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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부동산시장이 무너진다?

예상과 달리 미·영·일 선진국 부동산 시장 강세 지속

2018.07.16(Mon) 09:59:07

[비즈한국]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부동산시장이 붕괴된다”는 이른바 인구절벽 가설은 꽤 그럴듯하다. 평균적인 사람을 가정할 때, 젊어서 가정을 꾸리고 저축하며 은퇴한 이후 저축한 돈을 소비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40~50대에는 가장 저축성향이 높은 편이며, 반대로 노동시장에서 은퇴한 60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보유하던 자산을 조금씩 처분해 노후를 꾸려간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부동산시장이 붕괴된다”는 가설과 달리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된 2000년대 중반 이후 부동산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져든 선진국은 없다.


‘일반적’인 가계를 기준으로 본다면, 60대에 접어들며 은퇴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자산시장에 상당한 하락 압력이 발생하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1946~1964년 사이에 태어난 선진국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되었지만, 세계 선진국 어떤 나라도 부동산시장이 장기 침체의 늪에 빠져든 곳이 없다. 

 

가장 대표적인 나라가 영국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잠깐 주춤했던 영국의 부동산시장은 이내 회복했으며, 2016년 브렉시트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는 강세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자료=UN, BIS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다. 금융위기를 전후해 부동산시장이 크게 흔들렸지만, 이내 회복하기 시작해 2017년에는 ‘명목’ 가격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기에 이르렀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중단된 것도 아니고, 더 나아가 금융기관들이 갑자기 부동산 담보대출을 늘린 것도 아닌데 어떻게 미국 부동산시장은 강세 흐름을 지속하는 것일까? 

 

자료=UN, BIS


이에 대한 가장 직관적인 답변은 ‘공급 부족’이다. 워런 버핏은 2011년 주주서한에서 미국 부동산시장이 곧 회복될 것이라고 낙관하며,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주택 경기는 회복될 것입니다. 이 말은 믿어도 됩니다. 장기적으로 주택 수는 가구 수를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2008년 이전에는 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더 많아졌습니다. 그 결과 지나치게 커진 거품이 요란하게 터지면서 경제를 통째로 흔들어놓았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침체 초기에는 가구 수 증가 추세가 둔화했고, 2009년에는 가구 수가 극적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끔찍했던 수급 상황이 이제는 역전되었습니다. 지금은 주택 수보다 가구 수가 매일 더 증가하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기간에는 사람들이 결혼을 미루지만, 결국은 호르몬을 억제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침체기 초기에는 시댁이나 친정에서 함께 살더라도, 머지않아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집니다.

 

현재 주택 건축 착공은 연 60만 건이어서 가구 증가 수보다 훨씬 적으므로, 이제는 주택 구입이나 임차가 증가하면서 과거의 주택 공급 과잉 상태가 빠른 속도로 해소되고 있습니다. (이 속도는 지역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수급 상황이 지역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워런 버핏의 주장처럼, 미국 부동산시장은 2011년을 바닥으로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다른 곳에서 주택가격 상승 원인을 찾는다. 즉, 세계 주요 대도시 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더라는 것이다. 

 

지난 세기 동안, 거대 도시들은 젊고 야망에 찬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들 거대 도시들은 ‘높은 부동산 가격을 지불할 능력을 가진’ 실버 세대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부동산시장 애널리스트 닐 허드슨은 런던은 전통적으로 볼 때 “젊은 이들을 수입하고, 노인을 수출하는” 지역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방정식은 이제 역으로 작동하는 중이다. 런던은 이전에 볼 수 없던 빠른 속도로 노령화되고 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런던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2011년에서 2016년 사이에 1년이나 뛰어 올랐다고 한다. 

 

그런데 이 비슷한 스토리들이 “글로벌” 도시에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뉴욕의 평균 연령 역시 2011년과 2016년 사이에 8개월 상승했으며, 홍콩 역시 같은 기간 2년이나 늘어난 43살이 되었다.

 

기대수명의 연장과 출산율의 하락이 대도시 주민들의 평균 연령 상승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인구 통계의 변화도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지목된다. (중략) 런던의 경우, 25~29세 젊은이들의 순 유입이 2014년과 2016년 사이에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같은 시기에 55~64세 노인의 비중은 12%나 상승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첫 번째는 능력 있는 노인들이 은퇴연령에 부동산을 처분하기는커녕 점점 도심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이미 자산을 크게 축적했기에, 은퇴했다 해도 오랜 기간 살았던 대도시를 떠날 이유가 없다. 더 나아가 앞서 워런 버핏이 이야기했듯, 도시지역의 주택공급이 부진한 상황에서 주택가격 상승 전망이 높다는 것도 이런 선택을 부추겼을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로 옆 나라 일본을 봐도, 노인들이 점점 도쿄와 나고야, 오사카 등 핵심 지역으로 모여 드는 현상을 쉽게 관측할 수 있다. 노인들이 은퇴연령에 도달한 다음에도 일을 계속 하려 노력하는 것, 그리고 도시의 우월한 헬스케어 인프라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것도 이를 강화시킨 요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노인들의 대도시 집중 현상을 설명하는 또 다른 요인은 자녀세대의 독립 시기가 늦어진 데 있다. 청년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시기가 늦어진 가장 큰 이유는 ‘불황’ 때문이지만, 4차 산업혁명의 충격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정보통신혁명이 확산되며 예전의 사무직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든 반면, 통계·공학·​수학·​컴퓨터 등 이른바 STEM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니 학업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학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학자금 대출의 상환 비용이 커질 테니, 더더욱 부모로부터의 독립 시기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워런 버핏의 예언은 절반만 실현된 셈이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된 것은 사실이지만,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젊은 층에 의해 주택가격이 상승한 게 아니라, 오히려 은퇴연령이 되었음에도 대도시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노년층에 의해 주도되었으니 말이다.

 

*워런 버핏, 리처드 코너스 저/신진오 감수/이건 역(2017년), ‘워런 버핏 바이블’ 592~593쪽.
**Financial Times(2018.4.19), “Young buyers are being priced out of global city property”
***The Economist(2017.1.7), “Desperately seeking young people”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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