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미술의 기름진 토양을 일구기 위한 작가 지원 프로그램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2를 시작한다. 본 기획은 이제 미술계로부터 작가를 발굴 육성하는 의미 있는 행사로 인정받았다. 작가들 사이에서는 참여하고 싶은 프로젝트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미술 응원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추구해온 기본 키워드는 ‘한국미술의 다양한 흐름의 수용과 발전적 변화의 모색’이었다. 이러한 원칙의 결실로 한국현대미술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점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익숙한 현실이나 풍경에서 우리는 편안함을 느낀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는 낯선 감정에 빠져든다. 그런데 거기에는 묘한 흥분이 있다. 설렘이다.
그렇다면 편안함 가운데 설렘이 주는 느낌은 어떨까. 안정된 일상을 바탕으로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탈 같은 것, 이를테면 처음 간 여행지에서 만날 수 있는 감정 같은 것이다. 명승지에 숨어 있는 색다른 풍경을 문득 만났을 때 느끼는 야릇한 흥분도 그렇다.
익숙한 현실이 낯설어 보일 때가 있다. 매일 마주치는 평범한 일상에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자연이 빚어내는 특이한 풍경도 그런 경우다.


소나기가 한바탕 휘젓고 지나간 늦여름 저녁 석양을 머금고 피어오른 핏빛 뭉게구름. 정월 대보름 언저리 도심 빌딩 사이로 느닷없이 떠오른 비현실적으로 커다란 달. 비를 흠뻑 끌어안은 시커먼 구름을 배경으로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는 마을 풍경. 무심코 바라 본 푸른 하늘에 떠 있는 허연 달. 고층 건물이 즐비한 서울 도심에서 만나는 궁궐의 스카이라인.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진부한 일상 속에서 이런 풍경을 만났을 때 우리는 신선한 충격을 받곤 한다. 익숙함 속에서 설렘을 찾아낸 흥분과도 흡사하다.
예술이 가져다주는 신선함도 이런 것이 아닐까.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새롭게 보이게끔 만들어주는 것은 명작의 조건 중에 하나다. 미술사 속에 이름을 올린 수많은 명작들은 이렇듯 익숙한 현실에서 새로운 모습을 찾아냈다.
송광찬이 추구하는 작업의 지향점도 익숙함 속에 존재하는 낯선 시선을 찾는 일이다. 그는 사진으로 일상의 익숙한 풍경을 잡아낸다. 도심의 분위기나 거리의 모습, 낯선 도시의 평범한 일상 혹은 그 속에서 무심히 스쳐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작업이다.


사진 매체의 본질은 일차적으로 현실을 가감 없이 포착하는 것이다. 송광찬이 작업의 범위로 삼아온 현실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풍경들이다. 그런데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낯선 시선이 익숙한 풍경 속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현대 건물과 공존하는 궁궐의 내면을 보여주는 작가의 시선도 그렇고, 궁궐 뜰에 피어난 꽃들을 무채색으로 처리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궁궐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시간의 거리를 보여주려는 듯하다. 작가는 이런 효과를 만들기 위해 ‘적외선 기법’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적외선 기법을 통해 세상을 포착하려고 합니다. 평범한 풍경도 개개인의 목적성을 갖고 해석하기에 따라 특별한 풍경이 되는 것처럼, 특정한 파장을 통과하여 보는 장소는 흔한 일상을 조금 더 특별하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송광찬의 사진에는 익숙하지만 비현실적인 설렘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