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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다른 사람과 동업하기 전에 정해야 할 것

동업 관계에서의 분쟁은 민법 아닌 당사자끼리 약정에 따라 해결하는 경우 많아…몇 가지 사항 정해두면 분쟁 해결 가능

2024.01.29(Mon) 14:54:42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능력이나 영향력이 비슷한 이들끼리 동업하면 사소한 일이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마다 처지가 다르고, 보유 자산이나 능력도 다르다. 간혹 많은 자산, 탁월한 능력, 성실함까지 갖춘 ‘다 가진’ 사람이 있긴 하다. 이러한 사람을 만나면 주눅 들기도 하고 세상 사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 같은 사람은 극소수다. 대체로 자산이 많으면 노동을 직접 하는 것을 꺼리고, 반대로 전문성과 근면 성실성을 갖추면 자산은 많지 않은 식이다.

 

이러한 이유로 동업을 하게 된다. 요식업의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시간과 노동을 투입해 업장을 직접 운영하고, 다른 사람은 자본과 비용을 투자하는 식이다. 필자가 압구정, 청담동 소재 요식업 사장님을 만나고 이들을 위해 동업계약서를 준비하면서 관찰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명 셰프는 높은 인지도와 전문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투자를 유치해 사업을 키우고 싶어 한다. 반대로 자산가의 고민은 ‘돈을 어떻게 모으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돈을 쓰느냐’다. 그래서 항상 투자처를 물색하는데, 목적이 항상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어느 분야에 영향력을 미치거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면, 금전적으로 손해라도 괜찮은 투자처가 된다. 자산가가 파인다이닝에 투자해 그곳을 자신의 사적인 공간이나 사교 장소로 꾸미는 것이 그 예다.

 

이처럼 유명 셰프가 투자를 유치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모두에게 윈-윈 하는 거래가 된다. 압구정이나 청담동을 걷다 보면 유명 셰프가 동시에 여러 식당을 운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외부에서 투자를 유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모든 동업 관계는 항상 깨지기 쉽다는 점이다. 누군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을 때는 분쟁 가능성이 적다. 그러나 각자 능력과 영향력이 동등한 상황에서 서로 의견을 양보하지 않을 때는 사소한 일에도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동업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동업 관계를 정할 때 동업이 깨질 경우를 대비해 분쟁 해결 절차, 방법이나 동업 관계를 신속히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을 미리 정하는 것이 좋다. 마치 결혼하면서 이혼 조건을 미리 협의하는 것처럼 어색해 보이지만, 인류 역사상 동업 관계가 영원히 지속된 사례는 없고 자의든 타의든 어느 시점에는 동업 관계가 해소되기 마련이므로, 반드시 사전에 정해야 한다.

 

동업 관계에 대해 민법이 정한 것이 있기는 하다. 민법 제703조 제1항은 ‘조합은 2인 이상이 상호 출자해 공동사업을 경영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조합은 ‘협동조합’ 등의 단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동업 형태의 사업을 말한다.

 

민법에 따르면, 모든 조합원(동업자)은 업무집행권을 갖고 다수결에 따라 의사를 결정하는데 이때 각자의 의결권을 출자액에 따라 정할 수도 있다. 조합계약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다른 조합원의 일치된 합의로서 어느 조합원을 제명하거나 조합원이 자발적으로 탈퇴할 수 있고, 탈퇴한 조합원의 지분은 출자의 종류 여하에도 불구하고 금전으로 반환될 수 있다. 또한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조합원은 조합의 해산을 청구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은 동업 관계를 규정한 민법의 조항이다.

 

그런데 동업자들 간의 분쟁을 제명, 탈퇴, 해산 등의 방법으로 해결한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고 참고할 만한 판례도 거의 없다. 즉 동업 관계에서의 분쟁은 민법 조항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당사자들 간의 약정이나 거래의 관행에 따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분쟁 해결을 위한 실마리는 동업계약의 세부 조항에 담기 마련이다. 중요한 사항은 아래와 같다.

 

동업 관계에서 원만하게 분쟁을 해결하려면 계약할 때 세부조항을 상세히 정해야 한다.

 

첫째, 교착 상태에 빠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동업자 중 어느 일방에게 결정권을 부여해야 한다. 예를 들어 4명이 동업하면서 다수결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기로 했다면, 2:2 가부동수의 상황에서는 동업자 중 정해진 한 명에게 캐스팅 보트를 주는 것이 좋다. 캐스팅 보트는 분야별로 다르게 정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직원 채용과 메뉴 구성은 셰프에게, 외부 투자 유치나 대외 마케팅은 자산가에게 결정권을 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둘째, 경업금지의무와 비밀유지의무 등을 확실히 규정해야 한다. 자산가(투자자)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투자 받은 셰프(경영자)가 자산가 몰래 다른 곳에 새로운 업장을 개설하거나 기존 고객을 그 새로운 업장에 빼돌리는 것이다. 셰프가 자기 돈 가지고 자기 사업을 하는 것은 문제 될 것이 없으나, 셰프가 남의 돈 가지고 자기 사업을 하는 것이 문제다.

 

투자의 목적에 맞게 투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투자금을 빼돌리거나 투자자 몰래 투자금을 자기 사업에 사용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이러한 일이 사후에 발각되더라도 셰프(경영자)는 미안해하지 않는다. “부업 개념으로 작게 했을 뿐이다” “동업 관계가 끝나는 것을 대비해 보험 차원에서 한 일이다” 등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며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런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경업금지의무와 비밀유지의무를 확실히 정하고, 필요하다면 위약금도 정해야 한다.

 

셋째, 청산 사유와 절차 및 결과를 미리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대한 계약위반으로 동업 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 한쪽이 동업 관계의 청산을 요구할 수 있고, 청산 요구가 있으면 3개월 이내 동업재산 일체를 제삼자에게 매각한 후 매각 대금에서 조세·비용 등을 정산해 남은 금액을 수익 배분 비율에 따라 배분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내용이지만 청산 조항을 정하지 않아서 동업 관계가 깨졌음에도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나타나기도 한다.

 

넷째, 동업 관계는 동업자 간의 밀접한 관계에서 성립하므로 일반적으로 다른 동의자의 사전 동의 없이는 출자지분의 양도를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lock-up). 이와 달리 일종의 출구전략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지분 양도를 허용하는 경우에는 다음의 조항을 고려해 볼 만하다. 한 동업자가 제삼자에게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려는 경우 나머지 동업자에게 그 지분을 제삼자보다 더 싼 값에 매수할 수 있도록 하거나(우선매수권), 한 동업자에게 다른 동업자의 지분까지 함께 매도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동반 매도참여권, tag-along).

 

동업은 각자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준다는 점에서 권장할 만한 방법이다. 사소한 오해가 분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동업의 의미가 없어졌을 때 법적으로 동업 관계를 신속히 청산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사항만 미리 준비하면 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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