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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조 서울시금고는 시작일 뿐, '전국 지방 금고 빅뱅' 예고

총 37조 규모 각 지자체 금고 놓고 '텃밭 지키기 vs 교두보 확보'…출혈경쟁 우려도

2018.06.14(Thu) 16:44:53

[비즈한국] 주요 지방자치단체 금고가 은행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올 연말까지 전국의 일부 시·구금고들이 새 ‘금고지기’ 선정을 앞두고 있다. 지역 대표은행을 비롯해 그동안 금고를 운영하던 은행들이 버티고 있지만, 최근 서울시금고 은행이 104년 만에 바뀌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전국 ‘금고지기’​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설마 했지만 막상 결과가 나오자 내부적으로 자존심 상한다는 말이 많았다.” 최근 서울시금고 운영 은행 선정에 대한 우리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서울시는 지난 5월 3일 시금고 우선지정 대상기관 1금고에 신한은행을, 2금고에 우리은행을 선정했다. 

 

올해 특히 시금고 운영과 재선정에 신경 썼던 우리은행 입장에서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시 1금고는 32조 원 규모를 관리하는 실질적인 주거래 금고다. 반면 우리은행이 선정된 2금고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2조 원대 기금관리 역할을 한다. 은행권에선 우리은행이 1915년부터 최근까지 서울시 금고지기 자리를 꾸준히 지켜왔던 만큼, 이번 선정 과정에서 사실상 수성(守城)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하반기 37조 원에 달하는 주요 지자체 시·구금고의 금고지기 선정을 앞두고 은행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이세윤 PD


서울시금고 쟁탈전은 올해 상반기 은행권 ‘빅매치’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전국 광역지자체 금고 규모의 26%를 차지하는 서울시금고는 그동안 단수금고로 운영하다 올해 처음으로 둘로 나뉘면서 은행권 경쟁에 불이 붙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서울시금고 선정은 다른 때보다 경우의 수가 늘었다는 분석이 많았고, 실제로도 예상외의 결과가 나왔다”며 “분명한 건 100년 동안 금고를 운영했든 10년 동안 운영했든 이제 절대강자는 없다는 인식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금고 쟁탈전’은 전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하반기 금고 계약이 끝나는 주요 광역자치단체는 총 4곳이다. 인천광역시, 전라북도, 제주특별자치도, 세종특별자치시다. 이들 금고 예산을 모두 합치면 21조 80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은행권의 시선이 가장 집중된 곳은 인천시금고다. 금고 규모만 10조여 원에 달한다. 서울과 경기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인천시는 오는 7월 말 새 금고지기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을 공고할 예정이다. 금고 운영 은행으로 선정되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인천광역시 예산을 관리하게 된다.

 

이번엔 신한은행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인천시 1금고(약 8조 원 규모)를 신한은행이, 2금고(약 2조 원)를 NH농협은행이 운영하고 있지만 규모가 큰 1금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08년부터 10년 동안 인천시금고 은행을 맡아온 신한은행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앞서의 서울시금고처럼 인천시금고가 올해 하반기 은행들의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아직 공고가 나오지 않은 만큼 시중은행들은 공식적으로 말을 아끼고 있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이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전망이다. 특히 우리은행이 인천시금고 유치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게 은행권 분석이다. 서울시금고 운영과 2006년까지 인천시 2금고를 운영했던 경험이 무기다. 

 

현재 2금고 은행인 NH농협은행과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하나금융타운을 설립한 KEB하나은행은 새롭게 떠오르는 강력한 경쟁자다. 4년 전 입찰에 참여했던 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도 이번 입찰 참여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신한은행은 재선정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올 연말엔 전라북도와 제주도, 세종시의 금고 은행 계약이 만료된다. 세종시는 1조 원대 규모로 다른 지자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지만, 정부부처 공무원이나 기관 관계자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등 영업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관심을 보인다. 전라북도의 예산 규모는 6조 4000억 원이다. 1금고는 NH농협은행, 2금고는 전북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4조 원대 규모의 제주도금고는 NH농협은행이 15년 동안 1금고를 운영하고 있다. 2금고는 지역 대표은행인 제주은행이 맡고 있다. 한 지역은행 관계자는 “서울, 경기도와 달리 지방은 지역은행의 입지가 탄탄해 다른 은행들이 벽을 깨는 게 쉽지 않다”면서도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서울시 25개 자치구도 구금고 운영 은행을 선정한다. 총 16조 원 규모다. 중구가 14일부터 입찰 제안서를 받기 시작했고, 강남, 서초, 송파 등은 7월 이후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그동안 우리은행이 24개 구금고를 운영해왔다.

 

하반기 시·구금고 선정 결과에 따라 ‘금고 쟁탈전’이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9년엔 대구, 경북, 울산, 경남 등의 지자체들이 새 금고지기를 선정해야 한다. 이들의 1금고 예산만 31조 원에 달한다. 앞서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구금고 자체만으로는 은행 수익과 직결되지 않는다”라면서도 “주거래 은행이 되면 고객 확보 범위가 넓어진다. 기존에 운영하지 않았던 지자체 금고에 선정되면 효과는 더 크다.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들의 ‘출혈경쟁’이 심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일각에선 금고지기의 성패를 가르는 게 ‘출연금 규모’라는 목소리가 나와서다. 앞서의 서울시금고에 선정된 신한은행은 서울시에 3000억 원의 출연금을 내기로 했다. 우리은행 제시액은 1100억 원이다. 

 

이에 대해 다른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평가 항목에서 출연금은 100점 만점 중 9점이다. 서울시금고 선정은 1점 차이로 희비가 엇갈렸지만 출연금이 전체 평가를 뒤집을 만큼 큰 역할은 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출혈경쟁으로 인한 손해를 고객에 떠넘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과도하지 않은 수준에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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