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어요] 가구제조 스타트업 김태용 스토리 1에서 이어집니다.
―본격적인 위기는 언제 찾아왔나요.
“론칭 후 3개월 지나니까 찾아왔어요. 판매가 부진하고 팀의 사기도 떨어지고, 협력하던 공장도 판매가 부진하자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어요. 팀원 한 명이 너무 힘들다며 그만두니, 나머지 팀원들도 줄줄이 그만두었습니다. 판매는 부진하고, 고정비는 계속 나가고, 결국 혼자 남아 사업을 청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럼 3개월 만에 끝난 거네요.
“그렇죠. 런칭하고 3개월 만에 끝났죠. 근데 사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예요. 사업이 끝낸다고 끝내지는 게 아니더라구요. 재고 처리도 해야 하고 특허, 업체 계약건 등 마무리해야 하는 게 많았어요.”
―결국 재고처리는 언제 끝났어요.
“재고를 다 처리하는 데 거의 8개월 정도 걸렸어요. 가구를 조립하고, 닦고, 포장하고, 배송하고, 고객 상담 전화를 받는 등 4명이서 하던 일을 혼자 하니까 시간이 엄청 걸렸습니다. 그러다 창고 계약 기간 마감 직전까지도 재고가 꽤 남아서, 그래서 페이스북에 ‘망했다, 떨이로 드릴 테니까 좀 사달라. 창고 빼야 된다’ 글을 올렸어요. 신기하게도 여러 사람들이 ‘사람 하나 살립시다’며 글을 공유했고, 겨우겨우 다 팔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을 꼽자면 무엇인가요.
“가치중심적 비전이 중요해요. 그것에 강력하게 공감하는 꼭 필요한 사람들을 모야야 하고요. 그런데 당장 사람이 필요해 썼어요. 전략적으로도 정교함이 하나도 없었어요. ‘물건만 잘 만들면 모두 잘될 것이다’ 너무 낙관적으로 패기 넘치게 생각했습니다.”
―지금이라면 어떻게 바꿔서 시도를 해보셨겠어요.
“지금이라면 시작을 안했을 것 같은데요(웃음). 그래도 배운 게 너무 많아요. 왜냐면 살면서 돈을 그렇게까지 쓰면서 사업을 해본 적이 없어요. 하던 분들하고도 안 좋았던 상황에 비해서는 나쁘게 헤어진 건 아니어서 다행이에요. 그냥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을 해요.”

―실패를 겪으며 깨달은 바가 있다면.
“진짜 중요하고 어려운 게 경영이구나. 폰 케이스 만들 때는 그때 같이하던 사람들은 직장 생활도 해봐서 기본적으로 조직을 어떻게 꾸리고 운영하는지 경험이 많았어요. 그 사람들하고 같이 할 수 있었던 게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그들이 운영을 하면 저는 거의 창의적인 일에만 몰두했어요. 그런데 혼자 창업해서 그 일을 하려니까 어려웠어요. 어떻게 비전을 세우고 전략을 세우고, 어떤 사람을 어떤 역할에 배치하고 생산력 있게 운영을 하는가에는 완전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망하지 않았나 싶어요. 또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로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해야 해요. 스트레스 받지 않고 내가 아무것도 없어도 이걸 하면 행복할 수 있겠다, 몇 년은 버틸 수 있겠다, 이런 일을 하는 게 중요하죠. 그리고 그걸 공감하는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천천히 모아야 하구요.”
―가구제조업에 뛰어들었던 걸 후회하나요.
“아니요. 그걸 하면서 스스로 성장을 많이 했다고 느꼈어요. 물론 같이 했던 사람들한텐 미안하죠. 가구사업에 실패하고 난 뒤에 서른 살 되기 전까지는 기가 막힌 성공보다는 잘 실패하면서 성장해 나가자고 목표를 바꾸었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실패를 한다는 건 중요한 경험이라 생각해요.”
―지금 창업을 하거나 도전을 하는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돈이냐, 가치냐 이런 얘기들 많이 해요. 근데 부자들 하는 이야기가 별로 틀린 게 없는 것 같아요. 가치를 찾아서 돈이 따라오게 만들어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게 맞는 말인 것 같아요. 리더나 사장, 창업자가 오로지 돈, 돈 하면서 창업했다고 한다면 그 사람 혼자는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들이 그 사람을 안 따라오는 것 같아요. 진짜 성공도 돈이 아니라 가치를 좇아서 그 가치를 이윤이나 지속가능성으로 전환하는 경우라고 생각을 해요. 그게 진짜 어려운 숙제인 것 같아요. 살면서 한번 풀어 봐야죠. 그걸 풀어보신 분들이 나중에 또 창업을 하고, 성공 확률도 높은 것 같습니다.”
―최근 미디어 스타트업을 준비한다고요.
“사업도 망했고 정리도 다 했으니까 ‘학교나 다녀야겠다’ 하고 복학을 했는데, 대학생들의 커뮤니케이션 과정 자체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어요. 대학생이 대학신문도 쓰고 책도 쓰고 대자보도 쓰는데, 읽어보니까 문제의식도 있고 내용이 좋은데 아무도 안 보더라고요. 20대는 SNS 이런 거를 가장 많이 하는 땐데 꼭 학교만 들어가면 이상하게 대자보 붙이더라고요. 나쁘다는 게 아니라 파급력이 부족해보였어요. 이런 목소리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면 좀 더 사회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겠구나 생각을 했어요. 친구들이랑 ‘야 이거 문제지 않냐’ 하다보니까 미디어 창업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게 힘든 선택이 될 줄을 몰랐죠. (웃음) 근데 재미는 있어요. 왜냐하면 공감하는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니까요. 기성세대들은 조중동, 한겨레, 경향에 뭐 나왔다더라 이야기할 수 있는 매체가 있는데, 20대들 사이에서는 딱히 그런 매체가 없어요. 대학생들도 이야기할 수 있는 매체가 필요해 보여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