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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기 스타트업 신화' 에스티유니타스의 빛과 그림자

46주 연장근로 옛 직원 자살…유족 "과로로 우울증" 사측 "조사에 충실히 응할 것"

2018.04.10(Tue) 16:13:17

[비즈한국] 지난 5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공인단기·스콜레 디자이너 과로 자살 대책위원회’는 국회 정론관에서 에스티유니타스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1월 3일 전직 에스티유니타스 직원 장 아무개 씨가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따른 것이었다.

 

대책위원회는 에스티유니타스가 채식주의자인 장 씨에게 육식 강요, 주말에 책 읽고 독후감 써오기, 자기 비판적 성격의 업무일지 작성 등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직원들에게 야근을 강요하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혐의로 에스티유니타스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장 씨 유족 측은 “IT회사의 야근은 관행이라지만 에스티유니타스의 야근은 관행으로 용인될 수준을 넘어섰다”며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우울증은 악화됐고, 과도한 업무로 정기적인 병원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면서 더 심해졌다”고 전했다.

 

# 에스티유니타스는 어떤 회사?

 

에스티유니타스는 2010년 윤성혁 에스티유니타스 대표가 설립한 에듀테크 기업이다. 2010년 11월 영어학원 ‘영단기’를, 2011년 11월에는 공무원 입시 학원 ‘공단기’를 오픈해 이름을 알렸다.

 

에스티유니타스는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4년 10월 스카이에듀를, 2015년 10월에는 뷰티르샤(MBC아카데미뷰티스쿨)를 인수했다. 2016년 4월 인터넷서점 리브로를 인수했고, 2017년 2월에는 미국 교육업체 ‘​더 프린스턴 리뷰’를 인수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에스티유니타스는 2013년 말 NHN엔터테인먼트로부터 110억 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에스티유니타스는 2010년 윤성혁 대표가 설립한 에듀테크 기업이다. 2010년 11월 영단기를, 2011년 11월 공단기를 오픈해 이름을 알렸다. 사진=임준선 기자


2010년 에스티유니타스는 직원 수 20명, 매출 25억 원에 불과했고, 사무실도 신림동에 위치한 작은 건물이었다. 이후 성장을 거듭해 2016년 직원 수 1200명, 매출은 3000억 원을 돌파했고, 2015년 강남구 대치동으로 본사를 옮겼다. 

 

에스티유니타스는 성공한 스타트업 사례로 꼽혔고 증권가에서는 상장설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에스티유니타스 역시 상장 의지를 몇 차례 보였지만, 아직 구체적인 진행상황은 전해지지 않는다.

 

# 에스티유니타스는 왜 직원들을 무리하게 근무시켰을까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에스티유니타스의 매출은 2012년 198억 원에서 2016년 3157억 원으로 4년간 16배 가까이 상승했다. 2014년에는 9억 7772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흑자 전환했다.

 

그러나 흑자는 한 해뿐이었다. 다음 해인 2015년 3960만 원의 순손실을, 2016년에는 9억 5983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급격히 상승했지만 적자는 늘어 수익성 개선이 숙제로 꼽혔다. 상장을 목표로 하는 에스티유니타스 입장에서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4월 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공인단기·스콜레 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박은숙 기자

 

최근 불거진 근로기준법 위반 논란은 경영진이 실적을 위해 과도한 업무를 강요했다고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유족 측에 따르면 장 씨가 2015년 5월~2017년 12월 근무하면서 근무일 기준 주 12시간 이상 연장근로한 주가 46주에 달한다. 

 

대책위원회는 “회사는 주말 아침 시험장 응원 이벤트 참여를 강요했고, 비가 와도 예정대로 진행했으며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지도 않았다”며 “형식은 자발적 지원이지만 근무평점 20%가 반영돼 사실상 반강제였다”고 주장했다.

 

대책위원회 측은 “장 씨와 에스티유니타스가 맺은 2015년, 2016년 연봉계약서를 보면 69시간이 연장근로수당으로 사전에 책정돼 있다”며 “매달 연장근로 주당 16시간을 예정한 것으로, 연장근로한도 위반일 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을 종용하는 노예계약”이라고 덧붙였다.

 

에스티유니타스가 실적을 위해 무리수를 던진다는 비판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해 6월 법원은 경쟁사를 비방하는 허위 댓글을 단 혐의로 에스티유니타스 직원 5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범행을 주도한 직원 A 씨에게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을 선고했고, B 씨에게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내렸다. 나머지 3명에게는 400만~7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에스티유니타스 측은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고인에게 큰 슬픔을 표하며,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유가족의 아픔에도 깊은 애도의 뜻을 드린다”며 “현재 근로감독관의 조사가 진행 중으로 충실히 조사에 응하고 있고,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당사의 근로 환경 전반에 대한 객관적 진단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에스티유니타스는 2015년 3월 역삼동 L 빌딩에서 대치동 A 빌딩으로 본사를 옮겼다. 2014년 4월 완공된 A 빌딩은 지상 9층, 지하 5층 규모의 건물로 유명 대기업, 글로벌 IT 업체 등이 입주해 있다.

 

당시 윤성혁 대표는 “스타트업 기업들에겐 꿈의 무대인 삼성역으로의 이전은 우리 회사의 새로운 도약에 대한 의지를 포함한다”며 “에스티유니타스는 글로벌 혁신교육기업으로 또 한 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꿈의 무대로 불릴 만한 장소로 사무실을 옮겼지만 정작 내부 직원들의 처우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숨진 장 씨의 언니는 “동생의 죽음을 계기로 무언가 바꿀 수 있는 시발점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며 “그것이 동생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며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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