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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채소, 유해어종을 반려동물 간식으로

쓸모없는 농산물과 물고기 활용하는 로렌츠·밸리스·시골어부…농부·어부와도 '상생'

2018.11.30(Fri) 16:45:17

[비즈한국] 경기 불황에도 날로 커지는 시장이 있다. 바로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2조 2900억 원 규모였던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2020년엔 6조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Pet)​과 경제(Economy)​를 합친 ‘펫코노미’라는 합성어가 생겨날 정도다.

 

박민수 로렌츠 대표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매장에서 반려견에게 간식을 먹이고 있다. 사진=박현광 기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또한 기록적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하반기 기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섰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인구는 2017년 말 기준 1481만 명에 달했다.

 

날로 커져가는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은 버려지는 농산물과 배스나 블루길 같은 ‘유해어종’으로 반려동물의 유기농 간식을 만들어 판매한다. 싼 값에 유기농 간식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자연 환경의 선순환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상품성 없어 외면 받는 고구마로 만든 유기농 간식

 

“반려동물을 위한 간식이지만 첨가제 없이 농작물로 만들었기 때문에 사람이 먹어도 전혀 문제가 없어요.” 

 

박민수 ‘​​로렌츠’​ 대표는 시중에 판매되는 ‘반려동물 간식’을 직접 맛보며 말했다. 박 대표가 6개월간 제품 개발에 매달려 지난달 선보인 짜 먹는 습식 간식인 ‘로렌츠 스틱’은 출시 한 달 만에 5000개가 팔렸다. 현재는 유기농 제품을 판매하는 협동조합인 ‘두레생협연합회’ ‘한살림’ 등 여러 편집숍을 통해 판로를 늘리고 있다. 

 

박민수 대표는 제품을 만들 때 첨가제나 방부제를 넣지 않고 천연 재료만을 쓴다고 설명했다. 못난이 채소로 원가를 낮출 수 있었다고 한다. 사진=로렌츠 홈페이지 캡처

 

인기 비결은 원재료의 투명성이다. 박 대표는 로렌츠 스틱에 들어가는 재료의 원산지 표기를 원칙으로 한다. 고구마, 단호박, 닭가슴살, 당근, 쌀가루, 아로니아 등등 모두 국내산 유기농 채소와 무항생제 고기를 쓴다. 반면 기존 반려동물 사료와 간식은 원산지 표기가 없거나, 해외에서 들여온 재료로 국내에서 제조할 경우 국내산으로 표기를 했다. 현재 ‘사료관리법’에 원산지 표기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로렌츠 스틱은 반려인들에게 믿음을 준 것.

 

박 대표는 국내산 유기농 채소를 사용하면서도 시중의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고구마는 150~300g의 무게가 상품성을 가지는데, 박 대표는 300g 이상인 ‘왕왕고구마’를 사용한다. 왕왕고구마는 정확히 말해 버려지기보단 외면받지만, 시중에 팔리는 고구마의 성분과 차이가 없기에 원료로 쓴다면 같은 제품을 만들면서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박 대표는 현재 한마음영농조합과 웰팜넷을 통해 시중가보다 싼값에 ‘못난이 채소’를 매입한다.

 

박 대표는 “레트로트 멸균으로 첨가제나 방부제 없이 순수하게 식재료만 가지고 간식을 만든다. 내 가족인 반려동물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이고 싶어하는 분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며 “동시에 농가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고자 하는 우리 회사의 미션을 수행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 유해어종 배스에서 추출한 성분을 반려동물 식품 보조제로 

 

‘​밸리스’​와 ‘​​시골어부’​는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유해어종’으로 지정된 배스나 블루길로 반려동물 간식을 만든다. 배스는 식욕이 왕성하고, 토종 어종을 잡아먹어 어민들의 생계 활동에까지 영향을 주는 물고기로 유명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저수지 등에서 어업 활동을 하는 내수면 어업 인구는 1995년 2만 3501명에서 2015년 8403명으로 줄었다. 유해어종의 왕성한 활동 때문에 토종 어종이 줄었기 때문. 상황이 악화되다보니 정부와 지자체는 포상금을 걸고 퇴치어종 수매까지 한다. 지난 28일 전북 정읍시는 kg당 5000원씩, 총 8400만 원을 지급​하고 1640kg의 배스와 블루길을 수매했다.

 

밸리스는 현재 한강유역환경청과 협약을 맺고 한강에서 잡히는 퇴치어종을 낮은 가격에 수매한다. 이렇게 수매한 배스에서 천연 타우린을 추출한다. 사진=밸리스 제공

 

하지만 배스는 식품으로 활용가치가 높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자료를 살펴보면, 배스는 타 민물고기에 비해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높은 것은 물론 칼슘, 인, 철 등의 미네랄이 최대 4배가량 많다. 밸리스와 시골어부는 이 점에 착안했다. 배스 수매를 통해 제품 단가는 낮추면서 천연 성분으로 식품 보조제를 만든 것.

 

밸리스는 현재 한강유역환경청과 협약을 맺고 한강에서 잡히는 퇴치어종을 낮은 가격에 수매한다. 밸리스의 대표 제품은 배스로 만든 천연 타우린 파우더다. 사료에 섞으면 반려동물의 식욕을 돋우는 효과가 있다. 김현진 밸리스 이사는 “배스를 활용해 천연 타우린을 뽑아내기 때문에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영 시골어부 대표는 경북 의성 지역에서 내수면 어업권을 가진 어민들을 중심으로 생산자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 협동조합에서 배스 등 유해어종을 싼 값에 공급받는다. 시골어부의 대표 제품은 배스 오일이다. 배스 오일 또한 반려동물의 식욕을 돋우고 배변 활동을 원활히 해주는 효과가 있다.

 

김 대표는 “배스를 활용하다 보니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좋은 제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어민들에게 혜택을 돌려드릴 수 있다는 데에 의미를 둔다”고 강조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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