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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우주에서 가장 먼저 탄생한 1세대 별의 흔적을 발견하다

허블이 관측한 초기 은하 GN-z11 은하 주변에서 제임스 웹으로 '순수한 헬륨 가스 구름' 관측

2024.03.25(Mon) 18:12:00

[비즈한국] 날씨만 맑다면 서울 하늘에서도 어렵지 않게 보이는 별자리가 있다. 커다란 국자 모양으로 별들이 이어진, 큰곰자리의 일부 북두칠성이다. 흔히 북두칠성은 북극성을 찾는 용도로 주로 쓰인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북극성 너머 더 먼 우주 끝자락의 빅뱅 직후를 보기 위해 이곳을 바라본다. 

 

2016년 허블 우주 망원경은 먼 우주의 원시 은하들을 찾는 CANDELS(Cosmic Assembly Near-infrared Deep Extragalactic Legacy Survey) 관측을 통해 어둠 속에서 빛나는 작은 얼룩을 발견했다. 그건 아주 작고 어린 원시 은하 GN-z11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가장 먼 은하였다. 우주 팽창과 함께 빛의 파장이 늘어진 정도를 이야기하는 적색편이만 약 11. 지금으로부터 무려 134억 년 전, 빅뱅 이후 고작 4억 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우주 팽창 효과를 감안하면 현재 이 은하까지의 거리는 320억 광년 정도가 된다! 

 

이 은하는 빅뱅 직후 갓 태어난 아주 어린 원시 은하이기 때문에 크기가 아주 작다. 질량은 우리 은하의 1%밖에 안 된다. 하지만 작은 덩치에 맞지 않게 아주 폭발적으로 별들이 태어나고 있다. 우리 은하에 비해 무려 20배 가까이 왕성한 별 탄생이 벌어진다. 이제 막 탄생한 원시 은하여서 별들의 폭풍 성장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제임스 웹이 이 원시 은하의 현장을 연달아 바라봤다. 그곳에서 지금껏 천문학자들이 찾아온 전설 속의 존재로 짐작되는 현장을 포착했다. 우주 역사상 처음으로 빛을 내며 태초의 어둠을 밝게 비추었을 거라 추정되는 1세대 별, Pop III 별의 흔적이다! 

 

GN-z11 은하에서 확인한 우주 첫 세대 별들의 흔적을 소개한다.

 

2016년 허블의 첫 관측에선 GN-z11 은하의 적색편이를 약 11로 추정했다. 이를 근거로 당시 허블이 발견한 가장 먼 원시 은하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최근 제임스 웹이 이 은하를 관측했다. 제임스 웹의 NIRSpec 관측을 통해 GN-z11 은하의 흐릿한 빛을 모아 더 선명한 스펙트럼을 얻었다. 그 결과 이 은하의 적색편이가 11보다는 조금 작은 10.6이라는 새로운 값을 확인했다. 여전히 거리가 멀지만, 허블이 추정했던 것보다는 살짝 가까워졌다. 

 

2016년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포착한 가장 먼 은하 GN-z11 은하. 사진=NASA


제임스 웹의 스펙트럼 관측에선 아주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네온과 탄소 등 원소들이 아주 높은 수준까지 이온화되어야 검출되는 이온의 스펙트럼이 뚜렷하게 확인된 것. 이 정도로 무거운 원소들이 이온화되려면 원자핵에서 전자를 떼어낼 만큼 아주 강력한 에너지원이 있어야 한다. 이 정도로 극단적으로 이온화된 이온의 존재는 아주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존재할 때 많이 관측된다. 그래서 GN-z11 은하 중심에 아주 활동적인 블랙홀이 숨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임스 웹 관측으로 확인한 GN-z11 은하의 더 선명한 모습. 사진=NASA, ESA, CSA, Brant Robertson(UC Santa Cruz), Ben Johnson(CfA), Sandro Tacchella(Cambridge), Marcia Rieke(University of Arizona), Daniel Eisenstein(CfA)


은하 중심부 주변 이온화된 원자들의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를 도플러 효과로 추정했다. 관측 결과, 이온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심하게 짧은 파장 쪽으로 치우치는 청색 이동을 겪고 있다. 무려 초속 800~1000km에 가까운 빠른 속도로 은하 중심으로부터 물질이 분출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주변의 물질을 집어삼키는 동시에 그 바깥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토해내는 블랙홀의 물질 분출, 제트가 은하 중심에 형성되었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관측된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GN-z11 은하 중심에 거의 태양 질량의 600만 배에 이르는 꽤 무거운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있어야 한다. 이 원시 은하가 얼마나 작고 가벼운지를 생각해보면 정말 엄청난 수준의 블랙홀이라고 볼 수 있다. GN-z11 은하의 전체 질량은 우리 은하의 1%밖에 안 된다. 그런데 그 중심에는 우리 은하 중심 궁수자리 A* 블랙홀에 견줄 만큼, 아니 그보다 살짝 더 무거운 블랙홀을 품고 있다! 

 

은하 자체의 규모는 작지만 그 작은 규모에 걸맞지 않게 아주 부담스러운 수준의 거대한 블랙홀을 품고 있는 ‘원시 활동성 은하’라고 볼 수 있다. 빅뱅 직후 초기 우주에서 이미 은하 중심의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폭풍 성장해왔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아주 놀라운 증거다. 

 

GN-z11 은하의 놀라움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제임스 웹은 GN-z11 은하 주변 헤일로 일대를 관측해 은하 주변에서 유독 높은 밀도로 오직 이온화된 헬륨으로만 채워진 가스 구름의 존재를 확인했다. 여기에선 수소와 헬륨을 제외한 그보다 더 무거운 금속 원소는 거의 확인되지 않는다. 사실상 이온화된 헬륨으로만 이루어진 아주 순수한 가스 구름이라고 볼 수 있다. 이건 아주 놀라운 발견이다. 

 

지금의 빅뱅 이론에 따르면 우주의 화학 조성은 우주가 나이를 먹으면서 꾸준히 변해왔다. 빅뱅 직후 온도와 밀도가 아주 높아 들끓었던 초기 우주는 팽창하면서 서서히 온도가 식었다. 그리고 각자 따로 놀던 원자핵와 전자가 결합하면서 태초의 원자들이 만들어졌다. 빅뱅 직후 우주가 스스로 만들어낸 원소는 기껏해야 수소와 헬륨까지다. 빅뱅 직후에 벌어진 이 태초의 연금술을 빅뱅 핵융합이라고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우주는 75%의 수소와 25%의 헬륨으로 채워졌다. 이 시기에 주기율표를 그렸다면 아주 단순했을 것이다. 

 

수소와 헬륨을 제외한 더 무거운 원소들은 이후 별 내부의 핵융합을 통해 만들어졌다. 별들은 핵융합 과정을 통해 중심에 더 다양하고 무거운 원소를 쌓아간다. 그리고 진화가 끝나는 순간 거대한 폭발과 함께 사라진다. 별들이 평생 만든 다양한 원소가 이렇게 우주 공간에 흩뿌려지면서 우주의 화학 조성은 조금씩 다양해진다. 이 일련의 과정을 우주의 화학적 비옥화 과정이라고 한다. 

 

우리 주변 우주에서 빛나는 별들은 두세 번의 세대를 거친 막대 세대다. 이미 우주에 다양한 금속 원소가 채워진 이후 그 속에서 다시 태어난 별들이기에, 수소와 헬륨뿐 아니라 다양한 원소들이 별을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우주에서 처음 탄생한 첫 번째 세대 별이라면 오직 수소와 헬륨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 천문학자들이 지금껏 그 실체를 쫓고 있는 우주 역사상 최초의 세대, Pop III 별이다. 

 

Pop III 별의 실체를 실제 관측으로 확인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 별 전체가 수소와 헬륨 같은 가벼운 원소로만 구성되면 별의 질량이 엄청 무거워야만 별로 존재할 수 있다. 질량이 거의 태양 질량의 500~1000배가 되어야 한다. 별은 질량이 무거울수록 내부의 온도가 폭발적으로 뜨거워지고, 핵융합을 통해 연료가 고갈되는 속도도 아주 빨라진다. 그래서 Pop III 별의 수명은 굉장히 짧았을 것이다. 겨우 수천~수만 년 만에 진화가 빠르게 끝나고, 거대한 폭발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138억 년의 우주 전체 역사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찰나에 불과하다. 빅뱅 직후 아주 짧은 기간만 존재했다가 사라져버렸을 것이므로 Pop III 별의 존재를 관측으로 직접 확인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도전이다. 

 

그런데 제임스 웹이 GN-z11 은하 주변 헤일로 일대에서 태초의 Pop III 별의 흔적으로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아주 순수한 이온화된 헬륨만으로 이루어진 수소 가스 구름이다. 이 정도로 거대한 헬륨 원자를 통째로 이온화하기 위해선 아주 강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론 앞의 발견에서 알 수 있듯이 GN-z11 은하는 작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중심에 아주 무거운 블랙홀을 품고 있는 활동성 은하다. 블랙홀의 활동은 은하 바깥 헤일로 공간까지 원자들을 이온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관측된 결과를 보면 GN-z11 중심 활동성 은하핵만으로는 이 거대하게 이온화된 헬륨 가스 구름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그 외의 또다른 강렬한 에너지 원이 있어야 한다. 

 

천문학자들은 이 일대에 한때 밝게 빛을 내며 에너지를 토해냈을 Pop III 별들이 있었을 거라 추정한다. 이번 관측으로 확인된 이온화된 헬륨의 존재를 모두 설명하기 위해서는 최대 태양 질량의 500배에 이르는 무거운 Pop III 별들이 빛나고 있었어야 한다. 당시 이 일대에서 탄생한 Pop III 별들의 전체 질량을 다 합하면 태양 질량의 무려 60만 배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태초의 별들이 아주 강렬한 자외선 빛을 내뿜었고, 그 빛을 받아 주변의 가스 구름 속 헬륨 원자들이 이온화되는 ‘광이온화’ 과정이 벌어졌을 것이다. 

 

Pop III 별이 아닌 다른 가능성도 하나 생각해볼 수 있다. 초기 우주에 존재한 거대한 가스 구름이 한꺼번에 수축하면서 그 중심에 초거대 질량 블랙홀의 씨앗이 되는 중간 질량급 블랙홀이 반죽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오늘날 많은 은하 중심에서 발견되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의 존재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이 가상의 블랙홀 씨앗을 ‘곧바로 붕괴한 블랙홀(DCBH, Directly Collapsed Black hole)’이라고 부른다. 

 

천문학자들은 GN-z11 은하 주변 헤일로에서 확인된 대규모로 이온화된 헬륨 원자의 존재가 Pop III 별이 아닌 또 다른 상상 속의 존재, DCBH로도 설명이 될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하지만 Pop III 별을 가정했을 때의 모델이 실제 관측된 이온화된 헬륨 원자 스펙트럼의 특징을 가장 잘 재현했다. 이러한 분석을 근거로 천문학자들은 앞서 허블이 발견한 GN-z11 원시 은하 주변 헤일로 일대에서, 제임스 웹이 새로운 관측을 통해 전설 속 Pop III 별의 더 직접적인 근거를 확인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허블이 신기록을 남긴 그 자리에서, 제임스 웹이 또다른 신기록을 남기게 된 셈이다. 

 

제임스 웹 관측으로 확인한 GN-z11 은하의 스펙트럼. 사진=NASA, ESA, CSA, Brant Robertson(UC Santa Cruz), Ben Johnson(CfA), Sandro Tacchella(Cambridge), Marcia Rieke(University of Arizona), Daniel Eisenstein(CfA)


빅뱅 직후 갓 반죽된 난폭한 활동성 블랙홀의 탄생, 그리고 우주 역사상 첫 번째 세대 Pop III 별의 흔적까지. 이 놀라운 발견은 정말 하찮게 보이는 어둠 속 작은 얼룩에서 이루어졌다. 이처럼 천문학자들은 얼핏 봤을 때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사진 속의 작고 흐릿한 얼룩 속에서 우주의 비밀을 파헤친다. 

 

허블과 제임스 웹으로 관측한 아름다운 사진을 보면 밝고 선명하게 빛나는 가까운 별과 은하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정작 더 위대한 발견은 밝게 빛나는 별과 은하 사이, 어둠 너머에 숨어 있는 흐릿한 얼룩 속에서 벌어질 때가 많다. 더 어둡고 흐릿하게 찍힌 천체일수록 빅뱅 직후, 아주 먼 과거의 우주의 비밀을 간직한 보물일 확률이 높다. 여러 우주 망원경이 관측한 사진을 얼핏 보면 사진 속 선명하고 밝게 보이는 천체들이 사진의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사이에 흐릿하게 찍혀 있는 작은 얼룩들이 사진의 주인공, 바로 우주 망원경들이 실제로 겨냥한 진짜 피사체인 셈이다. 

 

같은 우주 사진을 앞에 두고 천문학자들은 다른 풍경을 본다는 점은 굉장히 흥미롭다. 미술관에서도 작품을 더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작품의 어디를 눈여겨봐야 할지, 또 작품 속 여러 요소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도슨트의 가이드가 필요하다. 우주 사진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예쁜 배경화면 정도만으로 우주 사진을 즐기는 것도 물론 사진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지만, 천문학자의 눈으로 함께 사진을 바라본다면 그 안에 담긴 더 깊은 우주의 이야기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참고

https://esawebb.org/news/weic2406/?lang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3arXiv230600953M/abstract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052-5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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