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청와대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광주 군공항 부지에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광주 군공항은 무안군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무안군은 광주국제공항의 민간공항 선이전, 국가 차원의 획기적인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광주 군공항 이전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무안국제공항은 2024년 12월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로 인해 무기한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청와대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참사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무작정 공항을 이전할 수도 없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6일 “기업들은 호남권 입지 후보지 중에 광주 군공항이 가장 적합한 부지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광주 군공항 지역은 약 250만 평 규모의 부지 확보가 가능하고, 공항 특성상 이미 평탄화가 완료된 만큼 부지 공사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강 실장은 이어 “광주 도심과 KTX역에 인접해 인력 확보와 정주 여건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으며 도로, 공항, 항만 등과 연계한 물류 접근성도 우수한 것으로 검토됐다”며 “이에 따라 광주 군공항 부지에 호남권 반도체 산단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환영 입장을 냈다. 광주상공회의소는 “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최적 입지로 광주 군공항 부지를 선정하기로 한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이번 결정은 새롭게 출범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도약하는 역사적 전환점이자 국가균형발전과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실현할 국가적 핵심 프로젝트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광주 군공항에 반도체 산단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우선 광주 군공항을 대체할 군공항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무안군으로 이전하는 방향으로 어느 정도 합의된 상태다. 국방부는 지난 4월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광주 군공항 이전을 위한 예비 이전 후보지로 무안군 망운면 일대를 선정했다”며 “향후 관계 기관 및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광주 군공항 이전 후보지를 신속히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변수는 공항 이전 예정지인 무안군의 태도다. 김산 무안군수는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 부지로 광주 군공항 부지를 결정한 것을 크게 환영한다”면서도 “무안군이 일관되게 제시해온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선이전 △전남광주특별시와 정부의 1조 원 규모 지원 △국가 차원의 획기적인 인센티브 제공 등 3대 요구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조속히 가시화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광주국제공항은 군공항 겸 민간공항으로 사용 중이다. 광주국제공항 민간공항은 현재 국제선은 운항하지 않고, 광주-김포와 광주-제주 노선만 운항한다. 무안국제공항이 2007년 개항하면서 국제선 노선을 이관했기 때문이다. 무안군은 여기에 광주국제공항 국내선 노선도 이관을 요구하고 있다.

김산 군수가 내건 3대 요구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광주 군공항 이전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김 군수는 앞서 7월 2일에도 “(3대 요구조건이) 가시화된다면 국방부의 이전 후보지 선정을 위한 회의를 비롯한 후속 협의에 지체 없이 열린 자세로 성실히 임할 것”이라면서도 “군민의 권익과 지역의 미래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추진이 계속된다면 관련 절차 전반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를 요구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다만 광주국제공항 국내선 노선을 모두 무안국제공항으로 이관하면 옛 광주광역시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제주도를 가려면 무안국제공항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다. 옛 광주광역시 인구와 무안군 인구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광주국제공항과 무안국제공항의 거리가 약 50km임을 감안하면 이용객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더구나 광주-제주 노선은 호남권에서 수요가 상당하다.
무안군이 요구하는 1조 원 지원과 국가 차원의 획기적인 인센티브도 아직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물론 정부는 무안군에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무안군은 더 구체적인 지원 내용을 요구하고 있다. 김산 군수는 지난 6월에도 “군공항 이전 논의가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 지원방안 마련보다 행정 절차 진행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다른 문제는 2024년 12월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활주로 이탈 사고’다. 현재도 사고 진상 파악을 위해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며 조사 종료일도 예측이 어려운 상태다. 무안국제공항의 정기 노선 운항은 전면 중단된 상태이며 재개항 일정도 현재로는 결정된 게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무리하게 광주국제공항의 민간공항과 군공항을 이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기에 사고 원인이 무안국제공항 둔덕이나 활주로 문제로 결론 난다면 공항 구조를 변경하는 대대적인 공사를 해야만 한다. 이렇게 되면 광주국제공항 이전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청와대는 반도체 산단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광주국제공항 이용객의 불편, 무안국제공항 참사 조사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참사 유가족들은 여전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사고 처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공항 이전 논의를 진행하면 이에 따른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