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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연대보증 채무자 요구서류 8년째 안주는 기업은행

“연체 대출금 안내장 없이 경매 웬 말” vs “줄 내용 다 줬다”

2016.01.14(Thu) 10:46:21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1인 시위중인 오씨 

연대보증으로 9억 원에 달하는 채무를 상환하면서 기초수급자로 전락한 70대 여성 오 아무개 씨가 IBK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지난 12월 1일부터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오 씨는 기업은행이 설정한 채무 세 건 중 두 건에 대한 명확한 안내장과 재산 경매 후 상세한 변제내용을 담은 영수증을 달라고 8년째 촉구 중이다. 기업은행은 오 씨가 요구하는 서류를 제공할 수 없지만 연체 사실과 경매에 대해 충분히 안내했고 관련 서류를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비즈한국> 취재결과 절차상 하자 정황과 함께 약자에 대한 금융권 ‘꺾기 영업’의 단면도 드러나고 있다. 기업은행과 오 씨 사이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

◆ 채무 세 건 중 한 건만 존재하는 안내장

오 씨의 아들 강 아무개 씨는 몸담았던 중소기업 대표와 상의해 회사 인수를 결정했다. 강 씨는 어머니 오 씨에게 2007년 1월 회사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3억 원에 대한 연대보증을 서달라고 부탁했다. 오 씨는 이를 수락했고 경기도 소재 기업은행 지점을 찾아 조 아무개 당시 지점장과 상담을 통해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한정근보증 3억 6000만 원에 서명했다. 

그런데 며칠 후 오 씨는 지점장으로부터 서류 한 장이 더 필요하니 방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금융지식이 일천했던 그녀는 지점장으로부터 위험성 등 상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으며 “여기는 설정이니까 많이 써도 상관없다. 아들 회사가 잘 되면 전혀 문제없다”는 지점장 말에 부르는 대로 ‘6억 원 근보증 설정’이라는 글씨를 서류에 적었다. 근보증이란 연대보증의 하나로 보증(담보)한도액 범위 내에서 보증의무를 진다. ‘한정근보증’은 보증한 채무 연기나 재취급은 물론 같은 종류로 상환될 때까지 보증의무를 지는 것을 말한다. 이 날의 일이 오 씨에게 화근이 돼 돌아왔다.

기업은행과 오 씨에 따르면 강 씨 회사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자금난에 빠져 부도 처리됐다. 2009년 기업은행은 오 씨에게 총 세 건의 채무가 있고 모두 연체 상태라고 통지했고 그녀 재산에 대한 경매실행예정통지서를 보냈다. 기업은행이 알린 채무는 △2006년 아들 강 씨 회사 전 대표 채무 2억 원(1건) △아들에 대한 연대보증 3억 원(2건) △2억 5000만 원(3건)이다.

오 씨는 아들에 대한 3억 원에 대한 연대보증 외에 두 건의 다른 채무가 있다는 점에 경악했고 즉시 기업은행에 이의를 제기했다. 문제는 채무 2건에 대해서만 은행 측의 연체대출금안내장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당시 은행 측이 채무로 설정한 나머지 두 건에 대해서도 동일한 형식으로 명확히 기재된 안내장을 보내달라며 내용증명과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업은행은 그 후로 8년째 이를 제공하지 않았다.

2009년 4월 기업은행이 그녀에게 보낸 ‘연대보증인용 연체대출금안내장에는 대출일, 대출잔액, 연체액, 연체개시일. 상환기일. 계좌번호, 대출과목 등 항목에 명확한 수치가 기록돼 있다. 오 씨는 “만일 채무 세 건에 대한 은행 측 안내장이 하나도 없었다면 그런가 보다고 하겠다. 안내장 형식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기업은행은 그런 양식이 없다며 거짓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채무에 대한 명확한 내용을 아는 것은 채무자의 권리로 채권자도 이에 응해야 한다. 그걸 달라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업은행 홍보실은 <비즈한국>의 거듭된 문의에도 “사안을 모른다”며 해명을 미뤘다. 당시 지점장도 퇴사해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기업은행 여신관리부 관계자는 “오 씨 채무에 대해 연체사실을 안내했고 관련 서류를 제공했다”며 “추가 안내도 했고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근저당권 설정계약서에 설정한 6억 원에 대한 경매실행예정통지서를 보내 오 씨가 자신에 채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 씨가 요구하는 양식은 채무(대출) 발생 당시 명확한 내역을 적은 안내장을 달라는 것”이라며 “관련 부서에 확인해보니 전산 보존기한이 5년이라 오 씨 요구대로 해주고 싶어도 현재로선 제공 불가능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오 씨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안내장을 달라고 요구해 왔다. 보존기한이 지나 제공 불가능 하다는 기업은행 입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일갈했다. 기업은행 측은 <비즈한국>에 오 씨 채무 세 건 중 왜 한 건만 안내장이 존재하는지 이유에 대해선 해명하지 않았다.

   
▲ 오씨가 기업은행 설정 채무 세 건 중 유일하게 받았다는 안내장

◆ 총리실, 금감원 지시에도 서류 못 받아

오 씨와 기업은행 간 법정공방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이뤄졌다. 1심 재판부는 채무 세 건에 대해 그녀 책임을 모두 인정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채무 3건인 2억 5000만 원(이자 포함 3억 4000만 원)에 대해 신용이 아니어서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그녀가 ‘6억 한정근보증’이라고 서류에 자필로 적은 것에 대해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에서는 고법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고 기각했다.

기업은행은 법원 경매부를 통해 오 씨 집 등 잔여 재산을 2013년까지 경매 처분했다. 오 씨는 “법원 판결에 따라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모두 갚았다”라며 “경매 종결 후 각 채무에 대해 원금과 이자 등이 어떻게 변제됐는지를 증빙하는 영수증을 달라고 기업은행에 요구했지만 이 또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보낸 관련 서류는 법원 경매부로부터 받은 ‘경매 결과 채권자인 기업은행에 5억 7700만원 넘겼다’는 공문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그녀가 2010년 세 건의 채무 중 2건 3억 원에 대해 원금과 이자를 상환함에 따라 경매를 포함, 기업은행이 그녀에게 채권행사로 받아간 금액은 총 9억 원에 달한다.

그녀는 관련 서류를 받기 위해 국무총리실과 금융감독원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이들 기관들은 기업은행이 그녀에게 안내장과 경매 영수증을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측은 법원을 통해 보낸 경매 배당내역이 영수증이라는 입장이다.

기업은행 금융소비자보호부 관계자는 “오 씨 아들 회사에 대한 대출채무, 담보제공은 어떤 것이며 연대보증한 내용도 알렸다”라며 “경매 결과에 대해 대출금 완제 확인서와 배당금 정리내역 등 제공할 수 있는 서류를 제공했다. 금감원에도 이를 보고했다”고 했다.

2013년 11월 기업은행은 행장 명의로 그녀에게 채권 사후관리를 하는 여신관리부에서 서류를 보관중이니 내방해 제공받으라고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그녀가 여신관리부를 수차례 방문해도 요구한 서류는 나오지 않았다. 은행 담당자는 그녀가 요구하는 채무 1건과 3건에 대한 안내장과 경매 후 영수증에 대해 ‘없다’와 채권행사 불복 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라고 자필로 써줬다.

오 씨는 또 다른 문제도 제기한다. 그녀는 “당시 아들 회사와 기업은행 지점에서 관리하고 본점으로 이송한 거래조건변경서를 보니 채무 1건 2억 원에 대해 2008년 것만 있고 X표로 표기돼 있는 점을 확인했다”며 “2건과 3건 채무에 대해선 2007~2009년 3년간 매해 거래조건변경서가 있어 절차상 문제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에 대한 <비즈한국> 질의에 기업은행 측은 해명하지 않고 있다.

오 씨는 “한이라도 풀게 서류를 달라는 것인데 기업은행 쪽에서는 소송을 제기하라는 입장이다”라며 “재산 탕진으로 소송 제기 여력도 없고 생각도 없다. 기업은행장 아니면 담당 실무부서 임원이라도 나와 명확한 해명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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