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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부동산 조각투자 펀블 파산…
‘샌드박스’ 뒤늦게 개선

롯데월드타워·엘시티 등 공모 흥행했지만 적자 이어져…카사·루센트블록도 줄줄이 난항

[비즈한국]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 펀블이 파산 선고를 받았다. 펀블은 1세대 조각투자 업체로 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정작 제도권 문턱을 넘지 못해 사실상 시장에서 퇴장하게 됐다. 펀블과 더불어 부동산 조각투자의 초기 시장을 연 사업자들이 잇따라 퇴장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샌드박스 제도 개선에 나서자 ‘뒤늦은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세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인 펀블이 서비스 종료 후 약 두 달 만에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사진=펀블 홈페이지

7월 3일 서울회생법원 제16부는 펀블의 파산을 선고했다. 채권신고기간은 7월 20일까지이며 채권자집회는 8월 13일로 지정됐다. 동명의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을 운영하던 펀블은 서비스 종료 후 약 두 달 만에 파산 수순을 밟게 됐다.

펀블은 2019년 펀드블록글로벌이라는 회사명으로 출범한 1세대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다. 아너스자산운용, 맥쿼리투자신탁운용, 하나대투증권(현 하나증권) 등을 거친 조찬식 대표가 설립했다. 펀블은 2021년 5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고, 이듬해 5월 ‘전 국민이 커피 한 잔 값으로 건물주가 되는 세상’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 플랫폼을 오픈했다. 투자자는 상업용 부동산에 5000원부터 투자해 매월 임대 수익을 받고, 자산을 매각할 경우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

펀블은 2022년 8월 첫 공모인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1호 청약을 개시 이틀 만에 조기 마감하며 성공적으로 출발했다. 이후 해운대 엘시티, 현대테라타워 DMC 1호, 더 코노셔 여의도 1호 등의 공모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2024년 1월에는 보안 솔루션 기업 SGA솔루션즈에 인수돼 지분 38.8%를 넘기며 계열사가 됐다.

펀블은 2022년 8월 첫 공모인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1호 청약을 개시 이틀 만에 조기 마감하며 성공적으로 출발했다. 사진=펀블 홈페이지

문제는 청약 흥행에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펀블의 영업손실은 2022년 38억 원, 2023년 22억 원, 2024년 21억 원을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각투자의 제도권 진입 과정에서 문턱을 넘지 못했다. 펀블은 2025년 6월 수익증권 발행·청약·모집을 모두 할 수 있는 라이선스인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예비인가에 도전했으나 취득에 실패했다. 자기자본 최저 10억 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펀블은 올해 4월 30일 마지막 수익증권 거래를 끝으로 5월 14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펀블은 조찬식 대표 명의의 안내문을 통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기간 동안 투자자의 신뢰 속에 성장해왔다”며 “그러나 제도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플랫폼 운영을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운영 종료 후 펀블은 남은 신탁 부동산의 공개경쟁입찰(공매) 절차를 진행한다. 매각 대금 확정 시 투자 수익자에게 처분 대금을 지급하고 이후 자산의 수익증권을 말소한다. 실제로 지난 3일 온비드에 펀블의 남은 부동산 중 하나인 해운대 엘시티의 공매 공고가 게시됐다. 투자자 수익금과 예수금은 계좌 관리 기관인 SK증권 계좌에 보관된다.

어려움을 겪은 건 펀블만이 아니다. 초기 시장에 뛰어든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 곳곳이 시장에서 버티지 못하거나 제도권 진입에 실패했다. 국내 첫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으로 시작한 카사코리아는 2023년 대신증권에 인수됐지만 이후 영업손실은 2024년 58억 원, 2025년 61억 원으로 오히려 적자 폭이 커졌다. 결국 카사코리아도 신규 공모를 중단하고 보유한 부동산을 차례로 매각하면서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2018년 설립해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는 루센트블록도 상황이 펀블과 비슷하다. 루센트블록은 2025년 9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유통플랫폼) 운영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예비인가 심사 과정에서 루센트블록은 불공정 심사, 기술 탈취 의혹 등을 제기했지만 끝내 인가를 받지 못했다. 루센트블록은 최근 소셜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하고 조각투자 유통시장 진출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6월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시점부터 배타적 운영권(일정 기간 독점 운영)을 부여하는 방안을 내놨다. 지금까지는 혁신서비스 지정 기간이 끝나고 정식으로 인허가를 받아야 최대 2년간 배타적 운영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펀블, 루센트블록 등의 사례를 들어 “뒤늦은 대책”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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