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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 첫날 13% 급등…
40조 ‘실탄’ 확보

최태원 SK 회장 “AI 에이전트·로봇으로 메모리 수요 폭발”

[비즈한국] SK하이닉스가 미국 금융시장의 심장부인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상장 첫날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몰리며 주가가 공모가 대비 13% 이상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상장으로 SK하이닉스는 4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며 글로벌 AI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막강한 자본 실탄을 쥐게 됐다.

10일 오전 9시 30분(현지 시각),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오프닝 벨’ 행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고승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타종을 하며 나스닥 ADR 거래 개시를 알리고 있다. 사진=나스닥

현지시간으로 10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한 SK하이닉스는 공모가인 주당 149달러보다 13.08% 급등한 168.01달러로 첫날 거래를 마쳤다. 이날 170달러로 거래를 시작한 주가는 장중 한때 177달러까지 치솟는 등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거래는 임시 종목코드인 ‘SKHYV’로 이뤄졌으며, 오는 13일부터는 정식 티커인 ‘SKHY’로 변경되어 정규 거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나스닥 상장을 통해 SK하이닉스가 조달한 자금은 총 265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다. 이는 한 달 전 상장한 스페이스X(857억 달러)에 이어 미국 증시 사상 올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주식 공모이며, 외국 기업의 미국 상장 역사상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이날 마감 가격을 기준으로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을 단순 계산하면 약 1조 2000억 달러 규모로 커진다. 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시가총액 수준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상장 기념 인터뷰에서 소회를 밝혔다. 최 회장은 “15년 전 하이닉스를 인수했을 때 가졌던 하나의 꿈이 이제 현실이 됐다”며 이번 나스닥 상장을 “진정으로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도체 호황기 정점론에 대해 반박했다. 최 회장은 “우리는 지금 AI 시대에 살고 있다”며 “AI 에이전트나 물리적 AI 로봇 등은 실제로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양의 메모리 칩을 영구적으로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과거의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던 주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영구적인 변화가 시작됐다”고 확신했다.

최 회장은 고객사들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현장 분위기를 빌려 설명했다. 그는 “고객과 파트너들을 만날 때마다 모두가 더 많은 칩을 원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가 5년 내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을 때조차 고객들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물량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고대역폭 메모리(HBM) 사용량을 줄이려 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는 전혀 보이지 않으며, 올해와 내년 생산 물량을 확대해 달라는 요청만 쇄도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최 회장은 미국 내 추가 투자 및 글로벌 자본력 활용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는 “AI, AI 데이터센터, 관련 기술 및 스타트업 분야와 파트너들과의 합작법인 등 다양한 형태의 AI 사업에 적어도 수백억 달러 규모의 큰 투자가 머지않아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 월가와 현지 언론은 SK하이닉스의 성공적인 나스닥 등판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상장을 두고 “AI 주도 칩 수요가 구조적으로 견고하다는 증거이자, AI가 메모리 산업의 오랜 경기순환 구조를 바꿀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시장의 거대한 베팅”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이번 공모가 미국 전체 주식 사상 역대 2위 규모라는 점에 방점을 찍으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엔비디아를 넘어 반도체 인프라 전반으로 확산하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보도했다.

투자회사 에이제이벨의 댄 코츠워스 투자 책임자는 로이터통신에 “미국의 수요가 일부 시장의 예상보다 강했다”며 “이는 메모리 반도체 상승세가 정점을 찍은 게 아니라 숨 고르기 국면이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야후파이낸스는 그동안 한국 시장의 까다로운 절차로 투자를 망설였던 글로벌 거대 자본들이 안방에서 달러로 직접 세계 최대 HBM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된 점을 이번 상장의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김민호 기자

중화학공업·에너지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와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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