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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지방을 마음껏 먹어도 된다고?

고지방이냐 저지방이냐가 아니라 칼로리 제한이 중요한데도 방송이 왜곡

2016.09.30(Fri) 10:55:09


수일 전 황당한 방송을 본 적이 있다. 〈MBC 스페셜〉이라는 프로그램이다. 평소 잘 보지 않던 방송인데 이날따라 이 프로그램의 제목에 이끌려 일부분이긴 했지만 방송 내용을 관심 있게 본적이 있다. 

 

방송의 제목은 ‘밥상, 상식을 뒤집다-지방의 누명 2부’다. 처음에는 MBC가 국내 대표적인 공중파 중에 하나라서 바른 내용을 전달할 것이라고 기대하면 보았는데, 이런…. 지방과 비만에 대해 바른 이해 없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어설픈 지식만을 가지고 만든 방송이었다는 안타까움을 오히려 불러일으켰다.

 

보통 나는 누구를 비난하고 비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이번 방송을 보고 이번만은 꼭 이야기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SBS가 1일 1식이니 하면서 시청자들을 현혹하더니, 이젠 MBC 마저도 이런 방송을 내보내니. 너무 안타깝고 황당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사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랜 기간 많은 연구를 통해 이야기 되어온 내용이다. 굳이 이 프로그램에서 말한 “상식을 뒤집다”라는 수준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에 대한 메타분석도 많이 나와 있다. 

 

결론을 요약해 이야기하자면, 칼로리 제한을 똑같이 하면, 고지방 저탄수화물이나 저지방 고탄수화물이나 체중 감량에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고지방 저탄수화물이 중성지방 등의 조절에 조금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체중 감량 과정에서 칼로리 제한을 같이 한다면 굳이 저지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고 지방을 꽤 섭취해도 된다는 것이다. 즉 고지방이냐 저지방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칼로리 제한이 중요하다는 내용으로 해석을 해도 된다.

 

사실 이런 내용인데도, 이 프로그램은 지방을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메시지를 여과 없이 전달했다. 게다가 대조군도 없이 사례라고 보여준 예들을 통해 큰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국내외 일부 전문가들을 등장시켜 이런 내용이 사실인양 더욱 과장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방송 내용에 대해 다양한 근거를 보여줄 수 있지만, 아무래도 우리의 경험이 더욱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아 여기에 사진 하나를 첨부한다. 

 


사진에 나온 조선시대 삐쩍 마른 선비의 밥상을 보자. 그야말로 저지방 고탄수화물이다. 이것이 나쁘다고 그러면 옛날의 밥 위주의 식사패턴을 가졌던 우리의 선조들은 상당히 비만했을 것이다. 나만 하더라도 어릴 적 참기름 같은 기름을 조금만 밥이나 반찬에 많이 뿌리면 혼이 나기도 했다. 비싼 기름 많이 쓴다고.

 

과거에 비해 최근에 지방 섭취가 국내에서 급속히 늘고 있다. 이에 맞추어 비만이 급속히 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반면에 쌀 섭취는 많이 줄고 있다. 물론 단당류와 이당류의 섭취는 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아는 방송은 공익적인 책임을 지고 있고 꼭 문서화되어 있진 않지만 시청자에게 바른 정보를 제공할 의무와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건강과 관련된 문제에서 지금까지 다양한 잘못된 정보의 근원이자 확산 주범이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전에도 비슷한 황당한 내용들을 여러 번 시청한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번거로운 일을 겪기 싫어, 되도록이면 말을 삼가려 했다. 하지만 이번 방송을 보면서 이제는 정도가 지나쳤다는 느낌과 이제는 이런 방송까지 하는구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제발 이런 자극적인 현혹으로 시청률 높일 생각 말고, 바른 정보로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책임 있는 자세가 자리 잡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런 황당한 내용은 앞으로 반드시 각 분야의 동료 전문가들과 같이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오상우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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