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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나들이] 수정처럼 맑고 붉은 구슬, 구슬댕댕이

쓴맛 덕분에 늦게까지 남아 먹잇감 사라진 한겨울에 산새들 배를 채워준다

2016.12.20(Tue) 13:14:05


구슬댕댕이(인동과, 학명 Lonicera ferdinandii Franch.)


속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것처럼 맑고 투명한 고운 빛깔을 지닌 구슬댕댕이 열매, 꽃보다 훨씬 더 곱고 맑은 고혹적인 열매 빛깔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정성껏 치장한 청순한 아가씨의 고운 입술보다 더 붉고 맑아 곱다기보다는 차라리 요염하다고 해야 할 것만 같다. 

제법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가을 아침, 금강초롱꽃을 만나겠다고 찾아간 가평군 화악산에서 운 좋게 만난 구슬댕댕이 열매이다. 

화악산은 경기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한때는 라디오 기상예보를 하면서 한겨울의 가장 추운 지역 날씨를 대표하는 곳으로 이곳 날씨를 전하곤 했다. 아마도 그 당시에는 이보다 더 높은 곳에 기상관측소가 설치되지 않은 탓이었나 싶다. 높은 산이라서인지 발아래 가을 운무가 넓게 펼쳐져 있어 마치 구름 속 신선의 세계에 접어든 것 같았다. 산허리에 걸친 운무가 아침 햇살에 밀려 점차 사라지자 청명한 가을 하늘은 더욱 곱게 빛났다. 맑고 고운 가을 하늘의 청정한 기운이 홍옥 같은 구슬댕댕이 붉은 열매 속에 녹아들었나 보다. 붉은빛이 어쩜 이리도 수정처럼 맑고 매혹적일까? 붉고 투명한 구슬댕댕이 열매가 영롱한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과육 속의 씨앗까지 들여다보이는 수정처럼 맑은 열매를 한 알 따서 입에 깨물면 꿀물처럼 다디단 과즙이 입속에 사르르 녹아 온몸으로 번져나갈 것만 같았다. 신선이 마신다는 신선주의 향과 맛이 물씬 묻어날 것만 같은 구슬댕댕이 고운 열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지 않은가? 하지만 어쩌랴. 보기와 달리 구슬댕댕이는 인동과에 속하는 열매 맛이 다 그러하듯 그 맛이 매우 쓰다. 


쓴맛 탓인지 열매가 풍부한 가을에는 산새들도 외면한다. 덕분에 삭막한 겨울에도 새빨간 구슬댕댕이 열매는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려 그 고운 빛깔이 더욱 돋보인다. 그러다가 산새들이 먹잇감을 찾기 어렵고 굶주림에 허덕이는 겨울이 깊어 가면 이들의 굶주림을 면해주는 훌륭한 겨울 먹잇감으로 이용된다. 마치 한겨울을 대비하여 저축해 둔 비상식량과도 같다. 보기에 좋다 하여 항상 좋은 것도 아니요, 지금 쓰임새가 적더라도 때와 여건이 바뀌면 더 긴하게 쓰일 수도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리라.

흰 눈이 펑펑 쏟아지는 계절, 새빨간 구슬댕댕이 열매 위에 살포시 얹힌 하얀 눈송이의 아름다운 모습은 가히 환상적일 것 같다. 
  
구슬댕댕이는 파엽인동(波葉忍冬), 조선금은목(朝鮮金銀木), 구슬댕댕이나무, 단간목이라고도 한다. 꽃이 지고 나면 구슬 같은 열매가 맺혀서 ‘구슬댕댕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주로 우리나라 중부 이북의 강원도, 평안도, 함경도 등 표고 1000m 이상의 산 계곡과 기슭에 자라는데 화악산 정상 부근에서 만날 수 있었다. 꽃은 봄에 잎겨드랑이에서 연한 노란색으로 피고 향기가 매우 강하다. 열매는 9~10월에 붉게 익는다.

비슷한 종으로 댕댕이나무가 있는데 잎과 열매 모양이 매우 다르다. 잎이 작고 열매가 타원형이며 검게 익으면 댕댕이나무, 둥글고 붉게 익으면 구슬댕댕이로 구분한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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