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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 "번쩍번쩍 광채가…" 21세기 클레오파트라, 모니카 벨루치

대체 불가능한 고혹적 미모의 대명사…'라빠르망' '말레나' 등에서 강렬한 연기

2018.01.31(Wed) 05:41:27

[비즈한국] “모니카 벨루치(Monica Bellucci)가 분명 카메라를 보고 미소 짓는 것이겠지만 날보고 웃고 있다는 착각이 들더라. 카메라를 든 모든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셔터를 누르고 있었어. 시대에 따라서, 개인별 기준에 따라 미인상이 다른데 그때 그녀의 모습은 선호고 뭐고 필요 없는 것이었어. 사람에게서 정말 번쩍번쩍 광채가 나더라고….”

 

한 사진작가가 1990년대 어느 해 프랑스 칸 영화제에 참석한 모니카 벨루치를 직접 보고 와서 한 말이다.

 

영화 ‘라빠르망’ 에 출연한 모니카 벨루치 스틸 컷.


모니카 벨루치가 출연한 ‘라빠르망’(L'Appartement, 1996), ‘말레나’(Malena, 2000), ‘아스테릭스 2 미션 클레오파트라’(Asterix & Obelix: Mission Cleopatre, 2002)는 메가톤급 흥행작은 아니다. 

 

이런 영화들을 보지 못했어도 1990년대 후반 이후 수많은 남성들에게 모니카 벨루치는 범접할 수 없는 고혹적이고 관능적인 아름다움의 여신으로 각인돼 있다. 청순함을 무기로 10대나 20대 초반부터 커리어를 시작하는 여배우와 달리 모니카 벨루치는 모델 활동 이후 서른을 넘은 원숙한 나이에 배우로서 만개한 이유도 있다.

 

‘모니카 벨루치가 출연한 영화는 모니카 벨루치다’라는 말이 있다. 그녀의 미모에 영화 내용이 묻혀버리고 관객들은 시간이 흐르면 출연했던 그녀의 모습만 기억하게 된다는 뜻이다. 

 

 

모니카 벨루치는 1964년 이탈리아 중부의 한 시골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화가였고 아버지는 트럭 운송 회사를 운영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눈에 확 띄는 미모로 주위의 지나친 관심과 시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부모는 “너 같이 생긴 애는 평생 모든 사람들이 쳐다 볼 수밖에 없다. 강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단다. 

 

모니카 벨루치는 처음부터 엔터테이너가 되고자 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모델을 했지만 어디까지나 취미였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해 법관으로서의 꿈을 키우던 중 등록금을 벌기 위해 모델 활동을 한 것이 그녀의 진로를 바꾸고 말았다. 

 

에이전시들의 집요한 설득을 받은 끝에 그녀는 1988년 유럽 패션의 본고장 밀라노에서 프로 모델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그녀는 ‘돌체 앤 가바나’, ‘크리스찬 디오르’ 등의 메인 모델을 맡으며 유럽의 톱 모델로 우뚝 섰다.

 

모델로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모니카 벨루치는 ‘아들과 함께 하는 삶’(Vita coi figli, 1990)에 출연하면서 스크린으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할리우드에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게리 올드만, 위노나 라이더 주연의 ‘드라큘라’(Dracula, 1992)에서 드라큘라 백작의 뱀파이어 신부 중 하나로 출연하며 데뷔했다. 

 

배우로서 모니카 벨루치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영화는 1996년 작 ‘라빠르망’이다. 이 영화는 멜로와 스릴러가 절묘하게 조합된 수작으로 매우 감각적인 연출로 유명하다. 이런 작품성에 힘입어 할리우드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Wicker Park, 2004)란 제목으로 리메이크됐다. 2017년 3월 국내에선 ‘라 빠르망’ 개봉 20주년을 맞아 재개봉된 바 있다. 

 

영화 ‘말레나’ 스틸 컷.


‘라빠르망’ 은 극장 개봉 이후 모니카 벨루치의 초절정 미모가 회자되면서 비디오로 출시돼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모니카 벨루치는 ‘라빠르망’의 남자 주인공 뱅상 카셀(Vincent Cassel)과 연인관계로 발전했고 1999년 결혼해 두 딸을 낳았다. 2013년 이혼할 때까지 두 사람은 많은 영화에 함께 출연했다. 

 

그녀의 출연작 중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작품은 ‘말레나’다.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1988)의 명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가 메가폰을 잡은 ‘말레나’는 타고난 미모로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의 지나친 시선을 부담스러워했던 모니카 벨루치의 자전적인 애기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 모니카 벨루치는 대사도 거의 없지만 화면에 등장하는 것 만으로 모방할 수 없는 절대적 고혹미를 완성해낸다.

 

이제 막 사춘기로 접어든 레나토의 시각으로 전개되는 ‘말레나’는 질풍노도 시기의 자화상이자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말레나는 소년부터 노인까지 정상적인 남자라면 바라보는 순간 단번에 홀리게 만드는 육감적인 미모의 여자다. 그러나 다른 여자들에게는 질투와 시기의 대상이자 온갖 음해까지 당하는 처지다. 

 

하지만 사실 말레나는 떨어져 있는 남편 하나만을 사랑하는 정숙한 여자였다. 2차 세계대전의 한가운데 말레나가 사는 이탈리아에 파시즘의 광풍이 몰아친다. 남편의 전사 소식에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말레나는 결국 호구지책으로 매춘을 하게 된다.

 

전쟁이 끝나자 말레나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구타를 당하고 쫓겨나다시피 도망쳤다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과 재회하며 함께 산다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10대 소년 레나토는 말레나를 먼 발치에서 바라보면서 자신의 세계에 그녀가 등장하는 온갖 공상에 빠져 살고 있다. 레나토에게 말레나는 순수하고 가슴 시린 첫사랑이자 숭배의 대상이었다. ​만신창이가 된 그녀와 남편을 재회시켜 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레나토였다. 

 

레나토의 마지막 독백이 무척 인상적이다. “세월이 흘러 나는 바람대로 많은 여자들과 사랑을 나누었다. 그들은 내 품에 안겨 자신들을 기억할 거냐고 물었다. 그때마다 난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엔 내게 한 번도 묻지 않았던 말레나만이 남아 있다.”

 

모니카 벨루치는 출연 비중이 적거나 거의 엑스트라 수준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출연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래도 그녀의 존재감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의외로 단역임에도 오랫동안 언급되는 역할들이 많다.  

 

‘매트릭스2 리로디드’(The Matrix Reloaded)나 ‘매트릭스3 레볼루션’(The Matrix Revolutions)에서 페르세포네 역할을 맡은 그녀는 출연 분량은 극히 짧았음에도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 2004)의 마리아 막달레나나 ‘007 스펙터’(007 Spectre, 2015) 등에서도 짧지만 강한 그녀만의 존재감은 빼놓을 수 없다. 

 

세월의 흐름 속에 모니카 벨루치도 이제 지천명을 훌쩍 넘겼다. 그녀의 외모도 이제는 연륜을 담아가고 있다. 환상의 미모만 논하기 전에 현재도 왕성한 진행형인 모니카 벨루치의 연기 인생을 주목해 보면 어떨까.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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