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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철공소 이전 논의만 3년째, 옮길 사람도 늙어간다

2023년 ‘1279개소 통이전’ 구상에도 확정 이전지 없어…고령화에 협업 구조 약화 우려

[비즈한국]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통이전 논의가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현장 운영자들의 나이도 높아지고 있다. 2023년 철공소 1279개소를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인근으로 옮기는 구상이 나왔지만, 확정 이전지와 지원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이전지가 정해져도 그때 가서 다시 일할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4가 철공소 거리. ‘정밀’, ‘가공’ 등 간판이 걸린 공장들이 보인다. 사진=정원혁 기자

2일 오전 9시께 찾은 문래동 철공소 골목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철을 자르거나 깎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골목에는 ‘가공’, ‘테크’, ‘정밀’, ‘산업’ 등 비슷한 단어가 붙은 간판을 단 업체들의 사무실이 이어졌다. 절단기와 가공 기계가 놓인 작업장 안팎에서 만난 운영자 상당수는 60~70대였다.

철공소 운영자들은 통이전 관련 질문에 대체로 냉담했다. 논의가 3년째 이어지는 동안 운영자들의 나이도 높아져, 현장에서는 이전 논의를 회의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짙었다. 문래동에서 40년 동안 일했다는 A 씨는 “내 나이가 71세인데 이전한다고 해도 준비하는 데 또 한참 걸린다”며 “그때 가서 이 나이에 뭘 더 하겠느냐”고 말했다.

문래동 4가에서 연마 공장을 운영하는 B 씨(65)는 “3년 전 이전 얘기가 나온 후로 별다른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뜬소문처럼 소식만 들릴 뿐 구체적인 얘기는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문래동에서 30년 넘게 일했다는 한 운영자도 “어차피 또 한참 걸릴 얘기 아니냐”며 “그쯤 되면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래동 철공소 골목은 오랜 기간 서울 도심의 기계 금속 집적지 역할을 해왔다. 한 업체가 모든 작업을 맡기보다 가까운 거리의 업체들이 각자 맡은 일을 이어가며 납품까지 연결하는 구조다. 한 운영자는 “문래동은 권총부터 탱크까지 만들 수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며 “다른 데서 열흘 걸릴 일도 여기서는 이틀이면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계 하나만 있어도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건 옆에 다른 기술 가진 사람들이 있어서”라고 했다.

문래동 철 가공 공장에 설치된 기계. 공장 주인은 이 기계 하나로 30년간 공장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작업을 해줄 공장들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정원혁 기자

이 구조도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고령 운영자가 하나둘 현장을 떠나면서 일을 이어받을 숙련공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문래동1가에서 40년 넘게 일했다는 69세 운영자는 “노하우를 가진 사람들이 나이가 많아 하나둘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35년간 문래동 일대에서 일한 67세 운영자도 “이 동네에는 나보다 어린 사람이 많지 않다”며 “사실상 우리가 마지막 세대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 2일 폐업을 준비 중인 문래동의 한 공장. 옆 공장 주인은 이 공장이 40년 가까이 있던 곳이라며 폐업을 안타까워했다. 사진=정원혁 기자

통계에서도 고령화는 확인된다. 2021년 서울시와 서울소공인협회가 발간한 ‘문래동 기계금속 산업 집적지 실태조사 및 활성화 컨설팅 용역’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문래동 기계금속 집적지 사업주의 평균 연령은 만 58세였다. 50~64세가 66.5%, 65세 이상이 21.5%로 50세 이상 사업주가 전체의 88.0%였다. 조사 이후 5년이 지난 점을 고려하면 현재 평균 연령은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등포구는 2023년 문래동 기계금속 집적지 이전 타당성 검토와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문래동 공장들이 본연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일괄 이전을 검토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도 체감되는 변화는 크지 않다.

이전 논의가 길어진 배경에는 부지 확보와 지자체 협의 문제가 있다. 영등포구는 관련 기본 용역을 마친 뒤 김포·시흥·안산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이전 후보지를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필요한 면적을 갖춘 부지는 개발제한구역이나 중요시설보호구역 등에 묶인 경우가 많아 산업단지 조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전 대상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동의와 협조도 필요해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이전지는 없다.

고령화 문제가 커지는 만큼 현장에서는 통이전 논의도 결론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전지가 정해져도 실제 이전까지는 장비 운반, 설비 재배치, 영업 재개 준비가 필요하다. 운영자 상당수가 고령인 상황에서는 논의가 길어질수록 이전을 감당할 수 있는 업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철공소 통이전이 단기간에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23년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재임 당시 관련 용역이 시작됐지만, 이후 구청장이 바뀌면서 정책 연속성도 변수로 남았다. 부지 확보와 이전 대상 지역 지자체 협의, 지원 기준 마련도 남아 있어 실제 이전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소공인협회는 철공소 이전 진행 상황에 대해 “3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시흥이나 개봉동을 이전지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문의와 정책적으로 관련 법안이 발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원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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