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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 브로커, 소상공인까지 노린다…사업자등록보다 상표등록이 먼저

개인사업자 제품이 오픈마켓에서 잘 팔리면 짝퉁·미투 저가 출시돼 타격

2017.08.22(Tue) 18:49:26

[비즈한국] 브랜드(상표)와 디자인은 구매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문제는 이 요소들이 베끼기 쉽다는 점이다. 영세업체-대기업, 대기업-대기업 사이의 분쟁에 더해 최근 소규모 창업자나 개인 판매자가 급증하면서 ‘베끼기 전쟁’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자등록은 단순히 과세를 위한 것으로 상표 보호를 받지 못한다. 상표등록은 수개월이 걸리므로, 사업자등록 전에 미리 해 두는 것이 좋다. 이미지=특허청 홍보영상 캡처


최근 브랜드 분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제약업계다. 수년간의 공방 끝에 올해 특허청의 결정이 내려진 명인제약-애경산업, 대웅제약-일동제약의 분쟁이 대표적이다. 비슷한 상품이 연상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이름을 그대로 차용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명인제약과 애경산업은 ‘이가탄’ 상표권을 두고 맞섰고, 대웅제약과 일동제약은 ‘우루사’와 ‘우루나민’, ‘아루나민’ 상표권 귀속 문제로 다툼을 벌였다.

 

특허청 관계자에 따르면, 업종에 관계없이 상표권 침해 분쟁을 경험한 기업의 평균 소송비용은 5800만 원, 특허침해소송 심리 기간은 3심까지 평균 40.2개월이 걸린다. 업체들이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이름 지키기’에 나서는 이유는 대표 상품의 경우 회사 이미지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유사성이 높을수록 로열티를 크게 물거나 향후 소송의 빌미까지 제공할 수도 있어서다. 

 

문제는 이러한 분쟁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독창성을 가진 브랜드, 콘텐츠만으로도 성공궤도에 오르는 소규모 업체·1인 창업자들이 급증하면서 상표권의 부가가치가 커졌고, 동시에 ‘이름 빼앗기 경쟁’도 치열해졌다는 지적이다. 

 

한 특허권 전문 변호사는 “소규모 업체일수록 상표권 등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알아도 전문적인 입증이 어려워 시간과 비용 탓에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종종 나온다”며 “상표권은 물론 홈페이지 도메인까지 뺏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 분쟁으로 넘어가면 갈등은 더욱 심하다.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창작이라 제품이 이슈가 되면 곧바로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이 나오는 경우가 발견되는 것이다. 디자인 분야에서 암묵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이러한 ‘베끼기’는 최근 카피캣(Copycat), 즉 미투(Mee too)라는 이름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게 디자인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디자인 베끼기는 기존 제품의 인기에 편승하는 일종의 ‘무임승차’다. 경쟁을 통해 품질과 디자인이 향상되는 순기능보다는 시장 질서를 해치고 기존 업체나 창업자의 창작물과 성과물을 빼앗는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다. 

 

요식업계에선 봉구비어 사례가 대표적이다. 입소문을 타고 사업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상호와 메뉴, 실내 인테리어 등이 유사한 유사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 골치를 썩여야했다. 

 

아기용품을 직접 디자인해 판매하는 A 씨(여‧36)는 “최근 분유가방을 디자인했는데 입소문을 탔는지 크게 이슈가 됐다. 며칠 지나지 않아 11번가나 G마켓 등에서 색상만 다르고 가격이 더 저렴한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사업을 그대로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상표권, 디자인권, 특허권 등에 선출원주의를 채택한다. 즉 먼저 출원한 사람이 독점권을 갖는다. 아이디어와 제품을 원작자나 창작자가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든 조치다. 다만 창작자나 상표를 사용하는 사업자가 아니더라도, 제3자부터 경쟁사까지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 불거진다. 이러한 법률을 악용한 브로커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브로커들은 직접사용 목적이 아니라 스타트업이나 영세사업자들을 주요 타깃으로 합의금이나 사용료를 요구하기 위해 미리 수십 건의 상표 등을 출원‧등록한다. 이후 비슷한 제품이 출시돼 이슈가 되면 갑자기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경고장이나 내용증명을 보내 합의금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앞서의 특허권 전문 변호사는 “상표등록이 완료되지 않았거나, 상표출원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표권을 주장하는 브로커들도 있다. 상세사항을 확인해 출원번호나 등록번호가 기재돼 있는지를 확인하고 경고장을 보낸 사람과 상표권자가 일치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며 “특허청의 ‘키프리스’에 접속하면 구체적인 상표등록 정보를 알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을 놓치는 사업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특허전문 변호사는 “사업자등록만으로는 브랜드나 디자인을 보호받을 수 없다. 사업자등록은 재산권 등록이 아닌 단순 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 사업자를 등록하는 절차다. 브랜드나 디자인 등 재산 보호는 오직 상표등록만으로 가능하다”며 “상표등록은 평균 10개월 정도 소요되기에 사업자등록보다 상표등록을 먼저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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