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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져드는 '일자리 수렁' 문재인 대통령의 탈출 카드는 '이재용'?

장기실업자, 구직 단념자 역대 최고치…문 대통령 이재용 부회장 독대, 최저임금 속도조절 배경

2018.07.14(Sat) 09:49:55

[비즈한국]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확충을 내걸고 각종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일자리 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1년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실업자의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자리 찾기 자체를 포기한 이들도 역대 최고치까지 치솟으면서 일자리 시장 낙오자 양산과 이에 따른 사회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일자리 수렁’에서 탈출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국빈 방문 중 지난 9일 인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열린 삼성전자 휴대전화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났다. 이는 최근 기업들의 채용 경색을 우려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청와대 제공


대선 당시 일자리 확충을 주요 공약으로 삼은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발표한 ‘5대 국정목표 100대 국정과제’에서도 가장 주요한 국정과제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으로 11조 2000억 원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에도 일자리 예산에 전년대비 12.4%나 늘어난 19조 2000억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일자리 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취업자 수는 1년 전에 비해 10만 6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2월 10만 4000명을 기록하며 1년 9개월 만에 10만 명대로 떨어졌다. 이후 3개월 연속 10만 명대를 맴돌다가 5월에는 10만 명 선마저 무너졌다. 6월에 간신히 10만 명 선을 회복했지만 정부가 내세웠던 올해 취업자 증가 목표치 32만 명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일자리 사정이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1년 이상 장기실업자가 역대 최고치까지 오르고, 일자리 찾기를 그만 둔 이들마저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실업자 중에서 일자리를 잃은 지 1년이 넘은 장기실업자의 수는 29만 4000명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장기실업자의 수는 관련 통계가 나온 1999년 하반기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이는 현재 일자리 사정이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보다 안 좋다는 의미다. 장기실업자 수는 지난해 상반기 29만 1000명에서 하반기 25만 1000명을 기록하며 감소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올 들어 다시금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러한 장기실업자 중에서 20대는 13만 명으로 전체 장기실업자의 44.1%를 차지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기간이 늘어나자 일자리 찾기 자체를 포기하는 이들도 역대 최고 수준까지 늘어났다. 올 상반기 구직 단념자의 수는 50만 1000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섰다. 구직 단념자 수는 2014년 하반기 44만 9000명을 기록하면서 40만 명대를 넘어선 후 증감을 거듭하다 올 상반기에 50만 명 선까지 돌파했다. 

 

일할 능력은 있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일하지 않은 ‘쉬었음’ 인구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쉬었음 인구는 185만 400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173만 7000명)보다 6.7%나 늘어나면서 관련 통계가 나온 200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장기실업자나 구직 포기자들이 늘어난 것은 경제적·사회적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데다 향후 일자리 사정이 개선되더라도 구직 경쟁력 상실로 일자리 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처럼 장기 실업자와 구직 포기자 등이 올 상반기에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의 일자리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채용을 줄여나간 때문이다. 기업경영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그룹 계열 260개사의 고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고용 인원은 96만 358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3415명(0.4%) 감소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올 상반기 지난해보다 채용이 줄였다는 응답은 25.1%로, 늘였다는 20.6%보다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층의 비판 여론에도 인도 노이다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독대하고 국내 투자 및 일자리 확충을 당부한 것도 최근 이러한 기업들의 채용 경색을 우려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14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820원(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한 것도 일자리 악화에 따른 ‘속도조절’로 해석된다. 비록 사용자위원 9명이 전원 불참하는 등 경영계의 반발은 여전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일부 양보했다고 볼 수 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올 상반기 일자리 사정 악화에 대해 정부와 여당에서 ‘인구 구조 변화와 계절 탓’ ‘이명박·박근혜 정부 정책 탓’을 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인구 구조나 계절 문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존재했던 문제고, 전 정권을 탓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정부의 경제 실책을 바로잡을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미·중 무역 전쟁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규제 개혁 등 국내 불확실 요소 해결에 집중해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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