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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후보 지명,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는?

법조계 “기수부터 모든 게 파격…스스로 개혁하라는 얘기”

2017.08.22(Tue) 10:32:16

[비즈한국] “사실 행정(청와대), 사법(법원), 입법부(국회)는 삼권분립으로 각각 분리되지 않았습니까? 결국 청와대(대통령)가 관여할 수 있는 게 대법관과 대법원장 인사뿐인데 그런 면에서 이번 인사는 강력한 메시지로 보입니다.”

 

순탄하게 취임 100일을 넘긴 문재인 대통령이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사법연수원 15기)을 신임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한 것을 놓고 법무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당초 거론된 박시환(12기), 전수안(8기) 전 대법관이 아닌 현직 판사를 대법원장으로 선택했다. 

 

대표적인 진보성향 판사로 평가받는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배경을 놓고 법원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사법부 개혁 의지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이 지난 21일 오후 강원 춘천지법 재판정에서 취재진과 만나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수부터 파격이다. 현재 13명의 대법관 중 김 후보자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높은 이들이 9명이나 되는데, 현 대법원장인 양승태 원장(2기)보다는 13기수나 아래다. 대법원장 임기(6년)를 생각해도 한참 낮아진 것이다. 

 

김 후보자보다 기수가 낮은 대법관이 네 명(박보영, 김재형, 김소영, 박정화)이나 있지만 이들 중 세 명이 여성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고위직 판사 중에는 남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대법관을 여성으로 뽑으려면 기수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 

 

앞서의 법무부 관계자는 “여성 대법관을 배제하고 보면 사실상 가장 후배인 사람을 기존 대법관들을 제치고 장으로 앉힌 셈”이라며 “전 정부에서는 대법관 중에 한 명을 대법원장으로 임명해서 법원 행정처 운영 등에 있어 안정감을 주는 부분이 있었는데 일선 법원장의 대법원장 깜짝 선임은 사법부에 ‘스스로 강력하게 개혁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법조계(법원, 검찰)를 상대로 ‘인사’를 통해 메시지를 보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검찰에 대해서는 윤석열 검사장 임명과 동시에 서울중앙지검장 깜짝 발탁 카드 등으로 개혁 의지를 전달했는데, 행정부와 분리된 사법(법원) 영역에 대해서는 대법원장 파격 선임으로, 짧지만 굵은 개혁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 사건에서도 일일이 관여하지 않지만 대신 대법원 제청권, 법관 인사권 등 엄청난 권한을 가진다”며 “인센티브가 인사밖에 없는 법원 조직에서 대법원(법원행정처)의 권한은 막강하고, 그런 것을 잘 활용해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하에 대법원의 권한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런 면에서 김명수 후보자를 선택한 것은, 법원의 체질을 보수에서 진보로 바꾸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의 과거 면면을 보면, 진보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부산 출신인 그는 1988년 노태우 대통령 당시 ‘제2차 사법파동’이 불거진 이후 설립된 진보성향의 법관모임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맡았다. 우리법연구회는 법원 내 대표 진보 성향 모임인데, 김 후보자는 그 중에서도 선두주자로 손꼽힌다.

 

판결도 파격적이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합법적 지위를 인정해 준 이가 바로 김 후보자다. 그는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 처분 효력정지 신청’의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와 달리 전교조의 손을 들어줬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통상 대법원의 취지대로 재판을 끌고 가는데, 사실상 대법원의 결정에 반발한 셈이다. 

 

앞서의 법원 관계자는 “대법관들의 판결을 뒤집는다는 것은 대법관에게 ‘네 판단이 틀렸고, 내가 사실관계를 더 정확히 봤다’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며 “선배들 중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대법관들의 판단을 뒤집는 것도 쉽지 않지만, 통상 대법관의 추천을 받아야 대법관 후보가 될 수 있는 점까지 감안할 때 김 후보자는 자리에 연연하기 보다는 소신대로 판결해 왔던 판사”라고 평가했다.

 

최근에도 김 후보자의 행보는 진보 성향이 짙었다. 우리법연구회가 해산된 뒤 만들어진 진보적 성향의 법원 내 학술단체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사법행정부 남용사태’의 중심에 있었는데, 때문에 김 후보자가 ‘사법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등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요구사항을 전격적으로 받아드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사건을 잘 아는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사법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물적 조사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이미 냈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왔던 만큼 인적쇄신은 물론, 조사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요구가 추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가 정상적으로 청문회를 통과하면 9월 24일 임기를 마치는 양승태 대법원장을 이어 사법부를 이끌게 되는데 법원 내에서는 김 후보자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일선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이 넘긴 정치적인 사건을 어쩔 수 없이 많이 다뤄야 하는 게 법원이라지만, 양승태 원장 체제에서는 정부의 입맛에 맞는 판단을 억지로 한다는 기분이 들었던 적이 적지 않다”며 “소신이 강한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되면 정치적인 사건 판단에 있어서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민준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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