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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천 현대시장 화재 두 달 뒤…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쳤다

사고 후에도 안전불감증 여전…전소한 위치는 시장 소속 아닌 가판 자리라 금전적 지원 불가

2023.05.02(Tue) 16:01:56

[비즈한국] 2022년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소방청 집계 결과 2016~2020년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261건으로, 매년 평균 52건 정도 화재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 기간 동안 피해액은 1건 당 약 5억 원으로 전체는 약 1300억 원에 달한다. 지난 3월 4일 인천 동구에 위치한 현대시장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피해 추산액은 약 12억 원으로, 방화가 원인이었다. 2개월이 지난 지금 인천 현대시장 근황과 복구 상황, 타 전통시장의 현황을 살펴봤다.

 

3월 4일 화재가 있었던 인천 동구 현대시장이 복구되지 않은 모습이다. 사진=김주원 인턴기자


#두 달 지났는데…난항 중인 현대시장 복구

 

4월 28일 찾은 인천 동구 현대시장은 여느 전통시장과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지만 인천원예농협 부근은 여전히 2개월 전 모습 그대로였다. 시민들이 보이는 다른 골목과 달리 화재가 났던 골목은 유독 손님이 뜸한 모습이었다. 상인들은 동구에서 제공한 임시 천막에서 영업 중이었고, 이제야 영업을 재개하는 가게도 있었다. ‘현대시장 아케이드 화재 잔존물 폐기물 처리용역 시행’이라고 쓰인 현수막엔 3월 11일부터 3월 17일까지 작업 예정이라고 나와 있지만 불에 탄 자리는 천으로 가려만 놓았다.

 

화재 현장 앞 임시 천막에서 영업 중인 상인 A 씨는 “밤에 불이 났다고 해서 깜짝 놀라 달려왔더니 가게 앞은 다 타고 유리까지 다 깨져 있었다”며 “구나 시에서 지원이 있을 줄 알았는데 길만 치워주고 천막 설치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수리는 사비로 다 해서 손해만 본 상태”라고 말했다.

 

전소한 현대시장 화재 현장. 사진=김주원 인턴기자


다른 임시 천막에서 야채 가게를 운영하는 B 씨도 마찬가지였다. “지자체에서 금전적 지원은 따로 해준 것이 없다. 그래도 우리는 앞부분만 타서 임시 천막에서 장사를 할 수 있지만 완전히 가게가 다 타버린 상인들은 흩어진 상태"라며 가게가 전소해 다른 곳에서 영업 중인 상인들의 근황을 전했다.

 

전소해버린 자리에서 영업하던 상인들은 현재 시장 곳곳에 있는 빈 자리에서 영업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조치된 상태다. 화재 현장 뒤편에서 임시로 영업 중인 상인 C 씨는 “일단 먹고는 살아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여기로 오긴 했다”며 “몇 천만 원은 날렸는데 기존에 오던 손님들이 오지 않아 이전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상인들은 임시 영업장을 거부해 장사를 하지 않거나 원예농협 앞에서 시위를 하는 사람도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이번 화재로 전소한 위치에 있던 상인들은 엄연히 따지자면 현대시장 소속이 아니고, 원예농협 측에서 가판을 마련해줘서 영업을 했었다. 화재 복구를 위해 모금을 진행 중인데 모금액은 전달될 예정이지만 그 외에 지자체와 원예농협, 시장 간에 협의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구나 시, 현대시장에서 따로 예산이 편성된 것도 없어 지붕 같은 시설물 복구 말고는 현재로서는 지원이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화재 후에도 시장 구석구석에 도사린 위험

 

현대시장은 대지면적 1만 5738㎡(약 4760평)에 262개의 상점이 있는 규모가 작지 않은 중형시장이다. 일자로 뻗은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곳곳에 작은 골목들이 있다. 시장의 메인 거리라고 할 수 있는 큰길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기둥마다 소화기가 비치돼 있었지만, 구석에 위치한 작은 골목엔 화재예방 조처가 미비한 모습이었다. 스프링클러 또한 설치돼 있지 않았다. 소화기가 있어야 할 함엔 소화기가 없거나, 혹은 소화기가 걸려 있어야 할 기둥에 소화기가 있지 않는 경우들을 볼 수 있다.

 

인천 현대시장 내부 작은 골목 소화기함은 비어 있었다. 사진=김주원 인턴기자


현대시장 곳곳엔 여전히 ‘황색 실선’을 넘어 물건을 깔아 놓은 상점들이 눈에 띄었다. 황색 실선은 화재 시 소방통로 확보를 위한 것으로, 선을 넘어 물건을 놓아서는 안 된다. 상점 뒤편에 있는 골목에는 가스통을 보관하는 함 없이 무방비로 LPG 가스통을 연결해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가스통 옆에는 나무와 스티로폼 박스가 비치돼 있는 등 위험한 상황을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

 

안전불감증은 비단 현대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날 찾은 서울 마포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지붕은 불이 붙기 쉬운 차광막이었고, 황색 실선을 넘은 상점은 비일비재했다. 무방비로 설치된 LPG 가스통 옆엔 스티로폼 소재의 가벽이 놓아져 있었고, 심지어 그 옆에서 흡연을 하는 시민도 볼 수 있었다. 마포시장 또한 큰 기둥에는 소화기가 비치돼 있지만, 상점 뒤편이나 골목에는 내용연한이 지난 소화기와 월 1회 관리해야 하지만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소화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소화기의 내용연한은 제조일로부터 10년이다. 2017년 개정된 소방시설법에 따라 성능 확인을 받아 이상이 없는 소화기에 한해 1회 3년을 연장할 순 있지만 기본적으로 제조된 지 10년이 지난 소화기는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 

 

마포시장에서 내용연한이 13년이 지난 소화기가 발견됐다. 사진=김주원 인턴기자


서울 강서구 까치산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붕은 타기 쉬운 아케이드 지붕이고,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상점 뒤편 ‘금연구역’이라고 적힌 곳엔 종이 박스들이 쌓여 있고, 그 아래엔 많은 담배꽁초들이 보였다. 까치산 시장은 시장과 주택이 완전히 붙어있는 형태이고, 빌라 주택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화재 발생 시 큰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근 주민 주부 D 씨는 “가끔 시장에 불이 났다는 뉴스를 보면 여기(까치산시장)도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 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E 씨는 “불이 날 것이라는 생각이나 걱정은 전혀 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없는 상인들이 많다. 제일 중요한 것은 훈련과 연습”이라고 말했다. “소방 설비는 당연히 제대로 갖춰야 하고, 소방차가 들어 올 수 있게 황색 실선을 넘겨 물건을 놓지 말고 상점 입구에 쉽게 소방관이 들어갈 수 있게 물건을 많이 놓지 말아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상인회를 주축으로 자주 훈련을 해야 한다. 주기적으로 소방서에서 점검도 받고, 소화기도 직접 분사해보는 등의 실전 같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주원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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