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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금융사기] '단기에 고수익' 100년 전과 똑같은 수법에 오늘도 당했다

AI, 부동산, 수소 등 종목만 바꿔 유튜브서 성행…피해자 급증하는데 대책은 안 보여

2024.03.19(Tue) 17:04:06

[비즈한국] 자기 자본 없이 돈을 불리는 금융투자가 유행하면서 투자사기가 급증했다. 수법도 진화를 거듭해 피해자가 늘어만 간다. 금융·수사 당국이 강력 규제, 특별단속을 외치지만 소비자에겐 와닿지 않는다. 비즈한국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신종 투자사기’를 추적 보도한다. 금융소비자들이 미리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AI로 돈을 버는 시대”. 최근 ‘​유튜브’​를 통해 투자를 유도하는 금융 사기가 늘고 있다. 금융사기 광고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넘어 ‘유튜브’까지 점령했다. 유튜브를 통해 투자를 유도하고 투자금을 가로채는 방식이다. 한 번에 ‘여럿’ 투자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도 넘쳐난다. 나날이 피해자는 늘지만, 대책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유튜브 투자 광고를 통해 금융 사기를 당하는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인 양 대역 배우가 강연한 영상으로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때로는 딥페이크를 사용해 유명인을 강연자로 둔갑시킨다. 사진=제보자 제공


#피해자들 “누구라도 당할 수밖에 없어”

최근 벌어지는 투자사기는 모두 유사한 형식으로 이뤄진다. 유튜브 등 SNS 광고를 통해 리딩방으로 유입시킨 후 ‘가짜 사이트’, ‘가짜 거래소’ 등을 통해 투자금 입금을 유도한다. 이후 출금을 요구하면 잠적한다. 이 같은 사기는 점점 적극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체인 지피티(Chain Gpt)’ 사기 사건도 피해 규모가 커지는 모양새다. 오픈 AI가 ​‘체인 지피티 거래소’​를 만들었다며 투자금을 유도한 사건이다. 실제로는 사기 일당이 가짜 거래소 사이트를 만들어 리딩방을 운영했다. 피해 사례가 늘고 있지만, 아직 이들 일당은 잡히지 않았다.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올해 1월 피해자들은 단체로 민사소송을 접수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사기 일당은 피해자 70여 명에게 15억 7860만 원을 가로챘다. 인공지능이 거래를 관리해 매일 5%가량 수익을 볼 수 있다는 광고로 피해자들을 꼬였다. 원자재, 암호화폐, 외환 등을 실제로 거래하는 것처럼 ‘가짜 사이트’도 만들었다.

비슷한 형태의 사기를 ‘동시에’ 여러 곳에서 당한 피해자도 증가하고 있다. 사기 피해자들은 ‘투자 종목’이 다르더라도 사기 양상은 모두 동일하다고 말한다. ‘가짜’ 홍보 영상으로 특정 사이트에 가입시켜 투자를 유도한 뒤 수익금을 주지 않고 잠적하는 식이다. 

부동산 리츠 회사를 운영하는 것처럼 꾸며 투자전문가로 행세한 ‘월드시티’ 사기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단체 소송을 제기한 60여 명의 피해자들은 모두 24억 8703만 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다. 방식은 앞선 ‘체인 지피티’와 유사하다. 사기 일당은 부동산 조각 투자를 하는 ‘월드시티’에 투자금을 입금하면 최대 월 6%의 수익을 볼 수 있다고 유튜브로 광고한 후 투자금을 받고 잠적했다. 유튜브 채널과 홈페이지도 버젓이 운영했다. 

유튜브 강의를 통해 신뢰를 얻은 사기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투자를 과감하게 권유한다. 사진=제보자 제공


최근에는 ‘신재생 에너지’ 사기도 기승을 부린다. ‘수소 거래’를 하는 것처럼 속여 수소 매매를 통해 매일 9만~18만 원의 수익을 볼 수 있다고 광고한다. ‘한국전력공사’의 인증을 받았다는 이야기에 피해자들은 ‘깜빡’ 속았다. 

피해자들은 유명인이 설명하는 광고 내용에 신뢰감이 들었다고 말한다. 체인 지피티 고소인 대표 A 씨는 “처음 시작은 유튜브였다. 사기집단이 배우들을 섭외해 가짜 방송을 한다. 주로 소액으로 돈을 벌었다는 내용이다. 이런 콘텐츠를 방송에 소개하면서 사이트 주소를 안내한다. 피해자들은 그 사이트에 들어가서 조언 받아 투자하는 형태인데, 모두 사기다. ‘종목’은 달라도 유사한 방식의 사기가 넘쳐난다”고 설명했다. 

‘가짜’ 사이트도 정교하게 만들어진다. 그린에너지 사기 피해자 B 씨는 “요즘 다들 부업을 하지 않나. 부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유튜브 방송 내용을 보고 전문가라는 사람이 나와서 광고를 하기에 투자하게 됐다. 그린에너지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작게 시작했지만 점점 수익을 냈고, 규모를 늘려갔다. 사이트로 연결해 회원 가입한 뒤 그 사이트에서 투자하는 형태였다. 영상을 보면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사이트도 진짜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린에너지 사기 일당은 카카오톡으로 고객센터도 운영했다. 사진=제보자 제공


수익금 출금을 요구하면 사기 일당은 잠적했다. 체인 지피티 사기 피해자 C 씨는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배우들이 나와서 광고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딥페이크를 이용한 가짜였다. 보이스피싱이 아니어서 계좌 지급정지도 안 됐다. 지금은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가 동일한 방식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더라. 단체 민사 소송도 쉽지 않다. 자금이 필요하다 보니 피해를 당했어도 소송에 참여하지 못하고 경찰서에 신고만 한 사람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사기 수법 동일하지만 검거 사례 드물어

투자 사기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기 일당이 잡힐지는 알 수 없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접수된 리딩방 피해 건수는 1900여 건, 피해액은 1800억 원 상당에 달한다. 같은 기간 검거 건수는 330여 건, 인원은 315명에 불과하다. ​매일 피해가 늘고 있지만, 사기 집단이 잡히는 일은 드물다.

국수본 관계자는 “AI를 이용해 첨단 투자, 고수익을 낸다는 등의 방식도 리딩방 사기 수법 중 하나다. 리딩방 특별단속 기간 연장 여부는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신고 후 반년이 지났지만, 수사에 진전이 없다고 토로한다. 앞서 C 씨는 “신고를 해도 이후 수사 상황은 전혀 알 수 없다. 이유를 물어보니 사기 일당 일부가 신고자들에 섞여 수사 진행 상황을 염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신고한 지 몇 달이 지나도 아무런 상황을 알 수 없다. 지금도 인스타그램 등 SNS에 들어가면 동일한 수법의 사기 광고가 넘쳐난다. 투자하면 매달 복리로 이자를 준다는 식이다. 특정 조직이 방법만 조금씩 변형해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 그걸 보고 ‘혹’해서 가입하면, 그 후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다. 한 번 투자를 하면,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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