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의혹 김형준 부장검사요? 솔직히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 인정합니다. 그런데 말 못해서 그렇지 어린 검사 중에 XXX 없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10년 뒤 보세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겁니다.”
진경준 검사장(사법연수원 19기), 김형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5기) 등 간부급 검사들의 잇따르는 비리 사건에 서초동이 시끄럽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지금보다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특히 로스쿨 제도로 바뀌면서 일명 ‘금수저’ 출신 검사들의 태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대형 금융사 임원의 자녀였던 A 검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서를 낸 것은 지난 5월. A 검사는 스스로 사직서를 냈지만, 사실상 ‘해고’와 다를 바 없었다는 게 A 검사 소속 검찰청 고위 간부의 설명이다. A 검사가 엄청난 ‘과실’을 저질렀기 때문.
A 검사는 지난해 12월 본인에게 배당된 사건의 고소장을 분실했는데, 상식 밖 행동을 했다. 해당 고소인이 낸 비슷한 내용의 다른 고소장을 구해 복사한 뒤 이름을 바꿔 고소장 분실을 숨기려 한 것. A 검사는 문제의 사건을 직접 불기소 처분(각하)하기도 했는데, 문제가 뒤늦게 알려지자, 사표를 냈다. 소속 지방검찰청에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한 결과.
문제는 A 검사의 평소 근무 태도에 문제가 많았다는 점이다. A 검사 사건이 터지자 지청 내부에서는 “이제야 터질 게 터졌다”는 목소리가 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는 “원래 유명했던 분”이라고 비꼬듯 입을 뗀 뒤, “평소 태도에 문제가 있어 지적했더니 당돌하게 반발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그 뒤로 A 검사에게는 지적도, 조언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선배들 사이에서 쫙 돌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급 검사는 “A 검사는 들어올 때부터 아버지가 누군지로 유명했는데, 행동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다”며 “아버지 덕분에 인사가 비교적 잘 풀렸다는 얘기도 돌아서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친구들이 적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유력자 집안 자제로, 검찰에 들어온 뒤 조직에 누를 끼치는 검사는 또 있다. A 검사와 함께 문제 있는 젊은 검사 중 한 명으로 꼽힌 B 검사. 공공기관의 장 출신인 아버지를 두고 있는 B 검사는 지청 근무 때 지역 업체 대표에게 해외 골프 대접을 받았다는 투서가 접수되자 올해 초 사직했다. 문제가 있어서 검찰 조직을 떠나야 했지만, 늘 봐왔던 것처럼 보란 듯 유명 로펌에 들어갔다.
검찰 내에서는 이처럼 잘난 부모덕을 본 금수저들 중 ‘철학’이 없는 검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한 중견급 검사는 “검찰 사건은 원래 서민이 피해자인 경우가 많은데, 아버지 덕분에 편하게 살다가, 사법시험 붙고 들어와 벤츠를 끌고 출퇴근하는 검사들이 어떻게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검사들이 진짜 걱정하는 것은 검찰의 미래. 본인을 ‘흙수저’ 출신으로 표현한 한 젊은 검사는 “요새 후배들을 보면, 정말 나라를 위한 마음으로 근무하기보다는 개인의 성공과 명예를 추구하는 이들이 많다”며 “조직을 위해 고생하는 자리는 피해 다니려 하면서 나중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자리만 가려는 금수저들을 볼 때 우리 검찰의 미래가 정말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진경준 검사장, 김형준 부장검사의 일탈에 묻혀 있지만 99%의 검사는 밤낮없이 수사에만 집중하는데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 99%가 자신의 안위만 챙기려 할 것”이라고 보탰다.
재경지역이 근무하는 부장급 검사 역시 “김형준 부장검사가 장인(박희태 전 국회의장) 잘 만나서 전형적으로 ‘빽’으로 잘 풀린 사람 아니냐. 빽이 있는 사람들이 ‘인성’을 갖추지 못할 때 검찰 조직은 늘 위기에 직면했다”며 “돈 있는 집에서 태어난 로스쿨 출신들이 검찰 내에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이 앞으로 어떤 가치관으로 우리 사회 정의를 어떻게 실현해 나갈 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