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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특검‧헌재 설 이후엔 무슨 일이…

특검 2월 둘째 주 ‘마지노선’ 삼고 박근혜 대면조사…박한철 소장 퇴임 앞둔 헌재도 ‘빠른 선고’ 추진

2017.01.28(Sat) 12:07:51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특검의 ‘검’이 예사롭지 않다. 쉬지 않고 출근하고 있는 헌법재판소 역시 흐름이 심상치 않다. 특검과 헌재 모두 ‘빠른 결론’을 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박 대통령은 이르면 2월 초 제3의 장소에서 특검 조사를 받고, 2월 말에는 탄핵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헌재의 결정 시점에 따라 박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되는, 현역 대통령이 탄핵 후 구속되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늦어도 2월 둘째 주까지 반드시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를 해야 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1차 수사기간 70일을 고려하면 2월 말 종료된다. 늦어도 2월 둘째 주까지는 대통령 대면조사를 마쳐야 직권남용과 뇌물 등 대통령이 연루된 혐의를 최종 검토 가능하다는 게 특검팀 내부의 판단으로 전해졌다.

 

이는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범죄 혐의를 정리하고 공소장 작성, 대 언론 수사결과 발표 일정 등에 적어도 일주일 이상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사 기간 30일 연장을 요청해도 황교안 국무총리(대통령 권한대행)으로부터 승인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감안했다”는 게 특검팀의 설명이다. 정작 특검팀이 ‘수사 기간 연장을 원치 않는다’는 말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특검팀 내부 흐름에 밝은 검찰 관계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정 싸움이 불가피하고, 뇌물죄 수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서 흐름이 꺾이지 않았느냐”며 “삼성 외에 다른 대기업 수사를 하지 않는 안이 거론되는 등 특검팀 내부에서도 수사 동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 역시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특검은 승진과 같은 동기가 확실하지 않은 임시 조직”이라며 “이미 10여 명을 구속하며 ‘역대 최고 성과를 낸 특검’이라는 평을 받는 마당에 범죄 혐의가 더 약해질 상대들과 30일 더 고생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팀원이 얼마나 더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2월 초 (대통령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던 특검은 현재 조사 장소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계속 조율 중이다. 현직 대통령인 점을 고려해 특검 사무실이 아니라 삼청동 안가 등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다음주 중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면조사에 앞서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는 한편, ‘청와대 압수수색도 성공했다’는 성과를 얻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청와대 모든 시설을 압수수색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의무실과 경호실 등 특정 시설 두세 곳을 직접 수색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공개 변론이 열린 가운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변론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특검이 빠른 대면조사를 추진하고 있다면, 헌재는 박한철 소장 퇴임 이후 이정미 재판관이 권한대행을 하는 3월 13일까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할 방침을 세웠다. 박한철 소장은 이례적으로 “3월 13일 전에는 결론을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며 당사자 협조를 요청하는 공개 발언을 했을 정도다. 그동안 헌재는 심리 중에 재판정에서 결정 기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계획을 밝힌 적이 없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헌재는 지금까지 준비기일 세 차례, 변론기일 아홉 차례를 진행하며 속도전 펼쳤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이 갈수록 노골적으로 탄핵 심판 결론을 늦출 계획을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 측은 국정농단 사태 내부 고발자인 고영태 씨를 반드시 증인 신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씨의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대통령 측의 핵심 증인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측은 증인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중대 결심을 할 수도 있다”며 대리인 전원 사퇴를 예고하기도 했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헌재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현재 헌재는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지만, 내부에서 적지 않은 연구관들이 ‘너무 빠른 결과는 수년 뒤 독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며 “법조계는 법리적 명분과 당위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국민적 여론만 고려해 빨리 결론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헌재와 특검의 결정 시점이 서로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선 법조계 관계자는 “박 대통령 신병 확보 및 구속영장 청구는 세계 뉴스에서 다뤄질 엄청난 사건이고 향후 역사가 다시 평가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며 “헌재는 특검이 사라졌을 때 더 부담 없이 탄핵을 인용할 수 있고, 특검은 헌재가 탄핵을 결정하기 전 특검 수사를 마쳤으면 하는 마음이 한켠에 분명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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