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회생절차 폐지 이후 버티기에 들어갔던 홈플러스가 결국 전국 67개 매장의 영업을 중단했다. 홈플러스는 운영자금 고갈로 정상 영업이 어렵다며 13일 전격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당일 아침에야 영업 중단 사실이 전달되면서 현장에서는 직원과 고객들의 혼란이 이어졌다.
직원들 출근한 뒤에야 ‘임시 휴업’ 공지

13일 낮 12시 찾은 홈플러스 매장 입구에는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직원들은 쇼핑카트를 입구로 옮기며 고객 출입을 막고, 급히 출력한 안내문을 매장 곳곳에 부착하고 있었다. 영업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를 두 시간 넘긴 시점까지도 휴업 안내 작업이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직원들조차도 이날 아침 평소처럼 출근한 뒤에야 휴업 사실을 전달받으면서, 고객 안내와 출입 통제 조치가 뒤늦게 이뤄진 것이다.
한 직원은 “오늘 1주일 임시 휴업을 갑작스레 통보받았다. 20일에 법원 결정이 나오는 만큼 그 결과에 따라 추후 근무 여부가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임시 휴업에 들어가면서 매장에 온 고객들의 혼란도 이어졌다. 임시 휴업 소식을 듣지 못한 채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직원들의 설명을 들은 뒤 허탈한 모습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한 고객은 “갑자기 영업을 하지 않는다니, 이게 무슨 일이냐”며 “홈플러스가 이렇게 문을 닫게 될 줄은 몰랐다.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임시 휴업 소식을 듣고 제품을 환불하기 위해 매장을 찾은 고객들도 눈에 띄었다. 고객들은 구매했던 물건을 언제까지 환불할 수 있는지를 물었고, 직원은 “오늘까지는 제품 환불이 가능하다. 내일부터는 매장에 직원들이 근무하지 않는다”며 “이후 상황은 잘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문화센터에는 갑작스러운 휴업 소식을 접한 회원들이 강좌 취소와 수강료 처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몰렸다. 고객센터 전화기는 쉴 새 없이 울렸지만, 직원은 현장 문의를 처리하느라 전화를 받을 여유조차 없었다. 한 회원은 “임시 휴업에 들어가니 수강료를 환불받으라는 문자를 받고 급하게 찾아왔다”며 “이전까지 아무런 안내도 없었다. 이런 식으로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이날 전국 67개 매장의 임시 휴업을 결정해 현장에 통보했다. 홈플러스는 “운영자금이 모두 고갈돼 상품대금 지급은 물론 유틸리티 비용 등 매장을 유지하기 위한 운영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매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어 보안 및 안전 유지를 위해 13일부터 상황 변화가 있을 때까지 본사 및 대형마트 매장 모두 임시 휴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직원들도 이날 아침 평소처럼 출근한 뒤에야 영업 중단 사실을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는 오전 9시 51분 전사 게시판을 통해 휴업 방침을 공지했다.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같은 날 법원에 ‘일시적 영업의 휴지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직원 공지와 휴업 돌입, 법원 신청이 모두 당일 벌어진 만큼 영업 중단 조치가 상당히 급박하게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반값 할인 뒤 전면 휴업…파산 수순 밟나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가 제출한 회생계획 수정안의 수행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인가 전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영업 정상화에 필요한 2000억 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14일의 즉시항고 기간 안에 자금 마련 방안을 확보해 항고할 경우 회생절차를 이어갈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단기간에 2000억 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양측이 지원 방식과 책임 범위를 두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이후 홈플러스 현장 상황은 빠르게 악화됐다. 주차·미화 등 협력업체와의 계약이 종료됐고, 직원식당 운영도 중단됐다. 지난 10일부터는 매장 전 품목을 50% 할인하는 재고 소진 행사에 들어갔다. 운영자금이 바닥난 상황에서 남은 재고를 현금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노조 측은 “MBK와 사측은 전 품목 50% 할인행사에 대해 ‘영업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조치’라며 청산 준비가 아니라고 답변했다”며 “하지만 주말이 지나자마자 매장 임시휴업을 결정하고, 한마디 공지도 없이 기습적으로 통보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가 이번 주 안에 파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점포의 정상 영업이 사실상 중단된 데다, 회생을 이어가기 위한 운영자금 확보 가능성도 희박하기 때문이다. 파산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노조와 입점업체들은 정부에 긴급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홈플러스 입점업체점주협의회는 정부와 관계기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하며 15일 전국 점주 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도 같은 날 MBK 본사와 청와대 앞에서 ‘홈플러스 살리기 국민대회’를 개최한다.
노조는 “마트 노동자뿐만 아니라 입점업주, 협력 외주업체 등 홈플러스에 생계를 기댄 수십만 국민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정부는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