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중력은 어디에나 있다. 가장 익숙한 힘이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수상한, 이해할 수 없는 힘이다. 우주를 크게 보면, 중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은하 가장자리의 별들은 예상보다 너무 빠르게 돈다. 은하단의 은하들도 그렇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돈다면 별과 은하들은 진작 오래전에 사방으로 흩어졌어야 하지만, 우주의 구조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마치 우주가 보기보다 더 무거운 물질로, 강한 중력으로 뭉쳐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시작해, 갈릴레이, 뉴턴, 그리고 아인슈타인까지. 역사 속의 위대한 물리학자, 철학자들은 모두 중력의 비밀에 도전했다. 그리고 여전히 우린 중력을 100%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서 현대 우주론의 가장 큰 논쟁이 벌어진다.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은 ‘보기보다 무거운 우주’를 설명하기 위해 암흑물질을 고안했다. 암흑물질은 중력에는 기여하지만, 아무런 빛을 내지 않는다. 단순히 어두운 게 아니라 빛을 발하지도 흡수하지도 않는다. 빛과 그 어떤 상호작용도 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망원경으로 볼 수 없다. 단지 암흑물질이 채운 중력적 효과로 어렴풋이 느낄 뿐이다. 암흑물질은 은하와 은하단을 붙잡는 보이지 않는 손, 뼈대처럼 작동한다.
하지만 여전히 암흑물질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결국 그 대안 가설이 등장했다. 뉴턴 수정역학 MOND다. MOND를 주장하는 물리학자들은 애초에 보이지 않는 물질 같은 걸 가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대신 더 극적인 가정을 시도한다. 중력 법칙 자체를 고치면 된다고 말이다. 특히 중력 가속도가 극도로 약한 곳, 거리가 아주 큰 스케일에서는 중력이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MOND가 오랫동안 매력적인 대안으로 여겨진 이유는 분명하다. 특히 은하 회전 곡선에서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나선은하의 외곽 별들은 보이는 물질, 바리온만 고려하면 너무 빠르게 돈다. MOND는 암흑물질을 추가하는 대신, 이렇게 중력의 스케일이 아주 약한 은하 외곽에서 중력 법칙이 다르게 작동한다고 말한다.
중력은 거리가 멀어지면 그 제곱에 반비례해서 약해진다. 두 배 멀어지면 네 배 약해지고, 세 배 멀어지면 아홉 배 약해진다. 거리를 r이라고 하면 중력의 세기는 대략 1/r²에 비례해서 줄어든다. 여기서 거리의 지수 2가 중요하다. MOND는 이 숫자가 2가 아닌 다른 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2가 아니라 1이라면 어떨까? 중력은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훨씬 느리게 약해진다. 그러면 아주 멀리 떨어진 물체라도 기대보다 더 강한 중력으로 붙잡힐 수 있게 된다. MOND가 암흑물질 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별과 은하들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방식이 바로 이렇다.
정말 그럴까? 수천만, 수억 광년에 이르는 거대한 스케일에서 중력이 1/r²보다 더 완만하게 약해질까? 이 답을 찾기 위해서는 고작 은하 하나 정도만 봐서는 부족하다. 은하의 회전 곡선보다 더 거대한 스케일에서, 사실상 우주 전체에 대해서 중력의 작동 방식을 따져봐야 한다. 가장 좋은 도구가 있다. 우주의 가장 오래된 빛, 가장 멀리서 날아온 빛인 우주배경복사다.
최근 천문학자들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우주론 망원경, ACT를 활용해 수년간 우주 전역의 우주배경복사 지도를 완성했다. 그리고 그 다양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그 중에는 우주 전체에 대해서 MOND의 가능성을 면밀하게 분석한 놀라운 결과도 담겨 있다. 과연 그 결론은 어땠을까?
우주배경복사는 아주 멀리, 우주 끝자락에서 날아온 빛이다. 빛이 날아오는 동안 다양한 은하단을 통과하게 된다. 은하단 안에는 뜨겁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전자들도 많다. 우주배경복사의 빛, 광자가 은하단 속의 자유전자와 부딪히면서 산란되는 효과를 받는다.
이때 은하단이 우리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에 따라, 산란의 양상이 달라진다. 만약 은하단이 우주배경복사를 기준으로 우리 쪽을 향해 다가오거나 멀어지고 있었다면, 그 안의 전자들도 함께 움직이게 된다. 그러면 전자에 의해 산란된 우주배경복사 광자에는 은하단의 움직임이 반영된 아주 미세한 도플러 효과가 섞인다. 그 결과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중인 은하단을 통과한 우주배경복사 빛은 미세하게 더 뜨겁게 보이게 되고, 멀어지는 은하단을 통과한 빛은 더 차갑게 보이게 된다. 이러한 효과를 운동학적인 수냐예프-젤도비치 효과(Kinematic SZ effect)라고 한다.

물론 이 신호는 워낙 미미해서 은하단 하나만 생각하면 사실상 배경 잡음에 파묻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수십 만 개가 넘는 우주 전역의 은하, 은하단을 모아놓고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은하단이 우리를 향해 평균적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다. 우주에 있는 두 은하단을 생각해보자. 이들은 완전히 랜덤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두 은하단은 서로의 중력으로 끌어당긴다. 서로 가까워지려는 경향이 있다. 그 속도에 두 은하단이 주고받는 중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단서가 담긴다.
천문학자들은 ACT를 통해 완성한 가장 따끈한 우주배경복사의 지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년간 함께 이어진 SDSS의 방대한 은하 지도 데이터를 접목했다. 이번에 사용한 은하들은 적색편이가 0.44에서 0.66 사이에 있다. 이 범위는 중요하다. 이 구간에서는 은하들의 공간적 분포가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에 따라 우주 거대구조 자체가 변화한 효과는 배제하고, 단순히 거리에 따라 중력이 얼마나 완만하게 혹은 가파르게 약해지는지만을 깨끗하게 분석할 수 있다.
이번 분석에 사용한 두 은하단의 평균 거리는 30~230Mpc 정도다. 지름 10만 광년의 우리 은하 지름이 고작 0.03Mpc밖에 안 된다는 걸 생각하면, 이번 연구는 은하 하나 안에서 작동하는 중력을 본 게 아니라, 은하 하나는 거뜬히 벗어나는 우주론적인 범위에서 중력을 테스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대적인 탐사를 통해 확인한 거리에 따라 중력이 약해지는 그 지수의 값은 얼마였을까? 결과는 2.1±0.3 정도다. 일반적인 표준 뉴턴 법칙,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기반한 오늘날 ΛCDM 우주론에서 n=2가 되어야 한다. 반면 가장 단순한 모델의 MOND를 가정하면 n=1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 관측 결과는 2에 근접한 값이 나왔다. 확실히 1은 아니다. MOND가 우주 전체 스케일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번 발견만으로 MOND를 믿는 물리학자들이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할 것이다. MOND에서는 다른 주변의 은하, 은하단의 중력에 의한 효과, 외부장 효과(External Field Effect, EFE)와 같은 복잡한 요소가 많다. 어떤 천체가 자체적으로는 약한 중력장에 놓여 있더라도 외부의 더 큰 중력장이 배경에 깔려 있다면 그 천체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EFE까지는 체계적으로 분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무려 수십, 수백 Mpc에 이르는 우주론적 스케일에서 중력을 테스트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아무리 외부장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이번 결과를 강하게 반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참고
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newton-s-law-gravity-passes-its-biggest-test-ever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8/1475-7516/2025/11/061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8/1475-7516/2025/11/0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