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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15억원 주담대 금지" P2P금융협회 자율규제안 뒤에는…

금리 높고 만기 짧아 주택대출 수요 거의 없어…회원사 관계자 "정부 정책기조 파악하고 실행"

2019.12.24(Tue) 18:33:13

[비즈한국] 한국P2P금융협회가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 동참한다는 취지의 자율규제안을 발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체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가운데 P2P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 수준에 불과한 데다, 실제로 주택 구입을 목적으로 P2P 대출을 받는 사례가 지금까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는 자율규제안에도 불구하고, 이행하지 않는 회원사에게는 협회 차원의 제재를 거론하며 으름장을 놨다.

 

한국P2P금융협회와 마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는 23일 ‘주택매매 목적의 대출 취급 금지에 관한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이 자율 규제안에는 △15억 원 이상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 △자금 사용 용도가 불분명하거나 주택매매자금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9억 원 이상 주택담보대출 제한 △주택 구매 목적 담보대출 취급 제한 △법인·임대사업자 등 대출 심사 강화 △규제 차익을 노린 대출 광고 및 홍보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가운데 P2P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P2P금융협회 관계자 역시 “P2P 금융에서 취급하는 대출은 주택매매 목적의 대출로 유입될 가능성과는 거리가 멀다. 대출 금리가 8~15% 내외고, 6~12개월 수준으로 대출 만기가 짧아 투자 목적으로 P2P 금융을 활용할 유인이 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즉, 15억 원 이상 부동산에 대해 대출이 막힌 부동산 투자 수요가 P2P 대출에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협회도 이미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P2P금융협회가 P2P를 통한 주택담보대출의 취급 현황 정보를 제공하고, 부동산 정책 방향에 발맞춘 자율규제안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도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과 관련해 P2P 업계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비은행 전체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약 776조 원인데 이 중 P2P 시장 규모는 3000억 원 수준으로 규모가 아주 작은 편”이라면서도 “다만 일각에서 우려를 제기하고 있기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필요 시 선제 대응은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협회 회원사 중 대출 잔액 2위인 ‘어니스트펀트’ 관계자 역시 “(대출 신청자들은) 가계 자금이나 사업 자금을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주택 구매를 목적으로 하는 자금 요청은 월 1건도 되지 않는다. 자율규제안 시행이 영업에 큰 지장은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P2P금융업이 법제화를 마쳐 2020년부터 정식 여신금융사로 자리매김하는 만큼 정부의 정책 기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실행하는 게 금융사의 역할이라고 본다. 협회사들이 의견을 모아 강한 조치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된 이유”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P2P금융업의 이번 자율규제안이 향후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정책에 발맞추려는 섣부른 행동이 스스로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P2P 대출은 부동산담보대출이 주를 이룬다. 한국P2P금융협회 회원사 45곳 중 약 75%에 해당하는 34곳이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P2P금융협회가 11월 30일 발표한 회원사 총 대출 잔액 약 1조 5613억 원 가운데 개인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은 약 3130억 원으로 20% 정도를 차지한다. 

 

국내 P2P금융업은 부동산담보를 주로 운영된다. 한국P2P금융협회가 11월 3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회원사의 총 주택담보 잔액은 5364억 원으로 전체 34%를 차지한다. 개인 대출에서는 부동산담보 비중이 3130억 원으로 가장 크다. 자료=한국P2P금융협회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협회 소속 P2P 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P2P금융업이 부동산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P2P금융업에서 가장 안전한 상품이 부동산이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부동산을 규제했을 경우 다른 것을 담보로 할 수 있는 상품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으로 어떻게든 발전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자율규제안은 P2P 시장 성장에 제동을 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 교수는 이어 “P2P 업계가 자기 손발을 잘라내면서까지 자율규제안을 시행하는 이유에 대해 현재로서는 정부 눈치를 보는 업계의 방어 전략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정책을 따르지 않는다면 향후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이 P2P 업계로 돌아갈 것이다. 이를 대비해 P2P 업계가 노력하고 있음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국핀테크지원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협회가 발표한 자율규제안은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문제에 대한 사전 대응으로 본다. 다만 강력한 규제보다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옳다. P2P금융업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P2P금융업은 대출자와 투자자를 순식간에 연결하고, 투명하다는 강점이 있다. 업계는 제1금융권에서 만들지 못하는 부동산 상품을 개발해야 하고, 정부는 P2P금융업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한국P2P금융협회장을 맡고 있는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는 “협회 회원사가 자율규제안에 모두 동의해서 발표한 것이고, 협회 차원에서 중대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이번 자율규제안이 P2P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저해하는 수준이었다면 업계가 나서서 반발했을 것”이라며 “주택구매용도로 대출받는 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번 규제안을 실시한 것이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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