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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리딩방 수사 1000여 건…국수본 "4월경 발표 예정"

투자수익 출금용 '세금 입금' 유도하고 잠적…피해자들 "신고해도 소용없다" 체념

2024.02.05(Mon) 18:27:35

[비즈한국] 지난해 9월부터 ‘투자리딩방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해왔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올해 4월 초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불법 리딩방이 기승을 부리자 국수본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해부터 합동 특별단속을 진행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수사 중인 관련 사건만 1000여 건이다.

 

지난해 9월부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실시한 불법 리딩방 특별단속 건수가 1000여 건가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당국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지만, 불법 리딩방은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사진=이종현 기자


#국수본 “특별점검 이후 1000여 건 수사”

 

당초 금감원의 불법 리딩방 수사의뢰는 2023년 상반기 119건으로 2018년 21건에 비해 상당히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예산도 지난해보다 3배가량 책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비즈한국 취재 결과,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국수본에서 무려 1000건가량의 사건을 수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수본 관계자는 비즈한국에 “특별점검 시작 기준 1000여 건 정도 수사 중이다. 4월 초에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투자리딩방 불법행위가 증가하자 지난해 9월 국가수사본부는 금감원과 함께 올해 3월 24일까지 ‘특별단속’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국수본은 △원금보장·고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며 전화·문자메시지(SMS·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개인에게 접근해 △오픈채팅방에 참석하게 유도한 다음 바람잡이로 선동해 거짓 정보를 제공하거나 △범인이 거짓으로 만든 홈트레이딩 시스템 화면을 보여주는 등 여러 속임수로 피해자를 투자하도록 믿게 현혹해 금품을 편취하는 범죄라고 정의했다.

 

실제로 페이스북 등 SNS 중심으로 유명인을 사칭하는 투자 광고가 급증했고, 이 광고들은 모두 불법 리딩방으로 끌어들이는 형태다(관련기사 유명인 사칭 광고, 아이돌 성희롱 영상 수수방관…'메타'의 해명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규제에 나섰지만 여전히 SNS를 통한 불법 광고가 성행하는 모양새다.

 

경찰청이 불법 리딩방만을 타깃으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특히 불법 투자 리딩방은 단순 ‘금융사기’뿐 아니라 투자금 횡령, 시세조종, 미신고 불법영업행위 등에도 해당해 범죄 유형도 다양하다.

 

#“당했다” 알았을 땐 이미…

 

지난해 12월, 비즈한국이 불법 리딩방 관련 기사를 보도한 후 수많은 제보를 받았다. 모두 ‘친철한 박소연 씨’에게 당한 ‘피해자’다(관련기사 ‘친절한 박소연 씨’의 유혹…텔레그램으로 옮겨간 ‘불법 리딩방’ 직접 겪어보니).

 

이들의 수법은 이렇다. 처음엔 ‘이벤트’ 리딩으로 신뢰성을 높인 다음 ‘유료’ 프로그램에 가입하게 한다. 가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계좌를 개설한다는 명목으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요구한다. 이때는 출금을 요구하더라도 들어준다. 입출금이 자유롭게 이뤄지면 피해자는 의심을 거둔다. 그 후 사기 일당은 ‘투자’를 명목으로 수차례 추가 입금을 요구한다. 이후 수억 원의 ‘수익’을 봤다고 생각한 ‘피해자’가 ‘출금’을 요구하면, 사기 일당은 다시 ‘세금 납부’ 목적으로 출금액의 20%가량을 요구한다. 수익금을 받기 위해 피해자는 또 ‘세금’을 입금한다. 그 후 모든 채팅방이 정지되고, 사기 일당은 잠적한다.

 

불법 투자리딩방 사기 일당이 제공하는 가짜 애플리케이션. KB자산운용이 운영하는 것으로 사칭하며, 총자산 역시 실제 피해자가 입금한 금액이다. 사진=제보자 제공


1억 3000만 원 사기를 당했다는 A 씨는 “처음에는 텔레그램으로 연락이 왔다. 그 후 진행 상황은 기사와 똑같다. ‘박소연’이라는 사람하고 직접 전화 통화도 했다. 이후 AI트레이딩으로 자금을 이체하게 하고, 매일 10% 이상의 수익을 봤다. 어느날 25% 정도 손실을 봤다고 하고, 1억 원에서 자금이 2000만 원으로 줄었다. 출금신청을 하니 ‘심사 중’이라고 기다리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제보자 B 씨는 “처음에는 엄청난 이익을 얻은 것 같았지만, 계속 입금만 받고 출금은 거절했다. 총 잔고가 2억 원이 되니, 출금 조건의 20%인 4000만 원의 세금을 납부하라고 한다. 이를 납부하니 다시 이익금의 30%에 해당하는 펀드 투자 금액을 입금하라고 한다. 현재 4억 2000만 원의 잔고가 있고, 세금으로 8400만 원을 추가로 납부한 상태다. 1억 원을 선납하지 않으면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제보자 C 씨는 “초반에 의심을 하니 ‘계좌로 입금해주겠다’며 100만 원 정도를 AI 애플리케이션에 입금해줬다. 초반에는 입출금도 자유로웠다. 1억 원 이상의 수익을 봤을 때 출금해달라고 하니 ‘2000만 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며 또 입금하라고 한다. 당장 1억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세금을 납부했다. 이후 모든 채팅방에서 탈퇴가 됐다”고 설명했다.

 

D 씨는 “실제 전문투자 업체를 이용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추천하는 종목도, 상장 투자도 모두 실제 데이터였다. 긴가민가 했지만, 출금도 가능하고 앱도 있어서 투자를 하게 됐다. 처음 계좌 개설할 때 가입비도 ‘밀알재단’ 기부로 대체했다. 좋은 단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박소연 씨는 밀알재단에 기부하고 영수증을 인증하면 회원가입비를 대신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제보자 제공

 

피해자가 출금을 계속 요청하면, 단체 채팅방에서 탈퇴 당하고, 앱도 더 이상 이용하지 못 한다. 사진=제보자 제공

 

출금을 요청하면 20% 세금을 내야 한다고 안내한다. 사진=제보자 제공

 

유사 사례도 많다. 리딩방 사기는 텔레그램으로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플랫폼도, 도용하는 금융업체도 다양하다. 제보자 E 씨는 “네이버 밴드 채팅방을 통해 퓨처인베스트 투자책임자라는 사람이 종목을 추천해 주고, 코스피 맞추기 게임 등 여러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후 세력계좌라는 이름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공시에 나오지 않는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수사당국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 필요”

 

이처럼 경찰청과 금감원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지만, 피해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리딩방 피해자들은 “신고해도 소용 없다”고 토로한다.

 

이들은 공통으로 ‘빠른 수사’와 ‘계좌 지급정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앞서 A 씨는 “처음부터 통합적으로 수사가 되지 않는다. 문의해 보니 관할서에 신고해야 한다고 한다. 지역경찰서에 신고하니 몇 주가 지나도록 안내를 못 받고 있다. 사건 담당 형사가 정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입금 계좌번호, 사기일당 번호도 아는 상태인데, 계좌동결도 안 된다고 한다. 지금도 그 계좌로 입금하는 피해자들이 있는 거다”고 말했다.

 

70대 F 씨는 “평생 직장생활만 하다가 이런 일은 처음 당했다. 노후 자금을 모두 잃어버렸다.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긍정적인 답변은 못 얻었다. 검거하더라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지금도 세금 독촉 문자를 받고 있다. 가족들에게도 이야기 하지 못 했다”고 밝혔다.

 

국수본은 불법 투자리딩방 관련 동일한 사건이 3건 이상 접수되면 국수본으로 이첩된다고 설명한다. 국수본 관계자는 “사건 규모와 전국 피해 관서를 확인 후 집중수사를 진행한다. 규모가 크거나, 동일 사건이 3건 이상 접수됐을 경우다. 우선 경찰서에서 사건 기초 수사를 한 후에 국수본에서 검토해 집중수사를 내리는 방식이다. 다만 시스템상으로 일괄 진행되는 방식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리딩방 사기 같은 경우 (유사)투자를 해서 손실을 본 것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사기’라고 규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사건 접수 후 수사가 지연되는 이유다. 또 계좌 등 정보를 확보를 했더라도 대부분 도용이기 때문에 수사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다 보니 개인 피해자들이 바로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지난 1월 25일 금감원은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법리딩방 운영 규제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범위를 정하고 영업 규제, 퇴출 등 방식을 구체적으로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국수본 관계자는 “법률개정을 요청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전기통신 금융사기만 지급정지 기준이 된다.재화용역이 제공돼 사기가 이뤄진 경우 법률상 지급 정지가 안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보이스피싱과 달리 지급정지 요청이 안된다. 은행 자체 규정으로 막아달라고 요청은 하지만, 은행마다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결국 은행의 ‘자율성’에 맡겨야 하는데, 은행권은 부정적인 반응이다(관련기사 불법 리딩방 피해 막을 '지급정지', 은행은 왜 거부하나). 시중은행 관계자는 “법적인 강제력이 있으면 지급정지를 하겠지만, 그런 규정이 없으면 하기 어렵다. 만약 허위로 신고해 지급정지 됐을 때 법적 규정이 없다면, 그 책임을 은행에서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 역시 “통신사기 피해로 등록된 경우 지급정지 요청이 가능하지만, 그 외 사기에 대해서는 불가하다. 법령이 개정돼야만 은행에서도 빠르게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사당국은 법안 개정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국수본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쪽에서는 법률 개정에 부정적인 반응이다. 다만 계속 개정을 요청하고 있으며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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