠가 간첩이라는 비밀이 작동한다. 정보요원이나 특작부대 출신이 아니라 간첩이라니 딸에게는 더욱 황당하고 혼란스럽다.
이는 한국인에게는 매우 특수한 상처와 불안 그리고 공포감을 자아낸다. 아빠 김부장은 남북파 공작원이라 복합적인 신분이다. 이런 점은 영화 ‘아저씨’나 ‘테이큰’을 넘어서는 매우 한국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남북분단 상황이라는 한국의 특수 상황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액션신과 갈등 구조를 심화하기 위한 극적 장치로 보인다.

더구나 김부장의 캐릭터는 이전의 남북 분단 첩보물과도 다르다. 남북한 양쪽에서 모두 추격을 벌이는 구조는 더욱 갈등을 심화해 몰입감을 높이며, 북한의 첩보원과 벌이는 또 하나의 스토리라인을 구축해 나가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 특수부대원 출신이 남한에 정착해 여고생 아빠이자 평범한 저축은행 직원으로 정착해 살고 있는 설정은 영화 ‘쉬리’와 비교해 진일보했다.
아울러 주변의 협력과 지지도 있어 인간애가 느껴진다. 성한수(최대훈), 박진철(윤경호) 등은 남한 정보요원 출신으로 김부장(소지섭)과 합심해 민지(서수민)를 구하는 데 위험을 불사하고 최선을 다한다. 세탁소 주인으로 위장한 정보요원 임씨와 직장 여직원으로 위장한 상아(손나은)도 알게 모르게 김부장을 돕는다.
더구나 민지를 폭행하고 납치한 주범은 학교 폭력과 맞물려 있다. 한국 액션물에서 조폭은 빠질 수 없는데 소시오패스 용역 깡패 출신으로 주학건설 회장 자리에 오른 삐뚤어진 부성애의 냉혈한 캐릭터 주강찬(주상욱)은 학폭을 저지른 딸을 위해 민지를 제거하려 한다. 부성애라는 공통점을 가진 김부장과 주강찬의 최종 대결 구조는 한국 사회의 계층과 권력 구조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주면서 극적 긴장감과 몰입을 유도한다.

이 드라마는 사실 말도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김부장 같은 인물이 있을까. 액션 연출은 만화 같다. 북한 특수부대 요원 출신이 주인공이라는 설정은 황당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는 다를 수도 있다. 북한은 엄존하며, 최근에는 대남·해외 정보 수집과 공작업무 총괄 기구인 ‘정찰정보총국’의 임무를 확대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런 상황이라면 ‘김부장’의 66호는 현실에서 더 많이 양성될 수밖에 없다. K콘텐츠는 황당한 내용일지라도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드라마 ‘김부장’도 마찬가지다. 만화 같은 상상력에 현실의 핍진성을 입힌 것이 K콘텐츠의 본질이다.
객관적으로 한국의 지상파나 케이블, 종편 방송이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대적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 ‘김부장’처럼 보편적인 포맷과 스토리 라인에 한국적인 정서와 구도, 설정을 더하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청자의 눈길을 끌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시청자의 수요에 맞춰 SBS 금토 드라마처럼 시즌제를 정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낭만닥터 김사부’, ‘모범택시’, ‘열혈사제’에 이어 ‘재벌형사’, ‘굿파트너’도 시즌2로 돌아온다. ‘김부장’도 충분히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