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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불편함을 삽니다" 노량진 고시생 출신의 '닉핏' 스토리

김준영 대표, 불편을 데이터화해 기업에 피드백…소비자 권익으로 연결

2018.10.31(Wed) 13:53:54

[비즈한국] “‘프로불편러’를 정말 환영하죠. 아니, 꼭 필요해요.” 김준영 닉핏 대표의 말이 흥미롭게 들린다. 닉핏은 ‘불편함’이라는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고객의 ‘컴플레인’을 두려워하는 여느 기업과 달리 닉핏은 사용자의 불평불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누군가 불편함을 얘기하면 보상을 주기까지 한다. 그들은 불편을 돈 주고 산다.

 

애플리케이션 ‘불편함’을 서비스하고 있는 김준영 닉핏 대표. 그는 말 그대로 사람들의 불편을 돈 주고 산다. 쌓인 불편을 데이터화해 기업에 피드백 자료로 제공한다. 사진=이종현 기자

 

닉핏은 사용자가 남긴 불편 혹은 불만을 재가공해 데이터화한다. 연령, 성별, 주거지 등에 따라 분류한 정보를 기업에 제공한다. 이때 누군가의 ‘컴플레인’은 누군가에겐 ‘피드백’이 된다. 정보를 제공받은 기업은 이를 제품 R&D(연구·개발) 과정에 적용하거나 애초 사업 모델을 정할 때 시장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 닉핏은 ‘정보제공료’를 통해 수익을 낸다.​ 

 

“차량 공유 업체에서 택시를 탈 때의 불편함을 모아 달라고 한다든가, IT 보안 업체에서 공인인증서에 대한 불편함을 모아 달라고 요청이 들어와요. 아직 창업 초기라 우리는 고객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사업을 새로 시작하거나 보완하고 싶은 업체들이 알음알음 알아서 연락을 해옵니다.” 

 

김 대표가 닉핏을 구상한 건 지난해 12월이다, 초기 모델을 선보였다가 리뉴얼한 뒤 7월 23일 다시 ‘불편함’을 선보였다. 만 석 달이 지난 현재 가입자는 8000여 명, 누적 불편 글이 4만 개를 넘었다. 눈에 띄는 성장이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저희도 놀랐어요. 일본에 있는 모델을 벤치마킹했는데, 일본과 한국은 차이가 있어요. 일본 사람들은 정말 불편을 세세하게 말하는 반면, 한국 사람들은 어떤 주제에 감정을 먼저 드러내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주변 친구에게 ‘​너도 여기에 생각을 써봐’라면서 공유하는 것 같아요. 하루에 500명이 가입하기도 해요.”

 

김준영 대표는 현재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밟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닉핏은 사용자들에게 매일 하나의 주제를 제시한다. 사회·정치 이슈부터 새로 출시된 스마트폰, TV 프로그램 등 일상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하루 평균 500여 개의 불편이 올라온다. 글 하나당 지급되는 포인트는 100원.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이나 댓글을 받을수록 보상이 늘어난다. 보상 조건은 주제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생각을 45자 이상 쓰는 것이다. 포인트가 쌓이면 현물로 교환할 수 있다. 현재는 커피 한 잔의 기프티콘으로 바꾸는 정도다.

 

김 대표가 ‘불편함’ 사업 모델을 떠올린 건 노량진 학원가에서 고시 공부할 때였다. 인터넷 블로그엔 ‘맛집’ 추천은 있지만 맛없는 음식점 소개 글이 없었다. 공부할 땐 만족스럽지 않은 식사에 예민해진다. 결국 평소 알고 지내던 ‘고시족’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선발대가 매일 반찬이 바뀌는 식당에 가서 오늘의 맛 지수를 먼저 체크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너도나도 커뮤니티에 참여했다.

 

“소문이 좀 나다 보니까 한 밥집 사장님이 먼저 물어보는 거예요. 본인 식당이 그 맛없는 식당 리스트에 있냐고요. 사실 있었거든요. 말하기 망설였는데, 사장님이 그 평가를 보고 개선하고 싶다는 거예요. 사실 맛없는 식당에서 밥 먹은 손님은 그냥 나가고 다시 안 오잖아요? 그때 누군가의 불평이 누군가에겐 피드백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고시 공부를 끝내고 건축 설계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잡았지만, 부모님 몰래 회사를 그만뒀다.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김 대표는 ‘불편 공유’가 기존 기업의 제품 생산 방식을 바꾸는 동시에 소비자 권익을 향상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김준영 대표는 불편 공유를 통해 사회적으로 숨어 있는 피해를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사진=이종현 기자

 

“예를 들면 라돈 침대, 가습기 살균제같이 소비자 피해 사례의 경우 객관성 입증이 힘들어요. 불편을 느끼면서도 이게 나만 느끼는 거 아닌가? 의심하게 되죠. 서로 불편을 공유하다 보면 피해를 입는 사례를 초기에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저희 회사의 미션이 ‘소비자들의 불편과 피해정보를 모아서 한국 소비자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 힘쓴다’입니다.”

 

닉핏은 ‘불편함’으로 서울 아이디어 해커톤 대상 등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으며 가능성을 엿봤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사업 일환인 스마트벤처캠퍼스로부터 4000만 원, 스마트창작터 지원금 2000만 원을 받으며 초기 사업 자금을 확보했다. 

 

‘불편함’​ 앱의 주 이용 연령층은 20~30대이며 여성 비중이 65% 정도다. 아직은 사업 초기 단계라 앱 서비스가 한정적이지만 일단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매일 주어지는 주제 말고 다른 불편을 전하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면서 서비스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프로불편러’가 가득 모인 앱에선 ‘불편함’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진 않을까?

 

“사실 사용자가 1만 명 돌파할 때 주제는 정해져 있어요. ‘불편함’이요. 우리 서비스가 초기이다 보니 아직 부족한 게 많은데 아마 사람들이 할 말이 많겠죠? 피드백으로 받아들이고, 정말 합리적이고 납득할 불편을 써주시는 분들껜 소정의 상품도 지급할 예정입니다.” ​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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