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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아이폰 XS' 한국 출시,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에서 생긴 일

대기행렬 속 이색 마케팅 눈길…상권 침체 속 그나마 애플스토어에 사람 몰려

2018.11.02(Fri) 14:55:19

[비즈한국]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 XS’​가 마침내 우리나라에 출시됐다. 2일 오전 7시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애플스토어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전날 저녁부터 길게 늘어선 구매 행렬, 마치 새해가 오는듯한 카운트다운 합창, 지니어스의 열렬한 환호와 하이파이브 등 모든 것이 그대로다. 200만 원에 육박하는 비싼 가격, 자존심 상하는 늑장 출시와 같은 해묵은 논란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이날 한 가지 눈길을 끄는 풍경이 있었다. 애플 제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에게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작은 쇼핑백을 차례대로 전달하고 있었던 것. 애플은 1호 구매자든, 100호 구매자든 간에 어떠한 기념품이나 선물도 제공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이유는 단지 1초라도 먼저 애플 제품을 만나보고 싶어서다. 애플 충성 고객들이 즐기는 일종의 문화현상이다.

알고 보니 이들은 애플 직원이 아니라 스마트폰 액세서리 전문 기업 슈피겐이 기획한 이벤트 진행 요원이었다. 쇼핑백에는 슈피겐에서 만든 손난로 겸 보조배터리와 초코바 그리고 액정보호용 강화유리필름 할인권이 들었다. 다른 기업의 제품을 사겠다고 줄을 선 사람들에게 자사의 제품을 무료로 나눠준 것이다. 일종의 앰부시 마케팅(ambush, ‘매복’이라는 뜻으로 교묘히 규제를 피하는 마케팅 기법)으로도 읽힌다.

2일 오전 애플스토어 앞에서 손난로 보조배터리를 나눠주고 있는 슈피겐 직원들. 슈피겐은 애플스토어에서 40m 떨어진 곳에 매장을 냈다. 사진=봉성창 기자


# 애플스토어 대기 행렬은 최고의 마케팅 기회?

배포 과정에서 약간의 해프닝도 벌어졌다. 애플에 고용된 것으로 보이는 보안요원이 쇼핑백을 전달하러 접근하는 슈피겐 직원들을 막아선 것. 결국 슈피겐은 밤을 새서 기다린 사람들 대신 중간에 줄을 선 사람들에게 100개의 손난로 겸 보조배터리를 나눠줘야 했다.

슈피겐은 미국 최대 온라인 커머스 아마존에 입점한 약 67만 개 판매자(셀러) 중에서 평가순위 11위를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인 스마트폰 케이스 기업이다. 올해 매출액도 2500억 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애플스토어에는 아직 입점하지 않은 상황.

대신 슈피겐은 애플스토어와 직선거리로 40m 떨어진 맞은편에 매장을 냈다. 그것도 아이폰 XS가 국내 출시되기 하루 전인 1일 오픈했다. 오세종 슈피겐 마케팅팀장은 “만약 애플스토어가 없었다면 가로수길에 매장을 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순순히 인정했다. 오 팀장은 “앞으로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구매한 소비자가 슈피겐 매장에 들러 더 저렴하게 액세서리를 구입할 것으로 기대한다. 오늘 이벤트는 새로 오픈한 매장을 홍보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비슷한 마케팅은 앞서 싱가포르에서도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 화웨이는 9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이폰 XS 출시 당일 구매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에게 보조배터리 100개를 무료로 나눠줬다.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이 아이폰 XS보다 배터리 사용시간이 더 길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목적으로 전해졌다.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반응을 얻어낸 화웨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수년 전 비슷한 마케팅을 진행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삼성전자와 계약한 영국의 마케팅 대행사에서 대형 광고판을 등에 매고 ‘넥스트이즈뉴(NextisNew)’라고 적힌 기념품을 나눠준 것. 이는 특별한 아이디어나 대중의 공감 없이 단순히 경쟁사 고객을 상대로 무리하게 홍보를 한 마케팅 사례로 남게 됐다.

삼성전자도 과거 애플스토어 앞 대기행렬을 상대로 마케팅을 전개했지만 오히려 역풍만 맞았다. 사진=더인콰이어러 홈페이지


# 침체되는 가로수길 상권, 애플스토어 20년 이어갈까

최근 가로수길이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으로 인해 상권이 침체되었다는 분석이 쏟아진다. 인근 상인들은 대부분 매장에 손님이 없어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그나마 애플스토어에만 사람이 몰린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 역시 내부 상황은 녹록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스마트폰 관련 유통 관계자는 “애플스토어에서 일하는 직원이 100명이 넘는 반면, 매출은 아직까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특히 ‘애플케어 플러스’와 같은 사후 정책이 해외와 달리 모호하고, 지니어스 교육이 다소 부실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다만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 오픈 이후 이렇다 할 신제품이 없었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매출 부진은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애플은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을 오픈하면서 이미 20년치 임대료를 선불로 지불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봉성창 기자


흥미롭게도 애플스토어가 문을 열기 전 신사동에 자리를 잡았던 애플 프리미어 리셀러(APR) 매장인 윌리스는 오히려 손님이 늘었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각종 액세서리 가격이 애플스토어에 비해 저렴하고, 애플 제품 역시 약간의 할인이 더해지기 때문. 애플스토어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구매는 윌리스에서 싸게 하는 식이다. 윌리스 신사점 ​전직 ​관계자는 “애플스토어와 달리 주차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도 손님들이 선호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최신 스마트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애플에게는 가장 큰 숙제다. 아이폰 XS는 우리나라에서 아이폰 출시 당일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지 못한 최초의 모델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비싼 가격은 둘째치고라도, 5G 네트워크 서비스 임박이나 얼어붙은 교체 심리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아이폰 XS가 출시된 2일 오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한 검색어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서브웨이 1+1’이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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