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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tar] ‘표현한다. 고로 존재한다’ 래퍼 김디지 인터뷰

18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 거침없는 발언 화제 "정치 개나 소나 할 수 있어"

2016.10.27(Thu) 08:27:46

‘나이 많은 능구렁이 뇌물 받는 국회의원, 꼰대들을 제끼고서 출마한다 국회의원, 어차피 또 지키지도 못할 약속인데 차라리 디지를 국회로 보내.’  

 

때는 2008년, 장소는 국회의사당 앞. 만 26세의 젊은 래퍼는 확성기를 든 채 랩으로 국회의원 선거 유세를 했다. 바로 올해 데뷔 19년 차를 맞은 래퍼 김디지 ​씨(36·본명 김원종) 얘기다.

 

대학교수이자 음악PD로 확성기 대신 마이크를 들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매섭고 거칠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에 눈치 따윈 보지 않는다는 듯 강도 높게 발언한다. SNS는 훌륭한 창구다. 지난 10월 14일 서울 강서구의 녹음실에서 김디지 씨를 만났다.  

 

래퍼 김디지 씨는 SNS에서 강도높은 발언으로 유명세를 탔다. 사진=김디지 제공

 

―간단히 자기소개 해달라.
“페이스북 관종(관심종자)이고 페이스북 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인 꼰대이자 아재 김디지라고 한다.”
 

―페이스북을 보면 꼰대, 아재라는 말을 굉장히 싫어하는 것 같던데.

“되게 싫다. 그렇지만 이제 37세가 되니 나이로만 치면 꼰대, 아재가 맞다. 음악 활동을 20년 이상 해서 나도 모르게 나오는 꼰대 감성이 있는 것 같다. 또 가르치는 직업이다 보니 그러지 않으려 해도….”


―현재 한양대학교 사회교육원과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변 사람들은 ‘교수 김디지’를 어떻게 평가하나.

“진짜 안 어울린다고 한다. 아이들도 막 ‘교수님’ 이렇게 생각 안 할 거다. 강단에 선 9년 동안 아이들과의 대화는 ‘작업했어?’, ‘신곡 있어?’로 늘 비슷했다. 솔직히 이건 집안 어른들이 좋아하는 직함이다. 다만 (교육자로서) 나는 ‘세상에 가장 멍청한 질문은 없고, 만약 멍청한 질문을 해도 무조건 답변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제나 ‘질문을 많이 줘라, 그래야 내 등에 빨대 꽂아 가지’라고 말한다.”


―지도방법도 페이스북의 글처럼 강력할 거 같다.

“‘귀가 없느냐’, ‘뇌는 생각하라고 있는 거다’라고 하는데 나는 아는 사람들은 평소에 어떻게 하는지 알기 때문에 뭐. 물론 강단에서 비속어를 쓰거나 그러진 않는다. 다만 ‘내가 이 정도로 수위를 올려놓았으면 너희는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한다. 교수가 주관적인 정치적 성향을 내비치는 건 자유지만 학생들에게 다양성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요즘 ‘이화여대 정유라 사태’가 화제다. 이에 관한 글도 썼는데 본인은 성적을 매기는 기준이 무엇인가.

“‘말이 없고 어머니가 대통령이랑 안 친하고 리포트를 한글로 맞춤법까지 다 맞춰서 쓴 친구들한테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게 요즘 바뀐 기조다. 이번에 보고 많은 걸 느꼈다.”

 

김디지 페이스북 캡처

 

​​―하루에 2~3개의 게시물을 올릴 정도로 SNS를 열심히 한다.

“SNS는 그야말로 ‘터진 주둥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랩을 했고 음악을 했고 칼럼도 2년 넘게 썼었다.”


―특히 정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눈에 띈다. 원래 정치에 관심이 많았나.

“음악가는 누군가에게 공감을 얻어내는 직업이다. 피카소가 ‘게르니카’를 그린 이후 ‘당신은 왜 이렇게 정치적인 색깔을 내느냐’라는 질문에 한 답이 예술이다. ‘어떻게 예술을 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있느냐. 또 사람마다 다양한 것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정치적 행위로 보느냐’는 것이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8년에는 18대 국회의원 선거에 강남구(갑) 지역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국회의원 선거 출마는 19살 때부터 생각했었다. 아마 래퍼가 국회의원에 출마해서 랩으로 연설한 건, 전 세계적으로 없을 거다. (출마한) 가장 순수한 이유는 재미고, 다음은 정치는 개나 소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만 스물여섯 살짜리 래퍼가 랩으로 연설하는데 고리타분한 사람들이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표를 받았다. 진짜 블랙 코미디다. 당시 강남구에서 총 7명의 후보 중 4위를 했다. 한나라당, 민주당, 한나라당 출신의 무소속 후보 바로 뒤가 나였다. 한 사람은 싸이월드에 ‘당신이 웃겨서 표를 준 것이 아니라 공약집을 보고 줬다. 자기를 뽑지 말라고 하는데 오히려 가장 정확한 매니페스토 같다. 내 표를 받았으면 거기에 어울리게 행동하라’고 하더라. 그런 표들이 모인 것이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평생 몇 명이나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겠나. 전 세계에 최초인데.”


―분노하지 않는 뮤지션은 문제가 있다고 보나.

“누군가는 해야 하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지만 다 나처럼 행동할 필요는 없다. 개인의 자유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 정치적인 중립성을 가질 수도 있는 거다. 다만 비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가령 ‘쇼미더머니’에서 떨어지고 방송 시스템이 엉망이라는 등 사회정의를 말하는 척하면서 같은 시기에 있었던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 그건 되게 열 받았다. 비겁한 거다. 사회 정의는 어디에서 구현되는 건가. 당신을 안 뽑아줘서?”


―강력한 논조의 글을 쓰다 보면 악성 댓글도 많이 받을 거 같다.

“지금까지 내가 건 소송이 40건이 넘는다. 비꼬는 건 괜찮지만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타이미가 ‘언프리티랩스타’에 출연할 당시 나와의 갈등이 조명되며 실시간 검색어에 며칠간 오르내렸을 때는 정말 심했다. 한번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마침 언프리티랩스타를 틀어놓았더라. 정말 거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 나와 타이미 얘기를 했다. 내가 거기 앉아 있어도 얼굴을 잘 모르니까. 둘이 ‘그렇고 그런 관계다’, ‘김디지 알고 보니 깡패다’ 등 나도 모르는 소문들이 막 들렸다(웃음)​. 그냥 나도 모르는 척 ‘타이미 쟤도 그럴 수 있겠다’ 이랬다. 힐난하고 욕하고. 그런 게 악플인 거 같다. 악플 다는 사람들을 보면 ‘왜 굳이 남의 인생에 저주를 거나’ 싶다. 그건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온다. 자신도 똑같이 그 욕을 먹는다.”

 

김디지 씨는 자신을 “페이스북 관종(관심종자)이고 페이스북 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인 꼰대이자 아재”라고 소개했다. 사진=김디지 제공​


―특히 페이스북의 게시물은 비속어도 많고 거칠다 보니 불편하다는 시각이 많을 거 같다.

“그럴 땐 친구 끊으라고 얘기한다. 나도 불편하면 끊어버린다. 선택할 수 있는 건데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된다. 만약 공중파처럼 일방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곳이라면 이렇게 정제되지 않은 채로 나갈 수 없겠지만. 이 공간은 청소년을 위한 공간도 아니다.”

 

―늘 강한 모습만 비쳤는데 심리상담 봉사를 10년 넘게 했다고.

“솔직히 이야기하면 처음에는 심리상담사 자격증이 있으면 학교와 호스피스 병동에서도 일할 수 있어 일종의 보험 차원으로 땄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워낙 불안해했고 심심해서 공부한 것도 있다. 아무래도 자격증이 있으니 상대방이 비전문가가 말하는 것보다 안심한다. 결국 ‘너 정상이야’라는 말을 듣고 싶은 거다. 오버이긴 한데 나는 지금 누군가 죽거나 다친다고 하면 감당이 안 된다. 아직 죽음에 의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겠다.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상담은 그들과 함께 죽음을 준비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다른 사람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모든 사람의 인생에 관심이 많다. 죽으려고 옥상까지 올라갔던 친구가 내 1집 앨범을 듣고 좋았던 옛 기억이 떠올라 ‘피식’ 웃고 살았다고 ‘형 고마워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 와중에 노래가 좋아서 그런 건 아니라고 하더라(웃음)​. 자살을 여러 차례 시도했던 친구와 소주 한잔 하며 대화를 나누고 병원을 알아봐준 일도 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한테 ‘사람 살리는 음악을 했으니까 의사랑 같은 거 아니야? 조금 이상한 방법이긴 하지만 그런 직업적 프라이드를 가져도 좋을 것 같아’라고 말하곤 한다.”


―요즘 가장 본인을 분노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글은 센데 솔직히 지금 사는 게 너무 행복하다. (SNS에 올린 글은) ‘같이 이러한 시각으로 바라봐줘’라는 것뿐이다. 나는 하고 싶은 걸 그날 다 한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고 언제든 사직서를 낼 생각으로 산다. 그래서 나의 외국 친구들은 나를 ‘내일이 없이 사는 사람’으로 평가하더라.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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