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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정부 지원금 '부메랑' 되었네" 문체부 관광기금에 우는 숙박업자들

금리 2배로 뛴 데다 코로나 이전 매출 회복 못 해…"상환 기간이라도 늘려주길" 하소연

2024.02.19(Mon) 16:45:56

[비즈한국] 문화체육관광부가 매년 지원해주는 관광진흥개발기금(관광기금)을 받은 관광업계 자영업자들이 상환을 앞두고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났지만 경기 불황으로 매출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데다 고금리까지 이어지기 때문. 원금 상환 기간이 도래했지만 이들은 이자조차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쉰다.

 

서울역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외국 관광객들. 최근 여행객이 많이 늘어났지만 숙박업계는 여전히 코로나 이전 매출을 회복하지 못해 관광기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소연한다. 사진=양휴창 기자


#1%로 대출받았는데 이율 두 배 넘게 올라

 

문체부는 매년 관광기금으로 5000억 원 이상을 지원한다. 관광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일반여행업, 관광호텔업, 호스텔업, 카지노업 등 다양한 분야로 나눠 신축·신설, 증축·증설, 개·보수, 운영·시설자금 등을 융자해준다. 관광(예비)사업자가 융자를 신청하면 산업은행 등 16개 은행​에서 심사를 하고 문체부로부터 승인을 받는다. ​사업자별로 융자 금액은 적게는 몇천만 원부터 많게는 150억 원에 달한다. ​

 

 

관광진흥개발기금 집행 현황. 사진=문체부 제공

 

관광기금이 인기가 높은 것은 일반 은행에서 대출 받는 것보다 이율이 저렴해서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기준금리가 그대로 적용되지만 중소기업, 공공법인, 개인은 기준금리에서 최대 1.25%p까지 우대해준다. 금리가 낮았던 2015년 하반기 관광기금 융자지원지침 자료에 따르면 당시 대출 금리는 1%에 불과했다.

 

이렇게 낮은 금리로 지원을 받은 사업자들이 최근 원리금 상환을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입은 타격도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다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상환 기간 너무 짧아 걱정이 태산”

 

전남 일대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A 씨는 2015년에 관광기금에서 시설자금으로 20억 원 이상을 대출 받았다. 관광펜션업 신축으로 분류돼 기준금리에서 우대 받아 1% 금리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지금은 대출 이자가 과거의 두 배 이상으로 불었다.

 

A 씨는 “1%이던 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1년에 이자만 수천만 원을 낸다. 4년 거치 기간도 끝나 이제 원금 상환 기간이 도래했는데, 이자와 원금을 합하면 1년에 5억 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한다”며 “금리가 낮아 사업을 시작했는데 코로나로 관광업은 다 망하고 경기 불황은 계속되고 금리만 높아진다. 정부에서 우리 같은 사람한테 관심을 갖고 민생에 신경 써줘야 하지 않냐”고 호소했다.

 

인적이 드믄 서울 서초구 호텔 거리. 사진=양휴창 기자

 

서울 외곽에서 작은 펜션을 운영하는 B 씨는 2022년 2분기에 관광기금을 신청해 운영자금으로 약 2억 원을 대출 받았다. 운영자금은 대출 기간이 짧아 2년 거치 3년 상환 조건이다. B 씨는 “대출 받을 당시보다 금리가 너무 올라 이자를 생각보다 많이 내게 됐다. 이제 곧 원금 상환 기간이 다가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B 씨는 “상환 기간이 너무 이르다. 기간을 배로 늘려주면 좋을 것 같다”면서 “경기가 나아져서 손님이라도 끊이지 않아야 상환을 할 텐데”라고 말했다.

 

숙박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관광기금 상환을 걱정하는 글들이 올라와있다. 한 업자는 “계약 조건을 4년 거치 8년 상환으로 알고 있었는데 5년 상환이었다. 벌써부터 이자와 원금을 내야 한다는 소식에 걱정이 태산”이라면서 “아파트 대출처럼 30년 정도로 기간을 늘려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아쉬워했다.

 

#대출받은 사업자 중 30%는 아직 상환 못 해

 

관광기금을 빌려간 전체 사업자들의 상환율은 얼마나 될까. 문체부에 따르면 융자 지원한 업체 수는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1160여 곳이며, 융자 지원 총액 평균은 연간 약 5200억 원이다. 업체별 융자금은 적게는 5000만 원 이하부터 많게는 150억 원에 이른다.

 

문체부 관계자는 “융자금은 100% 모두 환수된다. 사업자가 직접 우리에게 돈을 상환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에 납부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데이터로는 100% 상환”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기에 지원을 더 늘리려고 해도 팬데믹 시기에 이자 감면과 원금 상환 유예를 해주면서 관련 예산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업자들에게 실제 관광기금을 내주고 상환 받는 은행에도 문의를 했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2014년도부터 2018년도까지 5년간 관광기금 대출이 128건 지원됐고 이 중 38건이 미상환으로 남아 있다. 약 30%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한 것. 다만 다른 은행들은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관광기금 전체 상환율은 알 수 없었다.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 회장은 “숙박업 손님이 코로나 이전의 60% 정도밖에 안 된다. 숙박업소는 대출 없이 하기 힘든데 고금리 시대라 부담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 관계자 역시 “과거에 비해 금리가 1.5배에서 2배가 됐기 때문에 관광 사업자들에게 부담이 된다. 지난 3년 동안 적자 본 것을 아직은 회복하기 힘들다”​​면서 “​정부 입장을 잘 알지만 상환 기간을 더 늘려주면 좋겠다”​고 정부 지원을 호소했다.​ 

양휴창 기자 hyu@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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