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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엔터에 인수된 여행박사 '날 궂은데 큰 우산 썼다'

"간편결제 페이코와 여행업 시너지 기대" 여행박사 내부도 반기는 분위기

2018.10.19(Fri) 10:38:51

[비즈한국] 최근 홈쇼핑을 위주로 모객을 하던 몇몇 중소 여행사가 무너지고 국내 최대 항공판매 전문여행사였던 탑항공까지 폐업을 신고했다. 여행업계에 부도의 그늘이 짙게 드리운 가운데 최근 여행박사가 NHN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됐다. 일본 패키지여행 전문여행사로 잘나가던 여행박사, 한게임으로 잘 알려진 NHN엔터테인먼트. 이 두 기업의 결합은 여행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9월 28일 NHN엔터테인먼트(대표 정우진)는 종합여행사인 여행박사(대표 황주영)의 지분 77.6%를 확보하며 1대 주주가 됐다. NHN엔터테인먼트가 여행박사를 인수한 것. NHN엔터테인먼트는 “최근 간편결제 시스템인 페이코(Payco) 이용현황 분석 결과 여행과 관련된 상품 및 서비스의 결제 비중이 10%에 육박한다. 고성장 중인 여행 산업과 페이코 간편결제 사업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여행박사의 인수 이유를 밝혔다. 

 

지난 9월 28일 NHN엔터테인먼트는 여행박사의 지분 77.6%를 확보하며 1대 주주가 됐다. 판교에 있는 NHN엔터테인먼트 사옥 ‘NHN엔터테인먼트 플레이뮤지엄’. 사진=NHN엔터테인먼트


이번 인수를 두고 ​‘네이버가 여행박사를 인수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거대 기업 네이버가 여행 산업에까지 손댄다는 말이 나왔다. ​NHN엔터테인먼트를 아직도 네이버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어서다. 

 

네이버는 1999년에 네이버컴(주)으로 시작했다. 2000년에 온라인게임업체인 한게임과 검색전문회사인 서치솔루션 등을 인수·합병하면서 2001년에는 회사 이름을 최종 NHN(Next Human Network)으로 변경했다. 그러다 2013년 게임과 포털 각 사업부문의 전문성 제고와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인분할을 결정했다. 이후 검색포털 네이버와 한게임의 사업을 분리하며 검색포털의 사명은 네이버로, 게임분야 사명은 NHN엔터테인먼트로 바뀌었다. 

 

현재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는 물적·인적 분할을 모두 마친 상태이며 계열사나 자회사가 아니다. NHN엔터테인먼트 측은 “​지금은 네이버 주식회사와 지분상으로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 완전히 다른 회사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분할 당시 NHN엔터테인먼트는 기존의 NHN 계열사 중 주로 게임 관련 계열사 90여 개를 흡수하며 현재 40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

 

여행박사는 2000년에 일본 전문 여행사로 출발했다. ‘밤도깨비 여행’ 등 기존에 없던 상품을 내놔 히트하고 자유여행 상품을 내놓으며 성장했고 이후 중국, 동남아, 미주, 유럽, 남태평양 등 전 세계로 영역을 넓혀 종합여행사로 발전했다. 

 

2017년 매출은 360억 원, 영업이익 25억 원, 당기순이익은 24억 원으로 매년 평균 7%의 꾸준한 성장률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행보를 다져왔다. 회원 수는 63만 명에 달한다. 워라밸(일과 여가의 조화)을 중시하며 자유여행과 주말 단기여행을 즐기는 20~40대가 주축이다.  

 

여행박사는 2000년에 일본 전문 여행사로 출발해 종합여행사로 성장했다. 사진=여행박사

 

NHN엔터테인먼트는 여행박사를 바로 인수하지 않고 에스티리더스PE라는 투자회사를 통해 내부 사정을 좀 더 면밀히 검토한 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티리더스PE는 KEB하나금융과 NHN엔터테인먼트 등이 공동 투자한 사모펀드다. ​여행박사는 2014년에 옐로모바일에 인수되었다가 2017년에 에스티리더스PE에 이 지분이 넘어갔다. 이 주식을 이번에 NHN엔터테인먼트​에서 인수한 것. 

 

NHN엔터테인먼트 측은 “여행박사의 인수를 통해 NHN의 IT기술과 여행박사의 상품을 접목해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인 간편결제의 대상이 소액이라는 점에서 고가의 여행상품을 취급하는 여행박사와의 협업에 대한 내부의 기대도 크다. 

 

NHN엔터테인먼트는 그동안 매출의 50%이상을 게임매출에 의존했다. 이제 간편결제시스템인 페이코를 비롯해 벅스뮤직 등의 음악서비스, E커머스, 콘텐츠와 온라인 광고 사업까지 게임 분야를 넘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여행박사의 인수까지 더해 사업 간의 시너지를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최근 간편결제 시스템인 페이코(Payco) 이용현황 분석 결과 여행과 관련된 상품 및 서비스의 결제 비중이 10%에 육박한다. 고성장하는 여행 산업과 페이코 간편결제 사업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여행박사의 인수 이유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인수에 대한 여행박사 내부의 분위기는 어떨까. 익명을 요구한 여행박사 내부 관계자는 ​“현 상황에 불만보다는 희망이 앞선다”고 전했다. ​​여행박사 직원들은 이번 인수를 반기는 분위기라고. ​NHN엔터테인먼트라는 대기업이 집행하는 공격적 광고와 마케팅, 사업 간 협업 등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내부 관계자 역시 “궂은 날씨에 큰 우산을 받쳐 든 것이 아니겠느냐”며 기대를 표했다. 

 

NHN엔터테인먼트​의 인수 이후 여행박사의 구조조정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언뜻 보면 NHN엔터테인먼트가 주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앞서의 여행박사 내부 관계자는 “​​여행박사 내부에서 ‘조직 슬림화’를 위한 자체적인 움직임이며, 인수 전부터 고려되었다”​​고 말했다. ​NHN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되기 전부터 시장 상황 악화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있었고 자연발생적으로 나간 인원은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원을 조절했다​고 한다. 

 

여행박사 측은 공식적으로 “처음에는 최대 100명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인수를 통해 오히려 감축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리 인원은 14명 내외로 전체 직원 350여 명의 4~5%선이다.​ 

 

현재 시장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여행박사는 기본기가 탄탄하고, 최근 트렌드인 젊은 층의 단거리 자유여행에 특장점이 있는 만큼 매출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모든 여행사가 다 힘들다. 하나투어도 긴축경영을 한다고 들었다. 부도난 여행사도 많지 않느냐”며 “여행박사도 지금은 모르지만 내일을 알 수 없는 업계 상황에서 뭔가 안전망과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업계 일각에서는 “엎어지는 여행사, 아슬아슬한 여행사도 많은데, 여행박사는 좋은 조건에 대기업에 인수되어 굉장히 운이 좋은 케이스”라며 부러움을 표하기도 했다.     ​

 

여행박사의 향후 행보는 어떻게 될까. NHN엔터테인먼트 측은 “현재는 인수까지의 상황만 있다. 아직 경영이나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다음 단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여행박사 측도 “지금은 여행박사가 원래 하던 대로 기존 체제대로 운영되고 있다. 아직 내부에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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